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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열정 - 대전 시티즌, 임충현 (하)

기사입력 2007.05.04 01:59 / 기사수정 2007.05.04 01:59

김민숙 기자


엑스포츠뉴스는 '예.스.(예비스타) 인터뷰'를 통해 내일의 슈퍼스타를 꿈꾸는 선수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첫 주인공 김형일에 이어 '예.스 인터뷰'는 대전 시티즌의 '미남 수비수' 임충현(24)과 두 번째 만남을 가져 보았다. [편집자주] 


슈팅 라이크 베컴 

최근 대전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전담 키커로 나서고 있는 임충현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임충현의 킥은 보기 좋은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히 상대팀의 골문 앞에 떨어지고는 한다. 이관우의 이적 이후, 전담 키커가 없어서 아쉬운 순간이 많았던 대전으로서는 이러한 임충현의 존재가 꽤 힘이 될 것이다. 

"킥은 원래 자신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조금 좋은 편이었으니까, 자꾸 더 연습을 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좋아졌어요"

"크로스랑 드로잉에는 자신이 있어요. 또 스피드도 있어서 돌파할 수 있고요. 그게 제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패스하는 것도 좀 자신이 없고요. 지금부터는 그 부분을 보완해야죠."

자신의 장단점을 꼽아보라고 하자 임충현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을 차례대로 꼽는다.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수줍어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참으로 침착해 보여, 플레이처럼 인터뷰 솜씨도 침착하다고 알려주자, 임충현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도 프로에 있었으니까요. 이래봬도 3년차잖아요."

그렇다. 그는 프로다. 그리고 프로에게는 목표가 있는 법. 임충현에게도 분명한 목표가 있다. 축구를 하면서 똑 닮아가고 싶은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목표.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베컴이에요. 킥이 너무 좋잖아요. 저도 더 연습해서 베컴처럼 되고 싶어요. 닮고 싶다고 생각되는 선수는 '베컴'밖에 없어요."

그런 임충현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슈팅 라이크 베컴'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지금도 임충현의 킥은 꽤 훌륭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K리그 최고의 키커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릴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그에겐 젊음이 있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프로로서의 의지가 있으므로 그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성장 끝에는 분명히 임충현 그도 베컴처럼 아름답게 슈팅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온도로 달리기. 

"성남은 좀 엄격한 편이에요. 규칙이 엄하고, 벌금도 센 편이죠. 기억나는 일이요? 음…… 그때가 5월쯤이라서 날씨가 더웠어요. 그래서 제가 반소매를 입었죠. 그랬는데 반팔 입으라고 말 안 했는데 입었다고 20만 원을 벌금으로 냈어요. 양말도 안 신으면 벌금이에요. 그건 뭐 감기에 걸릴까 봐 그러는 거지만 어쨌든 좀 엄격한 편이에요."

성남과 대전은 극과 극의 팀이다. 성남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했던 전통의 강호라면, 대전은 창단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본 적이 없는 약팀이다. 팀의 재정 상태도 판이하다. 성남은 탄탄한 재정 상태로 팀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대전은 언제나 열악한 재정 문제로 고충을 겪어 왔다. 

"대전에 오고 나서는 일단 경기를 뛰니까 좋죠. 그리고 형일이도 말했지만, 진짜 대전은 다른 팀한테 소문이 되게 좋게 나있어요. 숙소 생활이 자율적이고, 다른 팀들은 간섭도 많이 하고 그런데 대전은 안 그렇다고. 다른 팀에 있는 선수들이 다 좋은 줄 알아요. 물론 좋기도 한데, 안 좋은 점도 있잖아요. 그런데 좋은 것만 소문이 나있어요."

이렇게 극과 극의 두 팀을 차례대로 겪어본 임충현은 딱히 어느 한 팀이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차이점에 대해서 차분하게 털어놓는다."

"대전은 진짜 너무 가족 같아요. 분명히 좋은 점이긴 하지만 가끔은 마이너스죠. 너무 가족 같으니까 때로는 프로팀이 맞나~ 그런 생각 들거든요."

한 가지 면만 보지 않는 것. 그것은 임충현의 특징이다.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하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말할 줄 아는 임충현의 시야는 냉정하고 정확해 보인다. 

"수비수가 갖춰야 하는 역량이라…… 냉정함과 침착함이라고 생각해요."

