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12.22 17:10 / 기사수정 2015.12.22 17:10
거대한 나무 위에서 이뤄지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가 19일 개막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에서 적군의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가 2년 동안 그 곳에서 지낸 두 군인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칭해지는 故 이노우에 히사시가 완성하지 못한 희곡을 현재 일본에서 주목 받는 작가 겸 연출가 호라이 류타가 완성했다. 2013년 일본 초연했으며 올해 한국에서 초연하게 됐다.
강량원 연출은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프레스콜에서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의 유일한 국지전이 일어난 섬이다. 1970년대까지 일본이 미국에게 양도해 미국 땅이 됐다가 1900년대가 돼야 다시 일본땅이 됐다. 섬의 사람들의 정체성이 매우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 속에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국가라고 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고 밝혔다.
강 연출은 "오키나와의 특정한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국민, 개인, 혹은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면 왜 전쟁을 하며, 그때 국가가 어떻게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시종 분대장과 신병 두 사람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전쟁의 모순, ‘전쟁 중, 나무 위’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립과 이해를 다룬다. 우리의 삶 자체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임을, 그 전쟁 속에서 인간이 진정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강 연출은 "원작에는 오키나와라는 것이 명백하게 나와 있다. 오키나와라는 것을 탈색시키고 보편적인 이야기, 지금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편화하려 했다"며 연출 방향을 전했다.
윤상화와 김영민이 신념과 권위를 중시하는 베테랑 군인 분대장 역은 윤상화와 김영민이 맡았다.
윤상화는 "분대장을 표현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애초에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작품에 드러난 건 전쟁에 나오기 전에 헤어진 부인과의 에피소드가 전부다. 전쟁에 참전해서 점점 전쟁 기계가 된 것 같이 보이는데 그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고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 나무 위에서 신병과 2년을 보내면서 어떻게 변하는지가 궁금했다. 표현하려 했다기보단 관찰하는 시간이 전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의 터전인 섬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키기 위해 군에 지원한 신병은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한 성두섭과 신성민이 맡았다.
성두섭은 "뮤지컬을 주로 했지만 좋은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제의를 받았고 대본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닿는 대사가 많았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무겁게 풀지 않은 것 같아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다"며 출연 계기를 이야기했다.
신성민 역시 "작품을 읽었을떄 개인적인 기준에서 제 마음을 얼마나 울리는가, 내가 맡은 역할이 매력적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시도라기 보단 대본을 읽었을 때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 처음으로 선배님들과 새로운 연출님과 하게 됐는데 긍정적인 작업이었다. 두달 동안 열심히 공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병과 분대장 외에도 사회자 역할의 나무의 정령 여자도 등장한다. 강애심과 유은숙이 신병과 분대장의 이야기를 통찰하며 삶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애심은 "신병의 대사 중에 지켜주고 있는 것이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매달리고 매달리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웃는다는 말이 있다. 인간과 인간의 1대 1관계에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사회와 나, 국가와 나, 세계와 나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와닿았다"고 말했다.
유은숙은 "지금 떠오르는 건 마지막 대사의 '모순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다. 끝나도 이어진다는 대사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일인 것 같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이 나무 위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을 내려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이고 이 모순의 전쟁은 누구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 세계 안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윤상화, 김영민, 성두섭, 신성민, 강애심, 유은숙이 출연하며 내년 2월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 02-766-6007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연극열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