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그동안 생각하고 걸어왔던 길이 옳았다. 자신의 신념이 건강한 새로운 세대를 배출하는 뜻깊은 경험이었다.
지난 4월, 어느 때보다 밝게 웃은 '비키니 선수' 홍유리의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늘 자신을 강조하던 비키니 대신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고 서있던 자리도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그였다.
사실 홍유리는 대표적인 '몸매 좋은 언니'다. 2014년 GNC 머슬펌프WFF 세계대회 비키니모델 2위, 지난해 나바코리아 미스비키니 프로 2위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한때는 웬만한 남성보다 더 근육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선수보다 뒤에서 보좌하는 역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선수를 벗어 던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팀JT의 코치로 후진을 양성하는데 더 푹 빠져있다. 지난 4월에 열린 나바코리아 비키니 종목서 팀JT는 우승자 형주현을 배출했고 다른 선수들도 전원 입상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비키니 선수와 코치로 이중생활을 하는 홍유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선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기분이 어땠나.
"우리가 했던 것을 인정받아 뿌듯했다. '가는 길이 맞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몸을 만드는 입장이었지만 다수의 선수를 이끌어보진 못했다. 선수마다 체질이 다 달라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을 더 끌고 나가 전문화시켜도 된다는 합격을 받은 것 같다."
- 가는 길이라면 무엇인가.
"건강하게 몸을 만드는 것이다. 비키니라는 종목이 나온 이유가 내츄럴한 방식으로 가장 아름다운 몸을 만들자는데 있다. 예전에는 여자선수들이 보디빌딩에 기초하다 보니 몸이 빨리 망가지고 남성화가 됐다. 그래서 우리 팀은 여자에게 맞는 식재료를 찾아 몸을 만드는 것에 신경을 썼다."
- 내츄럴과 건강식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코치를 하다 보니 선수들의 수명이 고민됐다. 나는 이 종목의 2세대라 할 수 있는데 1세대 분들의 현역 수명이 굉장히 짧았다. 이유가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종목에 어울리지 않는 식단이었다. 보충제가 아닌 자연식부터 시작해야 오래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활동분야를 넓힐 수 있다."
- 비키니 종목의 팀을 꾸리게 된 배경이 있는가.
"국내 비키니 종목은 역사가 길지 않다. 내가 선수로 뛸 때는 종목 인식이 없어 준비하는데 많이 고생했다. 혼자 하다 보면 지쳐서 관두는 것이 많기에 체계적으로 팀 체제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 살펴보니 스포츠과학부 석사 출신이던데.
"피트니스를 통한 사업화 효과에 대해 석사논문을 썼다. 논문의 핵심도 비키니다. 스포츠모델과 피지크 종목은 일반인이 다가가기 힘들지만 비키니는 조금만 운동했던 분들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비키니 선수들의 식단, 운동방법, 라이프스타일 등을 상업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다."
- 언제부턴가 몸짱의 정의가 달라졌다. 최근에는 마른 몸매보다 머슬퀸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SNS가 큰 역할을 했다. 랜덤으로 뜨는 사진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좋은 여성 사진에 손이 간다. 눌러보고 싶고 확인하면 멋있게 느껴지니 붐을 탔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모습이 '성공한 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본다. 2009년에 캘리포니아 피트니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근육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몫 했다."
- 비키니 전문 선수를 지원하는 일반인이 많을 것 같다. 팀원 모집의 기준이 있는가.
"이 분야가 화려해 보이니까. 하지만 무대에 오르려면 굉장히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연습과 운동의 반복이다. 복합적인 욕구를 억눌러야 하기에 이점을 중점으로 본다.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팀단위로 운영되기에 단체 생활에 맞는 인성이 필요하다. 주로 지원자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평소 행실을 주목한다."
- 어쨌든 출발이 굉장히 좋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생기지는 않았나.
"부담이라기보다 다음 기수를 받으면서 기존의 방식을 더욱 체계화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금도 하나하나씩 바꿔나가고 있다."
- 후배 양성에 몰두한다는데 몸은 여전히 선수 같다. 운동하는 시간이 줄지 않았나.
"줄었다. 내 몸이 걱정이다(웃음). 내가 선수로 뛰어야 친구들 심정을 알 수 있기에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더구나 비키니 종목은 트랜드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대회를 안 뛰면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몸을 보여줘야 롤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
- 최근에는 머슬 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던데.
"개인적으로 자부하는 것이 있는데 비키니 선수가 심사위원이 된 것은 내가 처음이다. 머슬 대회서 필라테스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이 심사위원이 됐다. 보기에 이쁘고 따라하고 싶던 사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계기가 돼 기쁘다."
- 코치와 심사위원, 선수 다음의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피트니스 역사를 보자면 가장 먼저 이슈가 됐던 2011년이 1세대, 내가 선수로 뛰기 시작한 2013년이 2세대 정도 된다. 앞서 말했지만 1세대 분들의 활약 시기가 짧아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 물론 1세대 분들의 몸을 보며 배운 점이 많아도 비키니 분야에 대한 선구자는 없다. 내 동기들과 얘기하는 것이 2세대인 우리가 유산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스펙트럼 확장이 중요하다. 요즘 들어 잠깐 선수했던 사람들이 TV에 나와 운동을 가르치는데 전문성이 없다. 그러다 보니 피트니스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피트니스를 알리는 것은 고맙지만 전문성은 구별해줬으면 한다. 우리가 그 길을 보여주겠다."
-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피트니스는 아직 흰 도화지다. 그림이 없다. 생각하는 대로 붓을 들고 그리는 중이다. 차근차근 건강한 피트니스의 방안을 만들어보고 싶다. 우리 몸, 현지에 맞는 식단으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내 고민이자 목표다. 이를 위해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도 준비 중이다. 또한 팀 JT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선수 양성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 사업을 발전시키고 싶다."
[장소=서피비치, 래시가드/아쿠아슈즈=휠라(FILA), 선글라스=SNDR, 촬영지원=스프링데이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주선진 뷰티아티스트]
puyol@xportsnews.com / 사진=양양, 권혁재 기자
◆인터뷰 전문보기
[머슬&패션①] "이제는 팀 스포츠" 피트니스의 세계
[머슬&패션③] 비키니 어벤져스, 하루아침에 되지 않았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