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문근영은 크고 예쁜 눈망울을 가졌다. 그 눈에는 많은 매력이 담겨 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줄리엣의 옷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근영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9일 개막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 중이다. 원수 집안인 몬태규가 로미오와 캐플릿가 줄리엣의 죽음마저 초월한 세기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문근영은 주인공 줄리엣 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 '클로저' 이후 6년 만이다.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문근영은 청초한 줄리엣의 모습 그대로였다.
"연극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해보기로 했죠. 또 상대가 박정민 배우라고 하기에 같이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을 제가 언제 해보겠어요. 그런 욕망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 보니 좀 어려워요. 험한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문근영, 박정민이라는 이름값, 그리고 명작이라는 점 때문에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다. 여기에 원캐스트 소화까지, 문근영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올려졌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터다. 하지만 오히려 담담하고 편안해 보였다.
"죽어도 무대에서 죽자는 각오에요. 눈물도 안 나고 있어요. 힘들고 괴로우면 울기도 하고 좌절감, 자괴감에 빠져요. 그렇게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위안을 받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눈물을 흘릴 시간도 없더라고요. 그 시간에 대본을 더 보고 더 고민해야지 싶어요. 너무 변태 같기도 하지만(웃음) 좌절감과 공포감, 불안감이 저를 너무 미치도록 즐겁게 해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문근영을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로미오를 단번에 매혹할 아름다운 줄리엣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내면의 감정 연기가 세밀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문근영 역시 그런 반응을 알고 있는 듯했다. 지금 이 순간 벼랑 끝에 매달려있는 기분이라며 미소 지었다.
"무대라는 곳이 무서운 곳이잖아요. 무대 연기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해서 잘 못 하고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 텐데 제가 선택한 거예요. 선택하고 나서는 파이팅이 넘쳤는데 분석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내 스스로 벼랑 끝으로 몰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이요?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기분이에요. 무대는 항상 무서운 것 같아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상대 배우들과 연기하는데 차이가 느껴지더라고요. 스스로에게 많이 서툴고 모자란 점들이 느껴져서 위축돼요."
문근영은 우리 나이로 30살, 18년 차 여배우다.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와 함께 한 그는 비판을 담담하게 수용한다. 동시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내가 선택했으니까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놓고 살려달라고 하는 건 웃긴 일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할 수 있어'라고 해요. 처음에는 정말 잘하고 싶어서 더 스트레스 받고 더 좌절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물론 최선에는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고 배워나가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도 포함돼요. 최선을 다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관객들도 좋은 에너지 받을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좌절하고 집에 가서 한참 생각하면서 멘탈을 재정비해요. 기쁜 마음으로 선배님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배우고요. 이런 시간들이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요. 순간순간이 너무 아까워서 미칠 것 같은 시간들이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샘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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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③] '데뷔 18년 차' 문근영, 인생의 새 챕터를 펼치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