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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이영호, '개인'으로 돌아와 전한 추억들

기사입력 2016.02.23 00:03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한국 e스포츠 사에 있어 이영호는 정말 특별한 인물이다. 그런 이영호가 은퇴를 선언하자 많은 팬이 아쉬워했다. 이제 경기로 다시 만나기는 힘들 거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이영호의 은퇴식에는 많은 팬들이 찾아와 떠나는 '최종병기'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 지켰다.

잠시 휴식을 가진 이영호가 다시 돌아왔을 때도 많은 사람은 그를 반겼다. 21일 아프리카 TV에서 가진 첫 개인 방송에서는 몰려든 시청자들로 몇 번이고 방이 터진 이후 채팅을 막은 이후에야 정상적으로 이영호의 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이영호 개인 방송의 최대 동시 시청자는 7만 명이 넘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영호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이미 이영호는 더이상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지 생각이 들 만큼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했다. 그래도 프로게이머였던, 그리고 이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일반인으로 돌아간 이영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첫 개인 방송을 끝난 다음 날 이영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거치는 의례적인 자기소개에서 이영호는 "이제 첫 개인 방송을 시작한 BJ 이영호입니다. 전 프로게이머죠"라고 소개했다. 첫 방송을 무사히 마친 이영호는 자신의 9년과 함께 앞으로 자신의 목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인터뷰는 이영호와 나눈 가벼운 이야기로 진행된 첫 편과, 그의 미래에 대해 나눈 두 번째 편으로 나눠 소개할 예정이다.

은퇴식 이후 처음 보는 거 같다. 은퇴한 이후 어떻게 지냈나?

별일 안 했다(웃음). 평범하게 쉬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구상 같은 거. 개인 방송이 결정된 이후에는 방송을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했고, 경기력을 올리기 위해 브루드 워 연습도 했다.

은퇴한 후에 '프로게이머를 더 할까?'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아직은 없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나긴 하지만 과거에 있던 일을 추억하는 정도다. 은퇴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를 하는 순간까지는 정말 열심히 했고, 은퇴한 후에는 후회한 적이 없다.

휴식기에 여러 가지 제의가 왔을 거 같은데, 아프리카 TV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가볍게 무언가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구체적인 계약안을 제시한 건 아프리카 TV였다. 단순히 방송만 하자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할지 전부 준비해서 찾아왔다. 아프리카 TV에서 열정이 느껴졌달까. 채정원 본부장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에게서도 열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프리카 TV에서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방송은 내가 생각했던 시기보다 조금 빠르게 시작했다. 브루드 워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몇 가지 일로 생각보다 이르게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반대로 개인 방송을 한다는 소식은 조금 더 빠르게 알리려 했다. 아프리카 프릭스 팀 창단식에서 개인 방송 진행도 같이 발표하려 했지만 몇몇 이슈가 있어 대국민 스타리그 결승 후 티저 정도로 암시했었다.

스타크래프트2 선수로 은퇴했는데, 브루드 워 방송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꼭 한 가지 게임으로 방송할 게 아니기에 일단 브루드 워를 선택했다. 그리고 브루드 워에서 반강제로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가는 바람에 브루드 워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브루드 워 시절 게임을 하던 많은 게이머도 비슷한 아쉬움이 있을 거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빛을 본 선수 중에서도 브루드 워에 대한 아쉬움을 가진 선수도 있다. 그 아쉬움이 남아서 브루드 워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을 길게 보고 있고, 브루드 워 말고도 다른 게임 방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브루드 워와 스타크래프트2는 어떤 의미의 게임인가.

나에게는 브루드 워와 스타크래프트2 모두 똑같은 게임이다. 둘 다 열심히 했다. 스타크래프트2는 내가 잘 풀어나가지 못해 성적을 못 냈지만, 성적이 브루드 워에 비해서 안 나왔다고 스타크래프트2를 안 좋아하지는 않는다. 똑같이 중요한 게임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브루드 워 시절 받았던 관심이 100이라면 스타크래프트2 시절 받았던 관심은 10 정도다. 첫 방송도 스타크래프트2로 했으면 그렇게 많은 분이 보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브루드 워 시절 이영호를 기억하고 와주신 게 아닐까.

스타크래프트2 시절 야외결승을 하지 못하는 등 악재가 겹쳐 분위기가 많이 식었다. 내가 열심히 해서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려 했지만 쉽지 않더라.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스타크래프트2도 잘 됐으면 좋겠다. 브루드 워든, 공허의 유산이든 같은 스타크래프트고, 팬들도 서로 갈라서 상대를 배척하기보다는 둘 다 모두 관심을 주셨으면 한다.

