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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스베누 소닉붐, 17패보다 1승이 기억될 2015 여름

기사입력 2015.08.18 02:18 / 기사수정 2015.08.18 09:49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2015년 8월도 반이 지나며 각 지역에서 롤드컵 진출 팀의 윤곽이 그려졌다. 한국에서 SK텔레콤 T1이 일찌감치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고, 이어 동남아에서 ahq 이스포츠 클럽과 요이 플래시 울브즈가, 중국에서 LGD 게이밍이, 유럽과 북미에서는 프나틱과 TSM이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반면 이번 시즌을 통해 혹독한 데뷔를 치른 팀도 있다. 섬머 시즌에서 1승 17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스베누 소닉붐. 리그 최하위 성적으로 기나긴 연패 동안  ‘무승 후보’라는 조롱도, 질책도 들을 만큼 들은 팀이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까지 1승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은 이들은 결국 시즌 막바지에 1승을 거뒀다.

1승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기나긴 연패의 터널을 결국 통과한 스베누 소닉붐 선수들은 이번 시즌을 어떻게 느꼈을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섬머 시즌이 끝난 후 드디어 ‘소울’ 서현석, ‘캐치’ 윤상호, ‘사신’ 오승주, ‘뉴클리어’ 신정현, ‘시크릿’ 박기선 등 스베누 소닉붐 다섯 선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른 팀 선수들과 다름없이 각자 의견을 내세우는 이들의 모습에서 17패에 좌절한 어두운 모습이 아닌 1승으로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준 밝은 모습을 느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어떻게 시작했나?

사신: OGN 방송을 보고 당시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뉴클리어: 중학교 친구와 같이 피시방 갔다가 친구가 하길래 같이 시작했다. 

캐치: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정말 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내게 너무 힘들어 꿈을 접고 있었는데, 한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 서버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시작했다.

시크릿: 고등학교 친구가 억지로 시켜서 처음 시작했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재미없어서 혼자 다른 게임을 했는데, 너무 쓸쓸하더라. 그래서 같이하게 되었다.

소울: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인 카오스를 주로 했는데, 친구들이 서버 열리는 날 같이 하자고 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했다.


현재 활동 중인 스베누 소닉붐의 입단 계기는 어떻게 되는지.

사신: 이전 소속팀인 큐빅이 해체하면서 프라임에 입단했고, 프라임이 스베누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스베누 소닉붐 소속이 됐다.

뉴클리어: 나 역시 승주 형과 같이 큐빅에서 스베누로 옮겨 자리 잡았다.

캐치: 12월 즈음에 프라임에 입단해서 승강전을 거쳐 롤챔스 무대에 처음 섰다.

시크릿: PC방에서 랭크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박외식 감독님이 귓말을 하시더니 입단 제의를 하셨다. 알고 보니 탑형(기자 주: 탑 라이너를 이르는 말)이 감독님께 나를 추천했다고 하더라.

소울: 큐빅 소속이었는데 승주나 정현이 보다 먼저 이전 팀을 나와 스베누에 합류했다. 기선이는 내가 알던 동생이라 감독님께 추천했다.

처음 다른 팀원을 만났을 때 인상이 어땠나?

사신: 다들 너무 아기같이 보여서 알려줄 게 많았다.

뉴클리어: 모두 동갑이라 편해 보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친하게 잘 지낸 거 같다.

캐치: 소울 형 빼고는 다 착해 보였다. 탑형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처음에는 무서워 보였다.

시크릿: 승주 형은 엄청 착하고 잘 돌봐줄 거 같았다. 뉴클리어는 한 성격 할 거 같아서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대했다. 캐치는 만만해 보여서 장난을 자주 쳤고, 탑형은 완전 말이 없는 과묵한 남자였다.

소울: 사신 말고는 PC방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을 모아서 게임 하는 거 같았다.

롤챔스 섬머 첫 경기를 치르고 난 소감은 어땠나?

사신: 삼성 갤럭시와의 경기였는데 꼭 이기고 싶었다.

뉴클리어: 큐빅에 입단했을 때부터 상상만 했던 자리인데 실제로 롤챔스 무대에서 게임을 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캐치: 나도 예전부터 꿈꿔왔던 자리였다. 아마추어 때부터 알던 ‘큐베’ 이성진과 알던 사이라 꼭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시크릿: 게임을 하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긴장을 너무 했다.

소울: 대회라는 중압감 때문에 자신 있는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섬머 시즌에서 최대 연패를 달리며 최하위를 기록할지 예상했나.

