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아시아 축구에서 굳건한 위치에 오른 일본 축구의 '유럽 진출 가속화'가 돋보이고 있다.
일본 축구는 '히어로' 나카타 히데토시(은퇴)의 등장을 기점으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유럽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한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등장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일본 축구를 빛냈던 '나카무라-나카타-이나모토-오노'로 짜인 '황금의 4중주'는 당시 유럽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고하게 지켰을 정도로 일본인이 유럽에서 통한다는 인식을 현지인들에게 심어줬다.
최근에는 향후 일본 축구를 빛낼 젊은 선수들이 줄지어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하세베 마코토(24, 볼푸스부르크) 미즈노 코키(23, 셀틱) 혼다 케이스케(22, VVV 펜로)가 일본의 새로운 유럽파로 자리매김했고 오노 신지(29, 우라와)의 독일 보쿰행이 한때 성사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유럽 진출 붐을 이루고 있다. 완벽한 클럽 시스템과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확립한 일본 축구는 앞으로 더 많은 유럽파들을 배출할 예정.
물론 지난 1년 동안 오가사와라 미츠오(전 메시나, 가시마) 산토스(전 잘츠부르크, 우라와) 다카하라 나오히로(전 함부르크, 우라와)처럼 유럽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선수가 여럿 있었지만 매년 유럽 진출하는 숫자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선수 개인 능력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설득력 있다.
유럽 팀들이 관심있게 추진하는 사업은 아시아 시장 개척. 선수를 일종의 상품으로 바라볼 때, 유럽팀은 '경제 대국'에 속한 일본 선수를 영입하면 마케팅을 비롯 일본 방송 중계권 계약, 일본 축구팬들의 관광 여행 상품 이라는 여러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나모토 준이치(프랑크푸르트) 야나기사와(교토)가 과거 아스날과 메시나의 대표적인 '마케팅용 선수'였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
일본을 비롯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실력. 아무리 일본 선수라도 실력이 계속 저조하면 마케팅 가치가 떨어져 방출된 경우가 잦았고 '유럽에서 통할 수 있다'는 실력을 발휘한 일본 선수는 계속 생존했다. 나카무라와 이나모토는 현 소속팀의 붙박이 주전 선수로 뛰고 있으며 고국으로 돌아왔던 오노와 다카하라도 유럽팀에서 인지도와 팀 공헌도를 쌓았던 선수들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유럽에 진출한 세 명의 젊은 선수들은 유럽에 오래있기 위한 실속을 중요시했다. 유럽팀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선수들의 사례와 경험이 일본 축구내에 축적되자 유럽 빅리그를 고집하지 않고 그보다 낮은 레벨의 클럽과 리그 진출 성공까지 값지게 여기는 것.
하세베는 꾸준히 영입 공세를 펼친 이탈리아 세리에A 시에나가 강등권에 처지자 독일 분데스리가 11위팀 볼푸스부르크로 이적했고, 혼다는 네덜란드 명문 PSV 에인트호벤의 제휴 클럽이자 리그 13위 팀인 펜로로 이적해 명문 클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미즈노는 일본 언론을 통해 그의 적응 성공을 약속한 나카무라의 지원 의사로 셀틱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챙겼다. 더구나 나카무라의 에이전트가 그의 대리 역할까지 맡고 있어 셀틱의 관심을 받기가 비교적 쉬웠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여운에 매몰되지 않고 다음의 목표를 향해 노력중인 일본 축구. 오랫동안 '탈아시아'의 성공을 꿈꿔왔던 일본 축구는 끊이지 않는 자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가속화와 맞물려 진화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VVV 펜로 입단식을 가진 혼다 케이스케 (C) vvv-venlo.nl]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