후배들이 잘되어야 나도 계속 기억되지 않을까. 일반적인 프로게이머라면 자신이 했던 게임에는 모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나는 둘 다 소중한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생활도 4년을 했고, 선수 생활 내내 게임을 재미있게 했다. 후배들이 잘 이끌어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생활을 4년 했다고 했는데, 그동안 브루드 워를 한 적이 있나.

단 한 판도 안했다. 그래서 편한 UI를 가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했는데 브루드 워를 하려니 잘 안되더라. 부대 지정부터 다시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인터페이스 자체가 완전 다른 게임이라 손이 안 움직인다.

개인 방송 복귀 이전 브루드 워 연습은 어떻게 했는지.

다시 마우스를 잡았을 때 '내가 하던 게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다른 게임을 한 거 같았다. 그래도 계속 스타크래프트2를 했었으니 손은 잘 움직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게다가 브루드 워는 낮에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밤에 다른 BJ들이 방송할 때 끼어들어 했는데, 하루에 15게임도 하기 힘들었다. 실력이 올라오는 속도도 빠르긴 한데, 내 성에 차지는 않는다. 더 빨리 늘 수도 있었는데 쉽지가 않았다. 다른 여러 가지 힘든 일도 있었다.

그래고 내 새 아이디를 알린 적이 없었는데 다 알고 있더라. 실력은 예전같지 않지만 게임을 같이 해보면 '이 사람이 누구다' 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누군지 숨겼는데도 (염)보성이 형은 '이거 백 퍼센트 이영호다'라고 맞추더라.

게임 연습 외에도 다른 준비 과정도 있었을 거 같다.

혼자서 방송을 켜야 하니까 방송 방법을 배운다고 배웠는데 쉽지는 않았다. 딱히 물어볼 곳이 없었던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방송 전까지는 준비를 마치고 당일 방송을 도와주러 온 아프리카 TV 관계자분들과 직전까지 테스트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방송을 켜고 시청자가 순간 몰리니까 방이 버티지를 못하더라. 그래서 몇 번이나 방을 다시 만들었고, 결국 채팅창을 얼린 상태에서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을 시작하고 긴장도 엄청 했다. 원래 포카리 스웨트를 잘 안 마시는데, 긴장되면 포카리 스웨트를 마신다. 어제도 엄청 마신 거 같다. 일분 일초가 대회 같았다. 한 경기 끝나면 진이 빠지더라. 하지만 오랜만에 설렜다. 최대 동시 시청자가 7만 명이 넘었는데, 여전히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방송을 봐주시는 분들이 고마웠다.

어제 방송 중 대회에 안 나간다는 답을 많이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철구 스타리그에 나가냐는 질문이 많았다. 안 나간다고 답을 했는데, 그분하고 뭐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대회에 나갈 실력이 안 됐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에도 쪽지가 왔는데, 정중하게 출전하지 않을 거라는 답을 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분이 어떻게 했건 내가 당한 게 없고, 남이 이야기하는 걸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는다. 나한테 뭔가 했다면 한 번 생각해보겠는데, 그냥 대회 출전해달라고 한 거고, 실력이 안 돼서 거절한 거다. 아직까지 섬세한 컨트롤이 안되고, 경기 초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을 좀 더 연습한 다음에 대회가 있다면 나갈 생각이다. 대회를 주최해서 돈을 벌려고 한 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같이 브루드 워를 흥행하기 위해 하는 일이나 내 실력이 내 마음에 들 때가 된다면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빠르면 한 달이고, 길면 석 달 정도 걸릴 거 같다.



다양한 게임을 준비 중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도 방송 예정인 건가.

방송을 길게 보고 있고, 어떤 게임이든 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블린만 했을 때 다이아2 승급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티어보다는 재미 위주로 다양한 챔피언을 하고 있다. 지금은 다이아5 정도로 내려갔다. 이블린만 했을 때는 스무 판 해서 열여덟 판을 이길 정도였다. 게임을 하면 이기고 질 때가 있는데 한창 잘됐던 시기 같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프로게이머에 도전해봐도 되지 않나.

그 정도는 아니다(웃음). 손목도 안 좋고... 게임에 집중해서 손을 많이 쓰다 보면 아직도 손목이 아프다. 하지만 수술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통증을 줄이는 노하우도 있어서 괜찮다. 선수 때는 쓰라리고 힘들 정도였다. 수술할 당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수술이 아니면 힘들다고 했다. 수술도 힘들었지만 재활도 힘들었다. 당시 살도 찌는 바람에 하루에 6시간 운동을 한 달 동안 했다.

