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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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강현종 감독의 다시 시작된 LOL 이야기

기사입력 2016.01.05 12:08 / 기사수정 2016.01.05 15:45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그야말로 놀라웠다. 그동안 e스포츠에 대해 비교적 수동적이었던 아프리카 TV가 e스포츠 팀을 창단한다는 데 한 번 놀랐고, 자신의 소환사명을 '아나키스폰좀요'로 바꿀 정도로 절실했던 '미키' 손영민의 레블스 아나키를 아프리카 TV에서 정식 창단한다는 데 두 번 놀랐다.

아프리카 TV e스포츠 팀인 '아프리카 프릭스'의 창단 소식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바로 팀 코칭 스태프였다. 전 CJ 엔투스 감독인 강현종 감독과 같은 팀 정제승 코치가 합류였다.

MIG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로 시작해 아주부의 스폰을 받은 첫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형제팀 결성을 성사시켰고, 바로 다음 결승을 통해 형제팀 모두 우승 경력을 만들어 낸 강현종 감독. 롤 케스파 컵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11월 중순 CJ 엔투스는 강현종 감독과 함께 손대영-정제승 코치의 계약 종료를 알렸다. CJ 엔투스와 계약 종료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강현종 감독의 거취가 결정된 것.

선수들의 마음에 감복해 다시 한 번 한국 무대에 도전했다는 강현종 감독. 과연 레블즈 아나키와 만나 아프리카 프릭스로 새로 태어난 강현종 감독의 심경은 어땠을까.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었다. 어떻게 아프리카 TV와 연이 닿게 되었나.

아프리카 TV에서 팀 창단을 생각하고 먼저 선수 라인업을 구성한 후 내게 연락이 왔다. 잠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국에서 다시 한 번 활동하고 싶다는 정제승 코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프리카 프릭스에 합류했다.

정제승 코치의 의견으로 아프리카 프릭스 합류 결정을 내렸는데, 어떻게 같이 움직이게 됐나.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MIG 시절 '건웅' 장건웅이 탑 라이너에서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 변경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탑 라이너를 모집해야 했다. 탑 라이너 모집 마지막 단계까지 남았던 지원자가 바로 '샤이' 박상면과 정제승 코치였다. 둘 중 한 명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샤이' 박상면을 탑 라이너로 뽑았지만, 정제승 코치도 정말 아까운 인재였다. 주 포지션이 정글러였지만 다른 탑 라이너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또래 친구보다 생각이 깊다. 기본적인 예의도 바르다. 정말 보기 힘든 좋은 친구다.

제닉스 스톰 정글러 시절 '코코' 신진영을 발굴해 낸 것도 정제승 코치다.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나와 연락이 닿아 CJ 엔투스에 코치로 추천해 같이 코칭 스태프 생활을 했다. CJ 엔투스에서 계약이 종료된 후 다른 게임단에서 정제승 코치를 영입하려 했지만, 나와 같이 움직이겠다고 전부 고사했다. 본인 말로는 의리를 지키고 싶다고 하더라. 선수로서는 같이 하지 못했지만 CJ 엔투스에서 코치 활동을 시작했고, 계속 같은 팀에서 활동하자고 이야기해 준 게 고마웠다. 그래서 같이 코칭 스태프로 일할 수 있는 팀을 찾던 와중에 아프리카 TV에서 연락이 왔다.

 

작년 CJ 엔투스의 성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쉽다. 나무가 활활 타오른 게 아니라 불이 지펴질 즈음 제대로 불붙지 못하고 꺼졌다. 작년은 4년 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선수들도 있지만, 그런 경험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감이 심한 시즌이었다.

프로게이머 초창기 시절 MIG를 보고 기회를 잘탄 팀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고생하지 않은 팀이 어디 있겠나. 두 시간 넘게 기다려서 중국 팀과 연습 경기 한 번을 겨우 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MIG 초창기의 힘든  환경에서 1승을 거두면 선수들은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틀이 잡히고 팬덤이 형성된 이후 잃을 것이 많아진 선수들이 점점 부담감을 느꼈고, 작년 시즌에는 다들 정말 힘들어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LCK 10개 팀 중 3위라면 좋은 성적인데도 CJ 엔투스와 계약이 종료됐다.

사무국이 바뀌고, 새로운 사무국에서 새로운 팀을 꾸려보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 일환으로 나와 손대영, 정제승 코치의 계약이 종료됐다. 정제승 코치는 CJ 엔투스에서 재계약 의사를 밝혔지만 정제승 코치가 정중하게 나와 함께 하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며 2015년 CJ 엔투스 코칭 스테프가 전부 팀을 나왔다.

팀을 나왔지만, 작년에 같이 한 선수들은 계속 잘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부터 계속 활동해 온 1세대 게이머들은 더 좋은 지도를 받으며 끝까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 이제 경기장에서 경기 상대로 만나게 되었지만, 옛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후회없이 좋은 경기를 펼치고 관중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CJ 엔투스 계약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정제승 코치와 함께 일본에서 강현종 감독을 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감독 생활을 하며 여태까지 내 개인적인 시간이 없었다. 집에도 1년에 설과 추석 두 번 갈 정도였다. 선수들하고 어울리며 개인적인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코칭 스태프끼리 시즌 성적이 잘 나오면 비시즌 때 여행을 가기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정제승 코치는 태어내서 해외를 여행하러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웃음).

