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안투라지' 김은갑이라는 인물을 조진웅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tvN 금토드라마 '안투라지' 김은갑(조진웅 분)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괴팍하고 지랄 맞지만 내 사람에겐 따뜻하고, 매니지먼트에서는 카리스마 리더이지만 가정에서는 힘없는 가장이다. 밖에서는 더러운 농담과 욕지거리를 달고 다니지만, 사무실 한쪽에는 딸의 자질구레한 메모까지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딸바보.
조진웅이 김은갑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 설렘과 동시에 의아하다는 여론이 있었다. 올해 초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보여준 정의감 넘치는 형사 이재한의 잔상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시그널'이 워낙 사랑을 받았고, 여운을 남긴 결말 덕분에 많은 시청자는 '이재한 형사가 잊힐 수 있을까' 걱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조진웅은 전작의 여운을 잊게 한 게 아니라, 김은갑이라는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냈다. 한 인물이 정반대의 다양한 성격을 가지는 건 현실에선 자주 있는 일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가 까다롭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캐릭터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진웅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캐릭터 분석으로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방송된 6회에서 김은갑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면서 조진웅의 연기 또한 눈길을 끌었다. 김은갑은 사춘기 딸이 아역배우 왕호(남다름 분)와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질한 딸바보로 변신, 왕호를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왕호와 딸을 떼어놓는 데 성공했지만, 딸과 부인(윤지혜)으로부터 한심하다는 취급을 받아야 했다. 김은갑의 이런 '이중생활'은 공감을 끌어냈다. 이를 위화감 없이 성공적으로 표현한 조진웅의 진실된 연기도 빛났다. 드라마에 이어지는 혹평과 달리 조진웅에게만은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유다.
'안투라지'가 비록 1% 미만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경험하고 있지만, 조진웅은 올해 '시그널'부터 '안투라지'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폭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조진웅이 만들어 낸 또 한 명의 매력적인 인물 김은갑 역시 '안투라지'를 본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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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