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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트럴의 롤챔스 돌아보기] 경험 대 패기, CJ 대 쿠 타이거즈 준PO의 향방은

기사입력 2015.08.19 03:43 / 기사수정 2015.08.19 14:36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매주 리그 오브 레전드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스파이럴캣츠에서 활동 중인 '링트럴' 정윤성의 리그 오브 레전드 칼럼을 게재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8월도 중순을 넘어가며 롤챔스 섬머도 정규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에 접어들었다. 이미 지난 토요일 쿠 타이거즈와 나진 e엠파이어의 와일드 카드전에서 쿠 타이거즈가 2대 1 역전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 CJ 엔투스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오늘(19일) 오후에 열릴 준플레이오프를 예상하기 전 두 가지 먼저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SK텔레콤 T1의 식스맨 시스템과 와일드 카드전 1세트에서 나진이 쿠 타이거즈를 어떻게 격파했을지 하는 부분이다.

세계 최고의 미드가 아닌 세계 최고의 미드’들’을 가진 SK텔레콤 T1 - 식스맨 시스템

세계 최고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라도 ‘페이커’ 이상혁을 선택할 것이다. 다양한 픽과 슈퍼 플레이, 그리고 데뷔 이후부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년 반 동안 진행된 챔피언스 리그만 해도 7개, 해외 대회까지 합치면 두자릿수가 넘는 대회에서 이상혁은 꾸준히 수준급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런 이상혁이 고전했던 경기가 있다. 바로 12일 나진과 벌인 경기다. 이상혁은 이 경기에서 빅토르를 선택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 라인전 딜 교환에서 밀리고, ‘와치’ 조재걸의 리신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을 놓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상혁은 미드 타워를 먼저 내주고, 라인에 복귀하다가 ‘오뀨’ 오규민의 루시안에도 킬을 내줬다. 심지어 바론 앞에서 나진 미드 라이너인 ‘꿍’ 유병준의 아지르를 무리하게 잡으려다 다시 킬을 내줬다. 결국 2킬 5데스 2어시스트라는 이상혁답지 않은 성적을 보이며 경기에서 물러났다.

이상혁의 빈 자리를 채운 선수는 바로 ‘이지훈’ 이지훈이다. 섬머 시즌들어 통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이지훈은 팀이 0대 1로 패배한 상황에서 출전해 엄청난 cs 획득량을 보이며 경기 전체를 지배했고, 결국 역전승의 주역이 되었다.

만약에 SKT에 이지훈이 없었다면 결국 이상혁에 계속 의존하는 경기를 보였을 테고, 이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경기에 나서야 하는 이상혁의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쿠 타이거즈, 왜 나진에게 와일드 카드전 1세트를 내줬을까?

롤챔스 섬머 와일드 카드전에서 쿠 타이거즈는 나진에 2대 1승리를 거뒀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살펴보자면 쿠 타이거즈가 이긴 두 세트보다 진 세트를 분석해 보는 게 의미있을 것이다.

나진의 와일드 카드전 1세트 승리 원동력은 밴픽과 이전과 다른 운영이다. 이날 1세트 경기에서 쿠 타이거즈는 유병준을 견제하기 위해 아지르를 먼저 밴했다. 나진 역시 ‘쿠로’ 이서행의 활약을 막기 위해 야스오를, 다시 나진은 쿠 타이거즈의 장기인 캐넨 서포터를 막기 위해 케넨을 밴했다. 이어 쿠 타이거즈는 칼리스타를, 나진은 다시 한 번 이서행을 견제하기 위해 빅토르를 밴했다.

쿠 타이거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막으면 미드에 제드를 세울 거라 예상했고, 오규민 역시 코르키와 시비르 외에는 활약하지 못할 거라 본 거 같다. 그리고 룰루가 있다면 제드의 암살을 막을 수 있고, 라인전에서도 룰루가 유리하기에 미드에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루시안 역시 코르키에게 나쁘지 않고, 시비르 상대로 우세하다. 운영에서도 애니의 스턴으로 제드를 막으면 오규민 혼자서는 상대를 압도할 대미지를 낼 수 없기에 쿠 타이거즈는 성공적인 밴픽 전략을 구상했다고 자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진은 미드 카시오페아와 원거리 딜러 애쉬 카드를 뽑아들었다. 미드에서는 룰루가 불리하지만 성장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성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텀 라인이 발목을 잡았다. ‘깡패’라고 불릴 정도의 루시안이지만, 6레벨 이후 실수하면 루시안이나 애니 모두 위험하기에 나진이 바텀 라인 주도권도 가져갔다. 탑 라인도 포션이 떨어지기 전에는 5대 5 구도이기 전체적으로 나진이 유리한 구도였다.

애니의 깜작 선제공격을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에는 알리스타도 있고, 쉴드를 사용해 줄 쉔도 있다. 더구나 애니가 공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서야 하는데 애쉬 때문에 이조차도 수월하지 않다. 애니가 좋은 기회를 잡는다고 해도 카시오페아 정도인데, 소환사 주문으로 이를 지우고 2선으로 빠질 수 있다. 애쉬를 노리기도 알리스타와 쉔 덕분에 쉽지 않다. 알리스타와 쉔, 그리고 잿불 거인을 위시한 방어 아이템을 갖춘 엘리스의 존재는 쿠 타이거즈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쿠 타이거즈의 유일한 승리 구도는 초반 탑 라인에서 피즈가 쉔을 완전히 압도하거나, 원거리 딜러인 루시안을 정말 잘 키워서 루시안이 상대를 모조리 다 잡는 것이었다. 두 상황 모두 다른 라인의 갱킹이 필요한 것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초반 갱킹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고, 이는 나진의 스피디한 운영과 맞물려 1세트를 무난하게 내주고 말았다.

