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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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관평] '도리안 그레이' 볼거리 가득하지만 개연성 아쉽네

기사입력 2016.09.12 15:45 / 기사수정 2016.09.12 15:4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젊음은 한 순간에 불과하다. 마치 붉은 장미꽃처럼, 꽃을 피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어 버린다. 

그런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다녔다. 현대인들은 성형까지 불사한다. 젊음을 추구하는 욕망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영원한 젊음은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도리안 그레이 역시 자신의 외모와 아름다움에 집착했던 인물이다. 초상화에게 영혼을 팔면서까지 젊음을 지키려고 했다.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중인 '도리안 그레이'는 19세기 유미주의 소설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김준수 분)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는 이야기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초연인 만큼 과연 완벽하게 다듬어졌을까 하는 의구심과 새로운 내용, 캐릭터와 관련한 기대가 공존했다. 

절반의 성공이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소설을 무대로 옮기기 쉽지 않을 터다. 그럼에도 뚜렷한 성격의 캐릭터들과 강렬함과 애절함을 오가는 넘버, 귀에 익숙한 쇼팽의 연주곡의 적절한 삽입 등으로 몰입을 높였다.

도리안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무용부터 쾌락을 의미하는 댄스까지 예술적 요소도 활용했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준수를 위한 뮤지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준수와 앙상블의 역동적인 댄스 군무가 펼쳐지는데, 마치 콘서트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부를 만큼 현란하다. 

영상을 통해 무대라는 한계를 넘고자 하는 시도도 돋보인다. 스산하고 적막한 분위기의 무대와 대조적으로, 영상을 통한 시각적인 볼거리가 두드러진다. 해외에서 촬영한 영상과 아름다운 도리안을 완벽하게 구현한 초상화까지 화려함으로 중무장했다.



문제는 개연성이다. 드라마가 다소 헐거워서 부분적으로 주변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기 어렵다.

시빌의 등장도 갑작스럽고 이뤄지고 시빌의 죽음도 도리안의 대사를 통해 알려진다. 2막에서는 갑자기 20년 후로 건너뛴다. 도리안을 그토록 증오한 샬롯, 배질과 도리안의 동성애 로맨스는 중간의 감정이 생략돼 뜬금없이 다가온다. 감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쏟아지는 현학적인 대사는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화려한 영상과 멋진 대사들만으로는 뒤떨어진 개연성을 메우긴 어려워 보인다.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등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로 작품을 뒷받침한다.

김준수는 '드라큘라', '엘리자벳', '디셈버', '천국의 눈물', '모차르트', '데스노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공연계에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도리안 그레이’에서도 아름다운 청년에서 탐욕에 빠진 도리안 캐릭터에 흠뻑 젖어 몰입했다. 추상적인 캐릭터에 일가견이 있는 김준수는 역시나 예사롭지 않은 도리안의 순수한 모습부터 타락한 모습까지 소화한다. 

도리안을 통해 아름다움의 양면성을 연구하려는 헨리 워튼(박은태), 도리안의 타락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화가 배질 홀워드(최재웅)가 도리안을 두고 대립한다. “젊음은 잠시만 머물러서 가치 있다”, “젊음은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아름다움”이라며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데렐라로 떠오른 신예 홍서영은 초반에는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이후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줬다.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70분. 13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씨제스컬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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