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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초점] '조영남 사태', 미술계는 어떻게 볼까

기사입력 2016.05.17 15:24 / 기사수정 2016.05.17 15:24

정지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가수 조영남 대작 의혹 사건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대중의 뜨악함과 달리, 미술계에서는 오히려 "오래된 관행"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분위기다. 대중이 그동안 미술계에 상당히 무지했음을 깨달게 된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 무명 화가 A씨가 2009년부터 7년간 한 점에 10만 원을 받고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며 강릉지검 속초지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 조영남은 작품에 단가를 매겨 돈을 지불한 사실이 없으며, A씨에게 간 금전은 그가 요구했던 재료비와 정해지지 않은 수고비의 명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 여파는 상당하지만, 정작 미술계 관계자 대부분은 "이는 오래된 관행일 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학을 전공한 동양대학교 교수 진중권은 '콘셉트 제공자'가 누구냐에 따라 대작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 주장했다.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일반화된 관행이며, 만약 조영남이 콘셉트를 제공했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 콘셉트를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 될 것이라 밝혔다.
 
미술계 종사자 B씨 역시 진중권 교수와 비슷한 입장. B씨는 17일 엑스포츠뉴스에 이러한 미술계 관행이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밝힌 뒤 "조영남이 기획의도 제안 및 밑바탕을 다지고 조수들과 논의하며 작품을 완성한 뒤, 해당 작품을 전시했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미술 평론가 C씨 역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 조영남의 미학을 혹평한 적 있다고 밝힌 C씨는 "그러나 이번 소동에서 조영남이 남달리 비판받을 위치에 있진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수들이 작가의 창작을 대신하는 미술계 관행은 완성도 높은 작품이 작가 개인이 아닌 전문 인력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걸 미술계 공동체가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번 '조영남 사태' 역시 미술계 관행과 생리에 대해 대중과 언론이 너무 몰라서 생긴 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도의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진중권 교수는 "원칙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애매하게 경계선 양 쪽에 걸리는 부분이 없진 않다.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씨 역시 비슷한 입장. B씨는 "구매자가 '조영남이 만들었다'는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그의 작품을 샀다면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라도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도의적인 문제가 발발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결론이다.
 
반면 미술평론가 C씨는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일축했다. 많은 이들이 아이폰을 스티브 잡스 개인과 동격으로 이해하곤 하지만, 아이폰의 모든 속성은 애플 소속 전문 인력들이 협력해서 만든 것이라는 예시로 든 C씨는 "작품 창작의 물리적인 노동은 전문 인력이 대체하고 작품의 브랜드를 작가의 이름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jeewonjeong@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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