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반가운 손님', 아니 '반가운 식구'가 롯데 더그아웃을 찾았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13차전이 열린 지난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원정팀인 롯데 선수들이 훈련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한 소년이 더그아웃을 찾았다.
바로 지난달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롯데의 지명을 받은 순천효천고 소속 투수 한승혁이다.
이날은 KIA가 야구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증정하는 '러브 투게더'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한승혁의 소속 학교인 효천고에서도 2학년 학생 중 2명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구장에 왔고, 마침 상대팀이 롯데라 한승혁도 후배들과 동행했다.
깔끔한 사복 차림의 키 큰 청년이 등장하자 더그아웃 분위기는 곧 화기애애해졌다. 선수들은 훈련 중이라 모두 그라운드에 나가있거나 라커룸에 들어가있었지만, 훈련을 지켜보던 이종운 감독이 한승혁을 반겼다.
이 감독은 "어디서 이렇게 잘생긴 청년이 왔나. 시내 돌아다니면 안되겠다"고 농담을 던진뒤 "몸 열심히 만들면서 잘 준비하라"고 격려했다. 롯데 관계자들도 "1군에서 빨리 보자"며 어깨를 토닥였다.
프로 입성을 눈 앞에 둔 한승혁의 표정은 밝았다. "솔직히 생각보다 빠른 순번으로 지명을 받았고, 아직까지 실감이 안난다. 설레기도 하고, 얼떨떨하다"며 웃은 그는 "순천이 고향이고, 줄곧 순천에서 자랐다. 그러나 열정적인 팬이 많은 롯데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키 189cm에 체중이 83kg인 한승혁은 프로의 기준으로 본다면 마른 체형이다. 때문에 현재 몸을 키우기 위한 체중 늘리기에 돌입했다. 스스로 소개한 자신의 최대 장점은 "키가 커서 높은 각도에서 꽂는 직구"다.
짧은 인생이지만 한차례 야구를 그만둘 뻔한 위기도 있었다. 순천남산초 3학년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포항제철중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인만큼 타향 살이를 견디지 못했다. 가족들과 떨어져보내는 사춘기는 유난히 길었고, 결국 야구를 그만뒀었다.
순천으로 돌아와 일반 중학교에 들어간 한승혁은 또래 학생들과 공부를 했다. 그러나 야구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스스로 준비한 끝에 특기자 전형으로 순천효천고 야구부에 입학하면서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승혁은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야구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롯데의 이름에 걸맞는 선수로 성장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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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