기사입력 2008.03.17 13:07 / 기사수정 2008.03.17 13:07
[엑스포츠뉴스=조찬우]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맞붙었던 AS로마(이하 로마)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07/08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도 다시 한번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맨유 입장에서는 로마가 원수일 이유는 없겠지만 로마에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7-1이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줬던 맨유가 원수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챔피언스리그 8강 상대로 맨유가 확정되던 날, 로마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7의 패배로 우리는 전보다 한 단계 성숙해졌다. 비록 맨유가 우리보다 강한 팀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라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스팔레티의 이런 자신감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올 시즌 로마는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쿼드와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리그 최강자인 인테르와 우승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강팀이 되었다. 비록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도 로마가 2위를 차지하기는 하였지만 1위 인테르와의 승점차가 무려 22점이었다는 결과가 보여주듯 현실적으로 리그 우승 경쟁이 불가능한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로마는 승점 6점차로 인테르를 바짝 추격하며, 리그 최강자인 인테르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만큼 경쟁력이 있는 팀이 되었다.
그렇다면, 로마가 더욱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로마의 강점이었던 중원 장악력이 한층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데로씨를 중심으로 페로타, 피자로 등이 버티고 있던 로마의 허리 라인은 많은 이들로부터 유럽의 어느 팀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다는 호평을 받아왔었지만, 데로씨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나도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기존의 미드필더진에 로마 유스출신 아퀼라니(사진)의 일취월장한 활약으로 데로씨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로마의 중원 장악력은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치니치의 재발견 역시 로마에는 큰 힘이 되었다. 지난 시즌 로마에 합류했던 부치니치는 스트라이커로써 간간이 경기에 출장하였지만 로마에 큰 힘이 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 스팔레티는 스트라이커였던 부치니치를 왼쪽 윙으로 기용하기 시작했고 부치니치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만시니, 타데이 외에는 딱히 사이드에서 휘저어줄 선수가 없었던 로마는 그 두 선수가 부진할 경우 위협적인 공격을 펼칠 수 없었지만 부치니치 재발견으로 새로운 공격 옵션을 갖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갖게 된 부치니치는 자신의 본 포지션이었던 스트라이커 역할도 충실히 해줘 팀의 절대적인 핵심인물인 토티가 부상 등으로 결장했을 때에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토티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더욱 노련해진 스팔레티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인다.
그동안 스팔레티 감독의 용병술은 로마팬들로부터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했으나 올 시즌 들어 스팔레티 감독의 용병술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그 예로 한국시각으로 지난 6일 펼쳐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에서 스팔레티 감독은 후반 20분에 만시니를 빼고 부치니치를 투입하여 새로운 측면 돌파구를 노렸고, 교체투입된 부치니치는 상대 수비수 페페의 퇴장을 유도뿐만 아니라 골까지 기록해 팀의 2-1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16일 열린 밀란전에서는 이른 시간대인 후반 11분에 부치니치를 투입하였고, 교체투입된 부치니치는 결정적인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로마의 2-1 역전승에 기여했다. 부치니치의 활약이 다시 한 번 빛나는 순간이었지만, 부치니치란 선수를 적절할 때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스팔레티 감독의 용병술이 역시 다시 한 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대다수의 축구전문가나 도박사들은 맨유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공은 둥글고, 경기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축구라는 스포츠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로마는 올 시즌보다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하였으며, 맨 유에게 당한 굴욕의 패배 잊지 못하는 선수들과 스팔레티 감독은 오래전부터 복수를 다짐해왔기에 정신적인 동기부여는 이미 되어있을 것이다.
로마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경기는 다음달 1일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1차전을 치른 뒤 9일에는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2차전을 치루게 된다.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향한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한번 맨유를 만나게 된 로마가 이번 시즌에는 과연 맨유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번의 뼈아픈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인지 벌써 전 세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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