아니나 다를까. 임충현은 수비수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서도 냉정함과 침착함을 꼽는다. 실제로도 임충현은 아주 침착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다. 상대방이 역습을 해오는 위급한 순간에도 임충현은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를 차분하게 펼친다. 그런 임충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선수는 쉽게 달아오르지도 쉽게 식어버리지도 않는 자신만의 온도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온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임충현은 지금 그 온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아름다운 열정.
 

"가족은 부모님이랑 저, 여동생 해서 네 명이에요. 아버지는 매번 경기 때마다 경기장에 오세요. 익산에 계시지만, 수원에서 경기를 해도 오시고 인천에서 해도 오시죠.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여동생도 운동을 해요. 태권도 선순데 전국 체전에도 나가고 그래요. 이름이요? 임수연이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임충현의 얼굴에는 그간에는 볼 수 없던 표정이 서린다. 귀여움받고 자란 외동아들의 표정. 자신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 다니시는 아버지에게 고마워하는 표정. 전국 체전에서 수상한 경험도 있는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는 표정.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족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표정.

"숙소가 좀 외진 데 있으니까 군것질 거리를 사러 나가는 것도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늘 챙겨서 보내줘요. 결혼한 형들이나 여자 친구가 있는 선수들은 부인이나 애인들이 챙겨주지만. 전 집에서 챙겨주는 편이에요."

"월급은, 통장을 처음부터 집에서 가져가고 용돈을 받아쓰는데 별로 불편한 건 없어요. 게임 많이 뛰고 그러면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받고 좀 별로다 싶으면 60만 원. 제일 많이 받은 게 150이었어요. 한 마디로 용돈도 '능력치'별로 다르게 받는 거죠. 이번 달에 150만 원 받았어요."

요즘 경기에 많이 출장하면서 용돈도 덩달아 올라간 모양이다. 지금까지 중 최고로 많은 용돈을 받은 것이 임충현으로서는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슬쩍 지나치는 말에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 같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여자 친구가 없다고? 정말? 

"없어요. 진짜 없어요. 왜 안 믿지?"

재차 던져진 질문에 손까지 저어 보인 임충현은 결국 하소연하는 표정이 되고 만다.

"없어서 힘든데, 다들 있는 줄 알아요. 여자 친구 없으니까, 시간 있으면 친구들하고 놀아요. 그냥 옷 사러 다니고, 돌아다니고. 남자들끼리 영화도 봐요. 기억에 남는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그거 보고 울었어요. 비열한 거리도 재밌게 봤고요."

"대전하고는 3년 계약을 했어요. 그런 다음엔 일본에서 한 번 뛰어보고 싶어요. 일본 생활도 해보고 싶고. 일본에서 경기를 했을 때, 잘한 적이 많아요. 성남에 있을 때도 일본에서 경기했을 때, 결승골도 넣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일본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은퇴하고 나면, 애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임충현에게는 꿈이 많다. 그는 낯선 타지에서 뛰어보고 싶기도 하고, 어린 새싹들에 축구를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열심히 달리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임충현은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달리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임충현은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자주 웃기 시작한 것은 출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일이 잦아지면서부터인지도 모른다. 달린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행복한 일일까?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 축구란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져 질문을 던지자, 임충현은 쉽지 않은 질문이라는 듯 잠깐 고개를 숙인다.

"다른 선수들 보니까 '내 삶의 의미?' 뭐 그런 멋진 말 많이 하던데, 그런 말은 누가 하는 거예요?"

그리고 고개를 들면, 장난스레 묻는 말. 처음엔 무슨 질문에든 짧은 대답만 하던 임충현이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웃고 농담을 하고 후배의 인터뷰에 두어 마디 추임새를 넣기도 하는 모습이 처음의 모습과는 참 다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임충현은 늘 그렇게, 처음에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쯤의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자신의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사람. 임충현은 그렇게 침착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인 것이다.

결국, 임충현은 자신에게 축구가 무엇인지 대답하지 않는다. 어쩌면 임충현은 아직까진 성급하게 축구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싫은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갓 출발 지점에 섰기 때문이다. 골인 지점은 저 멀리에 있고 지금의 임충현에게는 그 지점까지 힘차게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임충현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오직 열심히 그라운드 위를 달리겠다는 단순한 열정뿐이다. 요즘의 임충현을 보면 그런 단순한 열정이 느껴진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하는 열정. 오직 한 가지만 바라고 그 한 가지만을 위하는 열정. 그 아름다운 열정 때문에 요즘의 임충현은 참 아름답다.  



김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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