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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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김소현, 열여덟 소녀가 꿈꾸는 첫사랑 (인터뷰)

기사입력 2016.03.06 07:35 / 기사수정 2016.03.06 07:44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열여덟 소녀가 그리는 열일곱 시절의 첫사랑과 추억은 어떤 모습일까. 배우 김소현이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 있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 김소현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라디오 DJ를 꿈꾸는 순수한 소녀 수옥 역을 맡아 도경수,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과 호흡을 맞췄다.

2008년 10살의 나이로 데뷔 이후 어느덧 8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를 통해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가진 가능성을 몸소 증명했다. '순정'은 '후아유-학교 2015'를 마친 후 곧바로 합류한 작품이었다. 6월부터 9월까지, 전남 고흥에서 '순정'과 함께 한 시간들은 김소현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순정'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소현은 "정말 긴 시간동안 자연과 함께 했어요. 너무 먼 곳으로 가서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요.(웃음) 촬영현장 분위기는 정말 자유로웠고, 또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편했죠. 건강하게 보내고 온 것 같아요"라며 지난 해 첫 촬영을 앞뒀을 당시를 떠올렸다.

힘든 점도 물론 있었다. 드라마를 마치고 '순정' 촬영을 시작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틈틈이 준비를 이어왔지만, 작품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에 계속 마음이 쓰였다.

"폭풍 같았어요.(웃음) 촬영 자체가 큰 부담이었죠. '이렇게만 준비하고 영화를 찍어도 될까'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사투리 연기를 완벽히 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었고, 언니 오빠들과 친해질 시간도 부족했어요. 영화라는 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 현장인데, 스스로 '준비가 덜 된 채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크니 현장에서도 계속 위축이 되더라고요. 뭔가 저 혼자 발을 못 붙이고 붕 떠있는 느낌이었죠."

불안했던 김소현에게 믿음을 준 것은 이은희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이었다. 이은희 감독은 김소현에게 '걱정하지 마라, 잘 하고 있으니 널 믿어라'고 격려했고, 도경수와 이다윗, 연준석 등 배우들은 평소에 잘 하지 않던 개인기까지 내보이며 김소현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웃은 김소현은 "오빠들도 힘들었을 텐데 정말 고마웠어요. 전혀 그런 오빠들이 아닌데 그렇게 해주니까 더 재미있기도 했고요. 그 때부터 저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니 그 이후는 물 흐르듯이 순조로웠다. 그렇게 초반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다섯 명의 끈끈한 우정은 스크린 속에 자연스럽게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수옥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정말 설렜다"는 것이 김소현의 설명이었다. '순정'이라는 단어가 한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물론이다.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말 설렜어요. 그 나이, 시대의 감성을 다 담아낸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정말 예쁘고, 착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도, 수옥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도 '순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극 속에서 편지를 쓰고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의 저도 편지를 많이 쓰고 또 받은 편지들은 잘 모아놓고 그랬거든요. 수옥이가 범실이에게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하면서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친구에게 풋풋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그런 것들이 정말 설레고 좋았던 것 같아요."

마을 노래자랑 대회에서 '보라빛 향기'를 열창하는 김소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순정'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발표된 노래들이지만, 나이나 세대에 상관없이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엔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본을 볼 때 노래들을 같이 찾아보면서 들었거든요. 그래서 노래들이 더 편하게 와 닿았죠. 무한궤도의 노래도 처음 들었어요. 어색하고 낯선 느낌보다는 친근하고 마음 편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저희 영화에서는 노래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영화와 잘 어울리는 좋은 노래들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직 첫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김소현은 '첫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분홍색 느낌의 예쁜 그림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첫사랑에 대한 환상이 크게 없어서요"라고 웃은 뒤 "첫사랑은 환상이나 이상형, 그런 식으로 우상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순정'에서의 첫사랑은) 그냥 굉장히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도 기존의 첫사랑과는 확실히 다른 캐릭터를 원하셨고 계속 저한테 그 부분을 생각하게 하셨죠. 일단 여자들이 봤을 때도 정말 예쁘고 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수옥이의 순수하고 착한 의도가 왜곡되지 않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죠. 정말 첫사랑을 한다면, 수옥이와 범실이 같은 그런 사랑을 했으면 좋겠네요"라고 다시 한 번 미소 짓는다.

올해는 '순정'을 시작으로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드라마 '페이지터너'까지, 김소현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그간 많은 작품을 경험해 온 그이지만, '순정'처럼 자신이 중심이 돼 긴 호흡을 갖고 이끌어가야 하는 영화는 특히 더 오랜만이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지난 해는 어느새 한 뼘 더 훌쩍 자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소현은 "많이 발전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며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이어 "'어떤 부분이 성장했을까' 생각했을 때 느꼈던 게, 지난해부터는 저를 부를 때 '아역'이라는 수식어를 적게 쓰시더라고요. 관계자분들이 '아역이라고 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네가 너무 컸다'고 하시던데요.(웃음) 주연을 맡게 된 점도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예전부터 '언제쯤 내가 주연을 맡을 수 있을까' 그게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렇게 조금 이른 시기에 영화, 드라마에서 너무나 좋은 역할을 맡게 돼 책임감도 더 커졌고, 부담감도 생겼죠. 하지만 이런 부담감도 함께 나눠주실 분들이 있으니 저 혼자 짊어지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함께 한다는 게 뭔지 알게 됐어요"라고 어른스런 모습을 뽐낸다.

열여덟 김소현이 연기했기에, 열일곱 수옥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더 진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향한 쉼 없는 채찍질로 더욱 단단한 내면을 완성하고 있는 김소현, 그가 앞으로 만들어 갈 모습에 다시 한 번 기대가 더해진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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