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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에비앙도 좋지만 ANA였으면 한다"

기사입력 2015.10.05 15:15 / 기사수정 2015.10.05 19:44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2년 째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여는 대회여서인지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가장 분주해 보였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이 박성현(넵스)의 우승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1990년대 박세리와 함께 스포츠 분야를 이끌었던 '절친' 박찬호가 응원 차 대회장을 찾았지만 제대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 할 새도 없었다. 국내 최초로 여자 선수의 이름을 내건 대회인만큼, 코스 상태 확인부터 TV 깜짝 해설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뛰어다녔다. 박찬호는 모두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흐뭇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자리를 비켜줬다.

해설이 끝나고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박세리가 대회장 한쪽에 마련된 자신의 의자에 한숨과 함께 털썩 앉았다. 

"체력이 아직 좋아 보인다. 은퇴 안해도 되겠다"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박세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이 LPGA투어 마지막 해"라고 밝혔다.

대회 마지막 날이 되면 얼굴조차 보기 힘들 것 같아 잠시 그를 붙들었다. 1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은퇴, 너무 이르지 않나. 세 살 많은 카리 웹(호주)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꿈을 더 크게 꾸고 싶은 거다. 운동선수로 원하는 건 다 이뤘다. 때문에 스포츠분야 전반적인 면에서 더 기여하고, 나를 보고 꿈을 키우는 후배들이 잘 따라오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내 선택에 만족한다."

-ANA인스퍼레이션에는 계속 참가한다고 들었다. 5번째 메이저 에비앙 대회가 신설됐는데, 에비앙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생각은 없나.

"크래프트 나비스코, 그러니까 지금 ANA(인스퍼레이션) 대회는 역사였으니까. 불과 2년 전만해도 메이저는 4개였고 그랜드슬램은 그 안에서만 인정됐으니까.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ANA 대회 우승이 더 간절하다. 물론 에비앙 대회도 크고 멋진 대회다."

-그 새로 생긴 메이저대회 때문에 말이 많다. 미국 언론에선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에비앙 우승과 함께 비로소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그렇게 말해 이슈는 됐지만, 그들이 인정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메이저는 원래 4개만 있었고, 박인비는 그 4개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제 박인비는 골프 역사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거다. 더 넓은 관점으로 포용해줬으면 한다."

-KLPGA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졌다. 선배로서 어떤가.

"(LPGA는) 모든 선수에게 열려있는 문이다. 동시에 절대 쉽지 않은 곳이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꼭 확고한 목표와 꿈을 꾸는 자만이 도전할 수 있는 무대다. 후배들에게 꼭 한 가지를 주문한다면 '적응력'을 꼽겠다. 언어 장벽, 이동 거리 등을 무시 못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와야 할 거다. 그 정도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전인지가 LPGA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인지는 충분히 잘 할 것 같다. 가능성이 크다. 전인지 뿐만 아니라 현재 KLPGA서 뛰고 있는 선수면 모두 가능성이 있다. 투어 수준이 굉장히 높다. 팬들로서는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아쉬울 순 있겠으나, 제2, 제3의 박세리가 나오게 하려면 팬들이 이해해줘야 한다. 계속해서 더 큰 꿈을 가진 선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90년대부터 최근까지 LPGA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무엇이 많이 변했나.

"분위기다. 이제는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인정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경지까지 올라왔다. 옛날에는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심했다. 물론 충분히 나올법한 반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 선수들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똑같은 심정일 거다. 시기와 질투는 어디든지 존재한다. 다행히 요새 들어선 확실히 한국 선수와 미국 선수들 간에 소통이 더 많아졌고 분위기는 훨씬 더 좋아졌다."

-LPGA서 활동하며 '아! 이 선수다'라고 느낀 선수가 있나.

"리디아 고다. 떠오르는 샛별들이 많지만 그 중 리디아 고에 정말 많은 관심이 있다. 나이가 어리지만 멘탈이 정말 좋고, 경기 운영방법을 알고 있다. 프로로 전향하기 전에 만났는데, 그때부터 느낌이 왔다. 조금만 더 가다듬고 보완한다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다."

-매번 선수로서 코스에 오다가 이제는 운영하는 입장이다. 느낀 점이 많았을텐데. KLPGA에 바라는 한가지를 말해달라.

"해보니 정말 쉽지 않다(웃음).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협회 분들과 선수들이 조금 더 소통했으면 한다. 굉장히 중요하지만 쉬운 듯 어렵다. 선수가 아닌 입장에서 보니 협회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협회가 선수의 간지러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으면 한다."

-20년 뒤 박세리는.

"딱히 '이거다'라고 정해진 건 없지만, 스포츠 분야 전반적으로 기여하고 싶다. 운동선수로서 성공적인 인생 1막을 보냈다. 제2막에선 골프선수로서 쌓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대한민국 스포츠에 기여하고 싶다. 골프뿐만아니라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쉽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가족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는데, 본인의 가정을 꾸릴 생각은 없나.

"원한다. 그런데 남자가 없다. 소개가 없어 기다리고 있다(웃음). 연락만 달라."

etwoods@xportsnews.com / 사진 ⓒ 여주, 권혁재 기자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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