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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육룡이 나르샤' 결정적 장면 20(2)

기사입력 2015.11.13 15:08 / 기사수정 2015.11.13 17:53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관명기자] SBS 50부작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지난 10일까지 12회가 방송됐다. 조선 건국을 둘러싼 여섯 용(이성계 이방원 정도전 이방지 무휼 분이)의 이야기인 만큼, 한글 창제를 둘러싼 정도전 비밀결사 밀본의 이야기를 그린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가(김영현 박상연)와 연출자(신경수)도 같다. 큰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육룡이 나르샤'의 결정적 장면 20개를 방송 순서대로 꼽아봤다.


11. 이방원, 신조선이라는 큰그림을 보다(4회) = 백윤을 죽인 이방지를 미행한 이방원, 1회 때 바로 그 동굴까지 당도했다. 그곳에서 본 너무나 큰 그림. 고려에는 희망이 없다는, 그래서 새로운 세상이 열려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아예 '신조선'(新朝鮮)이라는 새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구체적인 그림은 이미 보통 사람의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더욱이 동북면(지금의 함경도)을 훤씬 지나 드넓게 확장된 새 나라의 영토! 청년 이방원의 가슴은 비로소 뛰기 시작했다. 이 큰 그림을 정도전이 그린 줄은 꿈에도 모른 채.  


12. 열혈민초 분이의 존재 이유(5회) = '육룡이 나르샤'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는 바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일개 백성 분이(신세경)의 활약상일 것이다. 다른 다섯 마리 용(이성계 이방원 정도전 이방지 무휼)에 비해 보잘 것 없는 민초 분이가 당당히 한 마리 용이 될 수 있었던 이유와 과정이 궁금한 것이다. 기존 왕조 중심 사극과 어떤 차별점을 보일지 그 키를 잡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분이라는 캐릭터다. 지금까지만 보면 분이는 물불 안가리는 저돌적 행동주의자. 불쌍히 죽어간 동네 아이들을 위해 관아 곡식창고에 불을 질렀고, 이방원의 구명을 위해 적진의 심장부라 할 홍인방 집 대문을 서슴없이 두들겼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용'이라 부르기엔 아직 부족하다. 또하나 분이의 존재 이유는 이방원의 정인이라는 로맨틱 라인 때문이다. 실제로 이방원은 훗날 고려 10대 가문을 일컫는 해동갑족 중 황려 민씨 집안의 딸(원경왕후. 공승연)과 정략결혼을 하는데, 이들의 3각관계가 극중에서 어떻게 묘사될지 또한 그로 인해 정국은 어떻게 소용돌이칠지 관심을 모은다.  


13. 이방원, 무휼을 만나다(5회) = 이방원이 무휼(윤균상)을 만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우선 자신의 목숨을 두번이나 살려준 덕에 무휼은 이성계의 가별초에 합류할 수 있었다. 힘 세고 칼은 잘 쓰지만 무지랭이일 수밖에 없었던 무휼은 이방원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용'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이와의 핑크빛 라인. 이게 자칫 이방원과 무휼을 갈라놓는 하나의 단초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휼은 이방원이 아닌, 이방원의 아들 이도(훗날 세종)의 호위무사가 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휼은 조진웅이 열연했다.  


14. '다빈치코드'급 암호해독 "함주로 가라"(6회) = '뿌리깊은 나무'가 재미있었던 것은 영화 '다빈치 코드'처럼 비밀결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두 작품 곳곳에 이 미스터리를 풀기위한 암호가 가득했다는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도 엇비슷한 공식을 따랐다. 정도전이 비밀조직(이인겸 표현을 빌리자면 "그림자 세력")을 풀가동시켰고 각 조직원에게는 암호문으로 연통을 했다. 이방원과 분이는 우여곡절 끝에 목에 걸고 다니던 목각인형을 이용, 암호문을 해독했으니 그것은 바로 '집결명령'이었다. "7거점을 폐쇄하라. 그리고 함주로 집결하여 이성계의 백성이 되어라." 함주는 가별초 2만 군대와 수만의 유민들이 모여든 이성계의 자치구. 결국 이 암호는 이성계가 이끄는 함주가 새 나라 건설을 위한 혁명의 전초기지라는 담대한 선언이었다.  


