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베테랑 배우 윤여정이 영화 '계춘할망'(창감독)으로 한결같은 존재감을 내보였다.
5월 19일 개봉한 '계춘할망'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김고은 분)와 오매불망 손녀바보인 계춘할망(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가족 감동 드라마. 극 중 윤여정은 평범하고 소박한 제주도 할머니 계춘으로 등장해 따뜻한 면모를 선보인다.
윤여정은 "편견일 수도 있지만, 영화가 모두 드라마틱하고 자극적인 면이 있다면 '계춘할망'은 어떤 누가 정말 열심히, 순수한 마음으로 쓴 것 같았다"고 시나리오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작품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제작사 대표와 나눈 대화가 윤여정의 마음을 움직였다. 해녀 캐릭터인 계춘할망을 자신이 연기하기에는 '이미지가 너무 도시적이지 않냐'는 물음에 제작사 대표는 "선생님, 이미 도회적인 이미지는 소진되셨습니다"라며 끈질기게 구애했고, 그 솔직한 평에 이끌려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서게 됐다.
제주도를 중심을 진행된 촬영은 윤여정에게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몇 십 명의 성격이 다른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지 않나. 영화는 종합예술인 것 같다"며 촬영 현장을 떠올린 윤여정은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나날이 투쟁이었다"고 직언을 날리며 뱀장어에게 물린 기억과 두꺼운 고무 재질의 해녀복을 벗다 귀가 찢어졌던 사연까지 함께 전했다.
윤여정이 '계춘할망'을 찍으며 가장 많이 떠올렸던 인물은 자신의 증조할머니였다.
"어렸을 때는 (그 사랑을) 몰랐다"고 운을 뗀 윤여정은 "제가 몇 대 독자의 딸이었는데, 그 집안에 아이가 태어난 게 몇 십 년만이었고 또 손주가 낳은 아이이니 얼마나 예뻤겠나.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느낌은 음식을 씹어서 나를 먹여주고 그런 것이었는데, 그게 너무 비위생적인 것 같아서 더러운 것 같았고 싫었다. 쉰 살이 넘어 문득 생각을 하니 '할머니가 얼마나 슬펐을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보통 엄마들은 아이들을 자꾸 가르치려고 하지 않나. 근데 증조할머니였으니, 내 모든 모습이 얼마나 예쁘셨을까 싶었다. 그걸 너무 나중에 알게 된 거다. 그래서 이 영화는 증조할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로 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김고은을 바라볼 때 '증조할머니가 이러셨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계춘할망' 속 푸근한 할머니부터 세련되고 도시적인 역할까지, 일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며 다양한 작품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그다.
인터뷰 내내 자신을 '노배우'라고 칭하는 윤여정에게 이유를 물으니 "특별한 고민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윤여정은 "여배우라고 하면 화려하고 예쁘고, 보통 그런 이미지로 돼 있지 않나. 연기할 때도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일하는 편이다. 나이 70이면 노배우지 않나.(웃음) 이 나이가 되면 고정관념이 강해지는데, 여배우면 안경도 벗고 속눈썹도 붙이고 예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여배우라는 말도 좋은 의미로 붙여졌을 거라고 본다"며 웃음 지었다.
여전히 작품을 선택할 때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것을 우선시한다는 윤여정은 "작품이 나를 움직였으니까, 관객들도 나 같은 마음으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영화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영화에서만이라도 아름답고 예쁜 얘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진심을 꺼내놓는 그다.
오랜 연기 경험과 연륜을 통해 얻은 자연스러운 인생의 순리대로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있는 윤여정은 "뭐가 남을까, 잃을까 걱정 안하려고 한다. '계춘할망'도 그렇게 온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쯤 되면 너무나 실패를 많이 겪고, 또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 것도 의도하고 하는 것은 없다"면서 다시 한 번 미소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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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