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짜릿한 156분이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은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라는 성경 누가복음 구절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낚싯대에 미끼를 끼워 넣는 쿠니무라 준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우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똘똘 뭉친 시골 마을이다. 마을에는 괴이한 사건이 이어진다. 잔인한 살인과 함께 범인으로 보이는 이들 역시 정체불명의 피부병을 앓고 발작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한 것. 경찰에서는 야생 버섯을 잘못 먹고 생긴 질병이라 생각했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에서 온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범인이라는 소문이 확산된다.
경찰인 종구(곽도원)는 소문에 대해서 개의치 않았지만 무명(천우희)의 증언과 고라니를 뜯어 먹고 괴물처럼 변한 외지인의 모습을 봤다는 마을 사람의 증언으로 외지인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종구는 동료 경찰,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부사제와 함께 외지인의 집을 향한다. 종구의 동료는 외지인의 집에서 피해자들의 물건을 발견했다 말하고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의 실내화도 건네준다. 효진은 한동안 끙끙 앓더니 폭력적으로 변하고 부모님도 못 알아보게 된다. 종구는 외지인에게 마을을 떠나라 경고했고 이후 효진의 증세는 심각해져 간다.
결국 종구의 모친은 용하다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부르게 된다. 일광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굿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실체 없는 소문과 함께 그 사이에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실체를 찾기 위한 모습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성경 구절로 시작됨과 함께 한국의 토속신앙,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적 색채가 등장함과 함께 좀비를 연상케 하는 모습도 보인다. 외적인 추격 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이어지는 인물들의 추격에서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긴장감 넘치는 묘사의 진가가 드러난다. 결말을 향해 156분을 달려가며 거듭되는 반전은 영화가 펼쳐지는 동안에도 관객의 생각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게다가 영화 초반부에는 코믹적인 요소까지 곁들여지며 관객의 마음을 이리저리 오고간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곡성'을 빛나게 했다. 일본의 대배우로 일컬어 지는 쿠니무라 준은 낯선 외지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많은 대사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빛과 분위기만으로도 영화를 지배하고 있었다.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은 영화에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소문을 향한 의심 등 내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곽도원은 극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순탄하게 이끌 수 있었다.
영화 시작 후 꽤 시간이 지난 뒤 등장하는 황정민은 가히 압도적이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특히 나홍진 감독이 극찬한 굿 장면은 진짜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눈을 뗄 수 없다. 천우희 또한 극의 한 무게를 담당한다. 영화의 시선을 담당할 정도로 천우희가 연기한 무명의 모습은 그가 입고 있던 하얀 옷처럼 많은 여운을 남긴다.
주목할 만한 배우는 아역 김환희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을 떠올릴 만큼 어린 아역배우는 성인 못지 않은 연기를 보였다.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이처럼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연출과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이 긴박감 넘치는 시나리오와 잘 어우러졌다. 영화를 보고 난 며칠 뒤에도 문득 다시 생각나는, 장면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할 수 있는, 자꾸 생각나는 그런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11일 전야 개봉. 156분.
true@xportsnews.com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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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