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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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리뷰] 인간적인 '팬텀', 그 안에서 빛나는 박효신

기사입력 2016.12.07 10:33 / 기사수정 2016.12.07 01:0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오페라 극장에서 은둔하는 유령으로 살지라도 가슴 한편에는 아픔도, 상처도, 사랑도 있는 법이다.

팬텀은 타고난 예술적 재능을 지녔음에도 흉한 얼굴 때문에 평생 가면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남자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킬까 봐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지하에서 숨어 지내는 슬픈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지난해 한국 초연한 뮤지컬 '팬텀'이 1년 만에 돌아왔다. 극작가 아서 코핏(Arthur Lee Kopit)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Maury Yeston)이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 발표한 '오페라의 유령(Le Fantome de l'Opera)'(1910)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1991년 미국 휴스턴에서 초연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풀었다. 팬텀의 부모가 누구인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린 시절을 함께 조명했다. 유년기를 통해 왜 그가 흉측한 얼굴을 지녔으며 가면 뒤에 얼굴을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지를 설명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디바가 되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의 성장과 사랑을 중심으로 팬텀과 라울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팬텀'은 보다 팬텀의 인간적인 면모와 비극적인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관점에서 팬텀을 바라본 것 자체는 신선하다. 다만 신비롭고 괴기스러운 팬텀을 원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 속 팬텀보다 더 부드럽고 마음 속 깊은 상처로 인해 나약한 모습도 있다. 일례로 은신처의 숲에서 크리스틴과 데이트하며 농담을 내뱉는 팬텀은 우리가 흔히 아는 팬텀의 이미지와 다르다. 


팬텀의 인간적인 면모는 잘 살렸다. 반면 상대 역 크리스틴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팬텀의 슬픈 과거를 담아내는데 치중해서인지 팬텀에 대한 크리스틴의 사랑이 절실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크리스틴의 감정 변화에 완전히 몰입하기 힘든 탓에 감동이 줄어든다.

킬링 넘버가 없다는 점은 이 작품의 약점으로 꼽힌다. '오페라의 유령'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내 고향', '넌 나의 음악',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 등 감미로운 넘버들은 극에 잘 녹아들었다.

팬텀의 부모 이야기는 발레 안무로 그려냈다. 격정적인 감정과 서사를 아름다운 몸짓으로 표현한다. 다소 길어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법 하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자연스럽게 조화된 편이다.

가수 박효신은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팬텀' 등에 출연한 박효신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팬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파워풀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팬텀의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살린다. 이제는 팬텀 그 자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듯하다. 

내년 2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 박효신, 박은태, 전동석, 김순영, 김소현, 이지혜, 김주원, 손준호 등이 출연한다. 185분, 만 7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EMK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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