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허윤영 기자] 개그우먼이기 전에 그들도 '여성'이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이하 1박 2일)에서는 특급 게스트 박나래-장도연-이국주와 함께 강원도 춘천으로 떠나는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멤버들의 저녁 식사로 시작됐다. 둘러 앉아 라면을 먹기 시작한 멤버들은 이국주가 단 세 젓가락만에 라면 한 그릇을 비우자 "한강이야"라며 "김종민은 하나도 못먹었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복불복 게임으로 '방과 방 방사이'를 진행해 몸짓만으로 제시어를 맞히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게임 중 '좀비'가 나오자 박나래와 김준호는 좀비로 완벽 빙의해 웃음을 선사했고, 이국주 역시 제시어로 '헐크'가 나오자 완벽하게 재현해 '대세' 개그우먼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민낯도 공개했다.
개그우먼 3인방은 이날도 웃음을 위해 희생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고민이 숨어 있었다.
세안을 마친 이국주에게 데프콘은 "웃기다보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이국주는 "그런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들지만, 안 받으니까 별로 신경을 안쓴다"라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표정에는 분명 무거움이 묻어났다.
박나래의 사연은 더욱 안타까웠다. 야외에서 잠을 청한 박나래에게 김준호는 "사실 니네가 여자로 안 보일 때가 있다"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어 "여자 이상으로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나래는 이에 "당연하다. 개그를 멋있게 봐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굳이 여자가 저렇게까지 웃겨야 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동정 가득한 반응이 더 싫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개그우먼이 아닌 여자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박나래는 "피부관리도 받고 이뻐지고 싶다"라며 "그런데 꾸미기 시작하면 '이제 안 웃기려나보다'라고 생각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여성 예능인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이 드문 시기다. 여성을 위한 예능을 표방한 JTBC '마녀를 부탁해' 제작발표회에서 송은이는 "여성 시청층이 많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청층은 쉽게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에, 여성 예능인 부진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웃기고 싶다는 마음과 여자로서 꾸미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여성 예능인들은 늘 '웃음'을 택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웃음을 조금이라도 포기한다면, 박나래의 말처럼 여성 예능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진다.
이런 시선들과 싸우기 위해 여성 예능인들은 오늘도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달린다. 이날 방송된 '1박 2일'에서 역시 그랬다. 민낯 공개부터 좀비로 빙의하기까지, 거침이 없었다. '걸크러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yyoung@xportsnews.com / 사진=KBS 2TV '1박 2일'
허윤영 기자 yyo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