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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을 가져라" 'KIA 멘토' 변신한 최희섭

기사입력 2016.05.04 10:02 / 기사수정 2016.05.04 10:02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 3일 오후. 챔피언스 필드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유니폼이 아닌, 편한 사복 차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키로 눈에 띄는 남자 최희섭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오는 15일 광주 한화전에서 서재응과 최희섭의 공동 은퇴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볼티모어와 미네소타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던 최희섭은 3일 선배 서재응과 함께 챔피언스 필드를 찾아 인사를 나눴다.

최희섭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미국에서의 코치 연수를 받은게 즐거운 경험이었다"는 그는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을 기억하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모두들 잘해주셨고 특히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며 연수 시절을 돌아봤다. 

오랜만에 최희섭을 본 KIA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반갑기는 마찬가지. 김기태 감독은 최희섭에게 "야구장을 자주 찾아와서 후배들을 만나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는 "그냥 야구 계속 해도 될 것 같다. 은퇴를 해서 아쉽지 않냐"며 여러가지를 물었다. 최희섭은 웃으며 "야구를 너무 오랫동안 했다. 미련은 없다"고 답했다. 

여유있는 생활로 돌아간 최희섭은 "얼굴이 폈다"는 칭찬에 "지금이 좋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한발짝 물러나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지만 선수에서 비선수가 되면 시야가 달라지는게 사실이다. 

최희섭은 "마이너리그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마이너리그는 우리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야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물론 환경의 차이는 있다. 그곳에서는 200명 중에 단 한명만 콜업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선수층이 두껍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마이너리그 선수가 됐다는 자체로도 행복해하며 야구를 즐긴다. 그런 부분이 참 부럽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야구를 즐겁게 한다'는 것은 듣기에는 쉬워보여도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다. 우리의 야구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힘겨운 경쟁 속에서 선수들 스스로도 경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경기 도중 선수가 실책을 하면 무섭게 다그치는 분위기가 아니다"는 최희섭은 "오히려 감독이 웃으며 '너 그것밖에 못하니?' 이런식으로 농담을 하면 다른 선수들도 환호를 하거나 박수를 치면서 실수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준다. 그런 분위기들이 선수에게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미국에서 뛰는 야구 선수들은 단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하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치 연수를 끝낸 최희섭은 곧 향후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KIA 경기에 꾸준히 들러 후배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김기태 감독의 부탁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은퇴한 선배들이 클럽하우스에 종종 들러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압박감을 받는 선수들에게는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희섭은 "KIA 후배들에게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다. 프로 선수라면 자신감과 자부심이 필요하다. 내가 뛰는 팀이 어떤 팀이고 그 팀에서 나는 스스로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끼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KIA는 전통이 있는 팀이고, 이 팀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뛴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신인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도 팀에 대한 교육이 우선 되야 한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NYR@xportsnews.com/사진=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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