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올해 봄 어느날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 엇박자에 연일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타율 꼴찌였던 타선은 이번에도 말썽이었다.
2점 내기가 힘들어 졌던 날, 박흥식 타격코치에게 "타자들이 왜이렇게 못칩니까?"라고 물었다. 캠프때부터 기대했던 부분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궁금함 반, 답답함 반으로 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몇 주 후 이번엔 박흥식 코치가 반대로 질문을 했다. "아직도 우리애들이 못친다고 생각하십니까?"
KIA 타선에 확실히 짜임새가 생겼다. KIA는 10일까지 팀 타율 5위(0.289), 팀 홈런 2위(97개), 장타율 2위(0.460), 득점권 타율 4위(0.293)를 기록 중이다. 1번부터 7번까지 쉽게 거를 수 없는 타자들도 늘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6명(김주찬,이범호,필,서동욱,김호령,나지완)이다.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타선이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씩 큰 그림이 그려진다.
타선 변화 뒤에는 비난도 묵묵히 견딘 박흥식 코치가 있었다. 끝내 타율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지난해. 타격 책임자인 박 코치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컸다. 하지만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체질 개선' 체력과 하체 힘을 길러라
박흥식 코치는 김기태 감독이 KIA에 부임하면서 7년만에 KIA에 돌아왔다. 그사이 넥센과 롯데를 거쳐 여러 간판급 타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박 코치는 KIA 선수들의 체력 상태를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KIA 선수들에게 하체 훈련을 많이 시켰다. 특히 방망이를 칠 때는 골반 힘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이 전혀 안되어 있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훈련 다음날 잘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을 하면 타구도 강해지고 비거리도 생길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하체 내전근과 연결된 골반에 힘이 없으면 타구 회전력이 안생긴다. 골반 힘이 좋아지면 방망이가 나가다가도 멈춘다. 힘이 없으면 상체로 쳐야한다. '볼이네?' 하다가도 못멈춰서 헛스윙이 된다. 반대로 멈출 수 있으면 볼카운트가 유리해진다. 그러면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게 되어있다. 이게 정말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다."
체력과 하체 힘을 기르도록 강하게 주문한 뒤에는 박흥식 코치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숱한 타자들의 스승이었고, 자기 자신 역시 그 선수들을 거치며 배운 것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내가 선수들에게 늘 강조하는 이야기다. 이 방법이 틀리면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업그레이드 됐었다. 솔직히 작년에 우리 선수들을 처음 만나보니 체력이 개판이었다. '아 너희가 체력이 약해서 타구에 힘이 안실렸던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맡은 몫이었다. 작년엔 성적이 안나 욕을 먹더라도 지켜봤다."
◆ 김주형 그리고 서동욱
김주형은 KIA가 10년 넘게 지켜본 유망주다. 여러 감독, 여러 타격코치를 거치면서도 김주형은 늘 팀내 유망주 1순위였다. 그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였다. 그동안 꽃을 피우지 못했던 그는 올해 코칭스태프와 합심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초반 유격수로도 나섰으나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몇차례 한 이후 페이스가 꺾였다. 현재는 팀 상황상 대타 출전, 교체 투입 경기가 많지만 타격에서만큼은 그 어떤 시즌보다 좋은 활약 중이다. 선수 본인도 자신감을 더 찾았다.
"김주형은 소질이 있는 선수다. 타격코치로 봤을때 김주형은 내년이 '피크'가 될 것 같다. 예전엔 퍼져나왔던 스윙이 상당히 간결해졌다. 벤치에 오래 앉아있다가 나가면 누구도 치기 힘들다. 이승엽도 그렇겐 못친다. 경기 출장을 많이 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것은 선수 본인이 찾아야할 몫이다."
무상 트레이드로 이적해 온 서동욱은 KIA 타선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박흥식 코치도 주저 않고 "동욱이는 보배같은 존재다.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고 했다.
"동욱이가 우리 팀에서 하는 행동이나 야구하는 수준이 대단하다. 우리 애들이 그동안 못봤던 것을 한다. 서동욱의 스윙은 공이 맞는 면이 많다. 그런 스윙을 해야한다. 먹히더라도 안타가 될 확률이 많은 스윙이다. 잘칠 수 밖에 없다. 주형이나 동욱이나 그동안은 비슷한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다. 서동욱은 기회를 주니까 잡았다. 김주형도 기회를 주면 지금의 서동욱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 "예상보다 더 잘해주고 있다"
박흥식 코치는 예상보다 타자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전반기가 끝나고 7~8월 더울 때쯤 힘이 붙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잘해주고 있다. 그래서 고맙다"는게 그의 진심이다.
무엇보다 야구 선배로서 선수들이 결과보다 과정을 생각하며 야구하는 재미를 느끼길 바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KIA의 선수 구성 특성상 부족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안타 치기 전의 내용이 중요하다. 내가 유인구에 속았느냐 아니냐. 그걸 참아야 자신이 원하는 공을 칠 기회가 생긴다.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그걸 이해한다. 타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 결국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져야한다. 작년까지는 매번 투수와의 싸움에서 불리하니까 자기 공을 못치고 제대로 스윙을 못했다."
야구에 대한 완성도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봤을때 박흥식 코치는 현재 KIA 선수들의 점수를 60점으로 매겼다. 그리고 승부수는 이 모든 것들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내년이다. 만약 올해 포스트시즌에 가게 된다면 안치홍, 김선빈의 합류도 기대된다. 그렇게만 돼도 내년을 위한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쓰여진다.
"선수들이 '야구는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투수와의 싸움은 이렇게 하는거구나'하는 이해를 이제 60%정도 온 것 같다. 여기서 10%만 더 업그레이드 시켜도 우리는 짜임새있는 팀이 된다. 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 누가 욕을 하더라도 가야한다. 선수들이 발전하는게 눈에 보인다. 물론 늘 좋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선수들이 야구를 이해하며 한다는 그 자체로 팀 전력 자체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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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