15.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 "새 나라의 왕으로 난 당신을 선택했소."(8회) = 역사적으로 보면 정도전이 이성계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은 1383년이었다. 1335년생인 이성계가 48세, 1342년생인 정도전이 41세 때였다. 이성계는 당시 동북면도지휘사였고, 정도전은 원사신 영접 거부사건(1375년)으로 유배를 갔다가 풀려 전국을 유랑할 때였다. 5년 후 위화도 회군(1388년)이라는 쿠데타를 통해 고려를 뒤엎은 이성계와, 그에게 혁명 비전을 제시한 지략가 정도전이 이렇게 극적으로 만난 것이다. 책에만 한 줄 언급됐던 '팩트'가 이렇게 가상현실로 등장하는 재미, 이게 바로 사극의 묘미 아닐까. 어쨌든 "도당 3인방을 꺾고 새 나라를 만듭시다. 고려는 안됩니다. 그리고 내가 만들려는 새 나라의 왕으로 난 당신을 선택했소"라고 말한 정도전은 진작 용이었고, 이성계와 이방원은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은 듣고나서야 비로소 용이 됐다. 더욱이 동굴속 '신조선'(新朝鮮) 그림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신이 어렸을 적 "저 사람이 진짜 잔트가르"라고 믿었던 정도전이었을 줄이야. 해서 이방원은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이방원 나이 불과 16세였다.


16. 이방원의 공문서 위조(8회) =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려지는 이방원의 모습은 어쩌면 좌충우돌이다. 앞뒤 안가린 경우도, 즉흥적인 결단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정도전의 대표 계략 중 하나인 안변책에 이성계의 인장을 몰래 찍은 것. 변방 안정을 위해 이성계가 지휘하는 동북면에 기존 군대통수권은 물론 자치권에 조세권까지 있어야 한다는 이 안변책이야말로 이성계가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결정적 보루였다. 이방원이 이 안변책에 몰래 인장을 찍어 도당에 올린 이유는 물론 단 하나. 이래야만 새 세상, 새 나라가 열린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안변책은 도당내 여러 역학관계와 돌발사건으로 통과됐지만, 정도전이 이방원의 숨은 면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이 놈이야말로 폭두다."


17. 이방지의 두번째 타깃, 홍인방(9회) = "백윤을 살해했는데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정도전은 생각했던 그런 위인이 아니다." 이방지의 무력감은 대단했다. 이런 이방지가 선택한 두번째 타깃은 어느새 도당 실세로 떠오른 홍인방. 야심한 밤, 이방지는 홍인방을 지키려는 길태미와 일합을 겨뤘고 둘의 승부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은 일파만파가 됐다.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이인겸의 술수라고 믿은 홍인방 길태미, 두 작당의 '순진무구한'(?) 대처 덕분에 안변책이 극적으로 도당을 통과한 것. 결국 수준 낮은 정치란 이합집산에 다름 아닌 것이다.


18. "나, 이성계야!" 담판이란 이런 것(12회) = 이인겸의 모사로 순금부에 갇힌 이방원. 이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이성계가 의형제 이지란(박해수)과 단둘이서만 개경에 왔다. "내 울타리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거래를 하려면 활을 들고 오지 않았다. 난 초주지가 개새끼가 아니다. 새끼 잃은 호랑이다. 내가 명예롭지 않으면 내 사람을 지킬 수 없다." 일사천리였다. 칼 든 무사들의 협박에는 또 어떻게 대처했나? "활을 원거리 무기로만 알고들 있지. 하지만 나 이성계에게는 아니지. 너희들 누구도 내 활이 이인겸을 죽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 과연 백전노장 이성계다운 호기이자, 정치판에 몸담게되는 결정적 계기였다.


19. 변절자 남꼴통, 알고보니 남은? 역대급 반전(12회) = 정치판에 상관없이 자기가 판단한대로 수사를 한다는 꼴통무관 남부만호(진선규). 그는 2번이나 시청자와 주변사람들(특히 이방원)을 속였다. 이방원 고신을 담당한 그가 알고보니 이인겸의 사주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 첫번째였고, 그런데 다시 알고보니 정도전의 오랜 사제로서 훗날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 되는 남은이었다는 것이 두번째였다. 기억하실 시청자가 많겠지만, 남은을 순금부에 넣어달라고 홍인방에게 진작 부탁한 이도 정도전이었다. 어쨌든 남은은 1352년생으로 정도전과는 띠동갑이고, 1398년 이방원이 주도한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정도전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20. "넌 어리니까. 이제 스승이라 불러." 용을 품은 용(12회) = 정도전과 남은의 책략으로 풀려난 이방원. 급친해지려는 정도전에게 반발한다. "폭두라고 했잖아요?" 이방원(1367년생)보다 25세 많은 정도전(1342년생)이 답한다. "넌 아직 어리니까. 그래서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에 내 운명을 걸겠다." 그리고는 "앞으로 스승이라고 불러"라고까지. 맞다. 용은 용을 이런 식으로 품는 법이다. 해서, 이제 '육룡이 나르샤'는 네번째 용 이방지만 빼고 다섯 용이 다 모였다. 정치를 선언한 첫번째 용 이성계, 이성계와 이방원을 품은 두번째 용 정도전, '스승' 정도전을 얻은 세번째 용 이방원, 새 세상을 갈급하는 민중의 상징 다섯번째 용 분이, 그리고 아직은 스스로 각성을 못한 여섯번째 용 무휼. 여섯 마리의 용이 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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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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