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용운 기자] 전북 현대가 승점 9점 삭감 처분을 받았다.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처분을 원하던 축구팬들의 목소리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분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5월 검찰 수사로 드러난 2013년 전북 스카우트 A씨의 심판 금품 수수와 관련해 전북 구단에 승점 9점 감점과 1억원의 벌과금을 부과했다. 4개월의 시간을 미루면서 내린 징계치고는 무겁지 않다.
팬들의 목소리와 달랐다. 상반기부터 K리그의 화두였던 전북의 심판매수 부분을 두고 일벌백계의 요청이 상당했다. 과거에 바로잡지 못한 부분을 이번에 확실하게 털고가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그것도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전북이었기에 본보기 차원도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개월을 지켜보고 5시간에 걸쳐 격론을 펼친 것 치고는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전북은 프로축구 사상 두 번째로 승점이 삭감되는 불명예를 안았을 뿐 올해 우승 레이스에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게 됐다. 구단 직원이 심판과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고 금품수수에 대한 혐의 입증에도 전북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지난해 경남FC에 내린 미비한 징계가 전북 사례에도 적용이 됐다. 경남은 2014년 검찰이 대표이사의 비자금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승부조작 혐의가 포착됐다. 당시 대표이사가 직접 자금을 동원해 심판 3명에게 총 64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대가성 자금임이 밝혀진 중대한 사건이었다.
축구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심판 매수 등 불공정 심판 유도행위 및 향응 제공'의 경우 ▲제명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의 자격정지 ▲10점 이상 승점 감점 ▲1억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스포츠정신을 훼손하고 리그의 가치를 뒤흔드는 사례였지만 상벌위는 경남에 승점 10점 감점과 벌금 7000만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논란이 됐던 하부리그 강등에 대해 경남이 앞서 K리그 챌린지 강등이 확정된터라 포함되지 않았다.
경남의 징계 수위는 선례가 됐다. 뒤이어 밝혀진 전북에 대한 징계가 강할 수 없던 이유다.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경남은 구단 수뇌부가 진행한 심판 매수였고 전북은 스카우트 1인이 벌인 일이다. 금품의 출처, 구단의 가담 여부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경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밝혀진 일인 만큼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징계양정을 법리적 해석에 국한했음을 강조했다.
시각의 차이는 여전하다. 조 위원장은 "경남에 징계를 내릴 당시에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경남은 이미 K리그 챌린지로 떨어진 상태였기에 징계를 내리는데 고민이 컸다. 팀의 열악한 상황도 감안해 결정했다. 결코 가벼운 징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전북 사례를 통해 팬들은 실추된 리그 명예와 도덕성 재고를 위해 일벌백계를 당부했다. 리딩클럽 전북에 대한 상징성이 더해진 팬들의 요구였겠지만 앞선 경남에 내려진 징계가 가벼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경남과 전북 사례처럼 과거 금품수수와 관련된 사건이 또 터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축구연맹 차원의 전수 조사 요구도 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또 다른 과거 비리 행태가 밝혀진다면 그때도 경남건은 선례가 된다. 솜방망이 처분 논란은 계속 가중될 수밖에 없다.
축구연맹은 경남 사태를 통해 2015년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했다. 최근에는 프로스포츠협회 주도아래 부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스포츠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시기에 따라 경중이 나뉘게 됐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