그래서 CJ 엔투스와 계약이 끝나고 일본에 있는 지인도 만날 겸, 그리고 일본 e스포츠 문화도 볼 겸 일본에 갔었다. 작년과 올해 중국 시장이 뜨거웠고, 같은 아시아 시장인 일본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케스파 컵이 끝나고서야 여유가 생겼고,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일본에 갔었다.

일본의 리그 오브 레전드 시장은 어떻던가.

전체적으로 MBC 게임의 초창기 분위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의외로 한국 선수도 있더라. 제일 놀란 건 일본 선수들의 자세였다.

아직 일본 내 서버가 없어 북미 서버나 한국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는데, 핑이 북미 서버는 100에서 150정도, 그리고 한국 서버는 180에서 200가까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이아몬드나 마스터 등급까지 올라간 선수도 있다. 한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 서버가 없던 시절과 비슷했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선수들의 마인드와 자세에 놀랄 정도였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어떻게 지냈는지.

일본 여행을 마친 후 계속 팀을 알아보고 있었다. 나와 정제승 코치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조건에 맞는 해외팀이 두 곳 정도 있었다. 그곳과 이야기를 진행하던 중 아프리카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내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팀을 구하는 중인지 물어봤다. 그리고 나서 아프리카에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팀 창단을 하려고 하는데 선수는 이미 선발했고 코칭 스태프를 선임 중이라고 하더라. 아프리카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길래 생각할 시간을 조금 달라고 한 후 정제승 코치와 의논하고 제의를 수락했다.

예전 레블즈 아나키 선수들과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선수들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팀으로 이 선수들을 봤을 때 정말 어떤 선수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경기를 잘할 때는 정말 한없이 잘하는데, 무너질 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지는 선수들이었다.

처음으로 선수들과 만났을 때 선수들의 절실함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손영민 선수가 스폰서를 구하던 시절 자신의 소환사명을 바꿨을 정도로 절실했고, 이들에게 스폰서와 시스템만 구축되면 누구나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치 MIG 초창기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는 거 같았다.





아프리카 TV 서수길 대표와도 이야기를 나눈 거로 알고 있는데.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마련됐었다. 이 자리에서 항상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는 이야기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가야 할 방향, 그리고 항상 화이팅 넘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올해 목표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감독으로 매 시즌 들었던 질문이다. 창단 후 리그 개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고, 선수들이 숙소에 1월 초에 들어올 예정이다. 시작이 늦은지라 스프링 시즌에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서로 알아가는 시기로 생각하고, 포스트 시즌 진출이 목표다. 섬머 시즌은 마음 같아서 바로 롤드컵에 나가고 싶지만, 이제 욕심은 그만 부리고 국대 선발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타 팀의 전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단 작년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 T1은 여전히 강하다. '마린' 장경환이 나간 자리에 '듀크' 이호성이 들어왔고, '듀크' 이호성이 크게 엇나가지만 않는다면 여전히 강한 팀이 될 거다.

kt 롤스터 역시 '나그네' 김상문과 '피카부' 이종범이 팀을 나가고 '플라이' 송용준과 '이그나' 이동근이 들어왔다. 하지만 탑과 정글, 그리고 원거리 딜러가 그대로 남아 있어 팀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됐고, 올해는 조금 더 강해지거나, 작년과 비슷한 성적을 낼 거 같다.

CJ 엔투스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왔는데, 이 선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2년 전 '버블링' 박준형과 팀 입단을 위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지만, 학업 문제로 아쉽게 같이 할 수 없었던 정도다. 하지만 이 선수들과 기존 CJ 엔투스 선수 중 잔류한 선수들이 잘 조화된다면 팀의 이름에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앰비션' 강찬용을 영입한 삼성 갤럭시 역시 노련함과 경험을 가미해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나와 같이 있던 선수가 네 명이나 옮긴 롱주 역시 올해 상위권으로 도약할 거 같다. 각 팀의 에이스만 모였고, 자기주장이 강한 선수들을 잘 융화시키는 게 롱주 강동훈 감독의 숙제로 보인다. 하지만 다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은 같으니 자기주장이 강한 점이 오히려 시너지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롱주에 새로 합류한 함장식 코치의 모습도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올해 각오를 이야기하자면.

아프리카 프릭스라는 팀으로 2016년 선수들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미키' 손영민이 해외 대회에 나가서 승리하고 싶고, 그 대회가 롤드컵이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롤드컵에 나간 지 오래됐고, 다시 한 번 롤드컵에 가보고 싶다. 처음 롤드컵에 갔을 때는 그렇게 큰 대회인지도 몰랐는데, 막상 무대에 서보니 정말 엄청난 대회였다.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들의 꿈을 이루는 게 내 목표이자 각오다. 선수들이 롤드컵에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줘서 이 선수들과 꼭 롤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 인터뷰 초반에는 욕심을 내려놓는다고 이야기했는데 결국 욕심이 생긴다(웃음).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며 꼭 롤드컵 무대의 추억을 만들겠다.

그리고 CJ 엔투스를 나간다고 했을 때 많은 분이 걱정과 격려를 주셨는데 답변을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아프리카 프릭스의 좋은 성적으로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 예전 레블즈 아나키를 좋아하시던 분들,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로 바뀐 이후부터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그리고 독자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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