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꿈을 꾸는 것조차 무모해보였던 기적이 일어났다. 레스터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문턱은 커녕 최상위리그의 공기조차 낯설었던 레스터시티가 일을 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레스터시티를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레스터시티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라니에리 감독으로선 다시 올라설 발판으로 레스터시티를 택했고 놀라운 드라마를 완성했다.
◎ 초현실주의 4-4-2
라니에리 감독은 우승을 확정하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 "나는 현실주의자"라고 설명했다. 레스터시티에 부임한 후에 우승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의미였고 그저 한경기 한경기 잔류를 위한 방법을 찾아나갔다. 라니에리 감독이 꺼낸 카드는 현대 축구 흐름에 역행하는 법이었다. 모두 점유율과 공격축구를 말할 때 라니에리 감독은 수비를 택했다. 올 시즌 레스터시티의 평균 볼점유율은 46%로 프리미어리그 20개팀 중 18위에 불과하다. 사장된 것으로 보이던 클래식한 4-4-2 전술을 보다 수비적으로 가다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올 시즌 22번의 리그 승리 중 무려 15차례를 한점차로 이겼다. 화려함에 가려진 실리의 힘을 라니에리 감독은 알고 있었다.
◎ 바디의 포지션 변경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히트상품은 제이미 바디다. 8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주역이 된 삶은 영화화가 될 만큼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디가 최전방 공격수로 뛴 것이 올해가 처음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그동안 빠른발을 앞세워 측면에서 크로스만 올리던 바디를 최전방 투톱의 한자리에 배치했다. 생각은 적중했다. 바디는 역습으로 실리를 추구하는데 적합한 재능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리그 5골에 불과한 오카자키 신지를 바디의 파트너로 둔 것도 이유가 다 있다. 활동량이 우수하고 전방압박이 좋은 오카자키로 인해 바디는 수비축구를 지향하는 상황에서도 최전방에서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 바디의 위치를 고정하는데 성공하면서 '달리며 해결'하는 역습축구를 완성했다.
◎ 제2의 마케렐레 캉테 영입
라니에리 감독의 선수보는 눈은 정확했다. 바디를 입맛에 맞게 활용한 것만큼 은골로 캉테 영입도 성공적이었다. 캉테도 숨은 진주다. 8부리그부터 시작한 바디와 5부리그 출신의 리야드 마레즈에게 가려졌지만 캉테도 프랑스 2부리그가 프로선수의 출발이었다. 지난 시즌에야 프랑스 1부리그에 얼굴을 내민 캉테는 라니에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레스터시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캉테는 놀라운 수비력을 바탕으로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 탈취를 보여준 캉테는 많은 활동량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터프함, 기술적인 움직임까지 갖춰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인 클로드 마케렐레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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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