어제 팔이 좀 아프다고 좀 쉰다고 했는데도 계속 게임하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진짜 내 팬들은 내가 힘들면 쉬라고 한다고. 나도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됐는데 막무가내로 게임하라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안 좋아져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개인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팬들과 소통을 위해서라고 했는데.

선수 시절 나는 소문이 별로 없었다. 사실 별 거 없는 사람이고,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이다(웃음). 하지만 내 팬들은 내가 선수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궁금해하고, 나도 이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기에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팀 숙소를 나와 혼자 생활하는데, 얼마 지내보니 어떤가?

제일 힘든 게 외로운 거다. 외롭다 보니 주위 사람들과 자주 연락하게 되더라. (이)제동이 형한테도 자주 연락한다. 제동이 형도 혼자 지내다 보니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똑같은 거 같다. 혼자 살면 할 게 많이 없다. 게임만 하게 된다. 그 부분이 아쉽지만, 혼자 지내는 재미도 있는 거 같다.

이영호가 빨래를 직접 한다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나와서 빨래를 처음 해봤다. 드럼 세탁기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편하더라. 사실 빨래보다는 식사가 문제다. 주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치우기가 힘들다. 내가 직접 해먹으면 설거지만 하면 되는데, 시켜먹으면 그릇 치우고 하는 게 귀찮다. 그래서 나가서 먹거나 한다. 아니면 kt 친구들이나 (정)윤종이를 불러서 같이 먹는다. 설거지야 막내 시절에 원없이 했으니 게임만큼이나 자신있다. 그 때에는 지금같은 시기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웃음).

정윤종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내게 둘도 없는 친구다. 내가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조금 '쎈' 이미지가 있었다. 낯가림도 있는 데다가 말도 쉽게 안 놓는다. 그래서 깊이 친한 사람보다는 두루두루 친한 편이다. 윤종이하고는 처음 이야기 했을 때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은퇴 후 kt 숙소에서 지낸 거로 알고 있다.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할지 정해야 했고, 그러려면 서울이 편했다. 그래서 팀에 양해를 구하고 한 달 정도 지냈다. 당시에 강도경 감독님이 진심 어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항상 내게 좋은 쪽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셨다.

처음에 은퇴한다고 했을 때는 팀 선수들도 많이 놀랐는데, 숙소를 나갈 때는 별 반응이 없었다. 어차피 계속 볼 사이라서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고 나와 오래 지냈던 선수는 얼마 없었다.

김대엽과 주성욱 둘과는 동갑이면서 오래 지내지 않았나.

둘과 동갑이고, 친하게 지낸다. 지금도 사이가 좋다. 내가 지금 집으로 옮겼을 때도 이사한 날 대엽이와 성욱이, 태양이, 윤종이가 집들이 겸 놀러 왔다. 연습을 끝내고 늦은 시간인데도 같이 와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제서야 이야기하는 건데, 8년 전 대엽이를 처음 봤을 때 내가 그때까지 봐 왔던 모든 사람 중에 가장 개념이 없는 사람이었다. 당시 팀원들 모두 공감할 거다(웃음). 어느 정도였냐면 대엽이가 모든 팀원들에게 미움을 받을 정도였다. 고등학생이라 사회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였고, 결국 집으로 한 번 쫓겨났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집에 가서 정신 차리고 온 거 같았다. 지금 대엽이가 '무해갓'이라고 불리며 팀원을 잘 챙기는데, 정말 180도 사람이 바뀐 거다. 옆에서 보면 정말 신기하다. 괄목상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내가 팔 수술을 하러 간 사이가 성욱이가 왔는데, 첫인상은 정말 무서운 친구였다. 성욱이가 눈이 조금 무서운 편이다(웃음). 그래서 말도 제대로 못 걸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이야기해 보니 비슷한 부분도 있고 해서 이후에는 친하게 지냈다. 방송에서 어색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해도 될 이야기였다. 같은 나이라도 내가 선수 경력으로는 선배니까 내가 먼저 다가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조금 아쉽고 미안했다.

(전)태양이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알던 동생이었는데, 같은 방도 오래 쓰면서 정말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고,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넷이 이사한 첫 날 왔다. 따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첫 날 와준 친구들이라 특별한 친구들이다.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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