나진의 철저한 준비에 쿠 타이거즈가 밴픽 단계부터 밀린 게임이었다. 나진이 계속 밴픽 단계부터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와일드 카드전의 승자는 바뀌었을 것이다.


애쉬, 돌아온 얼음 여왕님

준 플레이오프를 살펴보기 전에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이 있다. 바로 돌아온 얼음 여왕님 애쉬. 5월 19일 진행된 5.9 버전에서 바뀌다시피 한 애쉬는 패시브 스킬과 Q스킬의 변화로 강력해졌다. 일반 공격에 기본으로 둔화가 같이 발동되고, 둔화된 적에 애쉬의 대미지가 1.1배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뀐 것. 치명타 배율이 낮지만 애쉬의 치명타 확률이 높아지면 대미지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Q스킬 역시 공속 증가 및 일반 공격 대미지가 올라간다. 결론적으로 애쉬의 라인 정리 능력이 올라간 것.

이렇게 좋아진 애쉬가 왜 지금 등장했을까? 게임 외적인 영향과 내적인 영향 두 가지가 존재한다. 게임 외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힘든 롤챔스 분위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다 패배하면 비난의 화살을 그대로 다 맞아야 한다. 덕분에 롤챔스에서 새로운 전략이 나오는 경우는 이상혁이 하고 싶은 미드 챔프가 있어서 선보이거나,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팀이 시도하는 두 가지 경우다. 확실히 성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새 전략을 시도하기 힘든 것.

시비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애쉬가 쉽사리 등장하지 못한 이유다. 시비르의 사냥 개시로 달려오면 애쉬는 탈출할 수 없다. 게다가 애쉬의 궁극기는 시비르의 스펠 쉴드로 막힌다. 이런 이유로 애쉬가 그간 등장하지 못했지만 메타의 변화로 시비르가 사라지자 애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눈치 싸움이 게임 전체를 흔들 정도이다.


그래서 링트럴, 준 플레이오프는 어떻게 예측하는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CJ와 쿠 타이거즈 모두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고 kt가 우승하지 않는 이상 롤드컵 확정이다. 그래서 두 팀 모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쿠 타이거즈와 CJ는 상대 전적이 9대 2, 쿠 타이거즈가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CJ는 이전과 다르다. 섬머 시즌 ‘무적함대’라고 불리던 SKT를 격파한 유일한 팀이다. 단순한 전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관계다. 

밴픽에 있어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쿠 타이거즈의 밴픽 전략은 물이 오른 상태고, 선수들의 챔피언 폭은 평소에 보이지 않은 다양한 전략을 가능하게 만든다. 탑 말파이트, 미드 야스오, 원거리 딜러 애쉬 전략을 모두 소화했을 정도. 준플레이오프를 맞아 어떤 전략을 준비했을지 기대된다.

반면 CJ는 밴픽 전략에 있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자신 있는 챔피언만 잡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과거 나진에게 당한 3연 신짜오 픽이나, 롤드컵 결승에서 당한 3연속 문도같이 의외의 부분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챔피언 폭이 넓은 쿠 타이거즈를 상대로 밴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식스맨 운영 역시 두 팀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포인트다. CJ 엔투스는 정글 포지션에 ’엠비션’ 강찬용과 ‘트릭’ 김강윤을 보유했다. 강찬용은 기량이 잠시 주춤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중요한 경험이 풍부하다. 반면 김강윤은 강찬용에 비해 경험은 한참 부족하지만, 이번 시즌 SKT를 격파한 유일한 정글러다. ‘매드라이프’ 홍민기에 따르면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털어낼 정도의 과감성까지 겸비한 선수다.

쿠 타이거즈 역시 정글 포지션에 식스맨을 뒀다. ‘호진’ 이호진과 ‘위즈덤’ 김태완이 정글 포지션에서 활동 중이다. 팀에 안정감을 주지만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호진과 잘 되는 날은 최고급의 플레이를, 안 되는 날에는 정말 안 풀리는 경기력의 기복이 심한 김태완 중에 쿠 타이거즈는 어느 선수를 선택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CJ는 밴픽 단계부터 철저히 쿠 타이거즈를 압도해야 한다. 쿠 타이거즈의 넓은 챔피언 폭에서 비롯된 전략의 깊이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 쿠 타이거즈는 CJ, 아니 앞으로 상대할지도 모르는 kt와 SKT조차 놀랄 밴픽 전략과 운영을 지금부터 보여야 한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포스트 시즌의 관건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의 싸움이다. 실수를 줄이는 것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과연 경험에서 앞서는 CJ를 상대로 쿠 타이거즈가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도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뿐만 아니라 팀의 컬러를 바꿀 수 있는 선수 교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큰 경기를 앞두고 맴버를 미리 고정한 상황에서 계속 연습해왔을 두 팀이지만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 전세를 바꿀 수 있을까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vallen@xportsnews.com / 글='링트럴' 정윤성, 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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