캐치: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당시 리그 중위권 팀과 스크림을 했는데 반반 승률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도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연패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소울: 나도 연패를 이어갈지 몰랐다. 그래도 중간에 한 경기는 이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경험이 부족했다. 

연패 기간 숙소 분위기는 어땠나? 굉장히 침체되었을 거 같다.

시크릿: 그래도 숙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패배 후에는 풀이 죽어서 숙소로 돌아왔지만, 바로 모두 회복하고 스크림을 하거나 연습에 몰두했다. 모두 열심히 하면 언젠가 꼭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나로 뭉쳤었다.

스베누 소닉붐의 연패가 길어진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뉴클리어: 1라운드 때 팀에 문제가 있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2라운드 초반 들어서 발견했는데,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다는 거였다. 1세트는 이겨도 2세트가 되면 유리한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나가게 할 수 있는지를 몰랐다. 

사신: 처음에는 모두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패배가 이어지며 다들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만큼 게임도 잘 안됐다.


10연패가 넘어가며 리그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는지.

시크릿: 그래도 우리 팀이 승강전까지 뚫고 올라온 팀인데 한 번도 못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팀이든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소울: 그만둔다는 생각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연패했지만 최상위권 팀이 아닌 이상 아주 큰 차이로 패배하지 않았다. 이길 수 있는 경기도 많았다. 좌절하지 않고 우리가 주도하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에게 유리했던 적이 없던 건 아니니까.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승리할 거로 생각했다.

커뮤니티나 주위에서 부진에 대해 질책하는 소리가 높았을 텐데,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했다.

사신: 우리가 대회에서 보여주는 것이 우리 진짜 실력이 아니라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대회에서 보여주는 게 우리가 평가받는 실력이고, 우리를 질책하는 목소리를 원망하기보다는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뉴클리어: 연패를 할 동안 우리에 대한 뉴스나 커뮤니티 글을 빠짐없이 읽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보다 더 속상해할 팬들 생각이 났다. 원망보다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연패 기간 연습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사신: 하루에 8시간은 기본적으로 했고, 연습이 끝난 후에도 개인 연습을 계속했다. 경기가 끝나고 휴가를 받은 적도 있지만 바로 연습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진에어 그린윙스 전을 앞두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캐치: 경기 전날 스크림에서 상대에게 대패했다. 웬만하면 대회 전날은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날만큼은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아예 이길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뉴클리어: 나는 달랐다. 진에어를 상대하기 전 솔로 랭크 게임이 정말 잘 되어 자신감이 넘쳤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었다.

사신: 어제 연습경기에서 베인을 하는 걸 봤는데, 대체 저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웃음).

뉴클리어: 쿠 타이거즈와의 경기 전날 팔 근육을 다쳐서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었다.

당일 경기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면.

사신: 룰루 연습을 많이 했다. 룰루로 원거리 딜러를 성장시키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미드 라인전이 정말 힘들더라. 원거리 딜러도 제대로 성장 못해서 1세트를 패배했다. 그래서 룰루를 하기 싫었는데, 코치님이 미드 자르반 4세 이야기를 하시더라. 내가 경기를 캐리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야기를 하시기에 바로 자르반 4세를 픽했다. 미드 자르반 4세 연습은 예전부터 했다. 코그모 상대로 자르반 4세가 좋아서 별 망설임도 없었다.

캐치: 마지막 세트에서 내가 상대 정글보다 2레벨이 낮았다. 바텀에서 시크릿이 애니를, 상대가 레오나를 선택했다. 한 번이라도 잘못되면 경기 자체를 망칠 수 있던 상황이라 계속 신경을 써줘야 했다. 동선 낭비라는 지적을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내 레벨만 신경 썼다가는 상대 정글 이블린에게 바텀이 밀리고 그대로 경기를 내줬을 거다.

사신: 2세트에서 기선이가 알리스타를 기막히게 사용했다. 기선이와 현석이의 콤보가 불리했던 경기를 역전시켰다. 3세트 첫 드래곤 교전에서 승리하자 질 수 없는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울: 진에어 전에 출전할 때 무조건 이기자는 생각이 아니라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자고 생각했다. 절대 욕심을 안 부리고 탑에서 내가 할 일을 하고 팀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2세트에서 승주가 말한 교전에서 내가 쏜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승부를 결정지은 거 같다.

3세트에서는 상대 미드 라이즈를 절대 키워주지 말자고 이야기했고, 그대로 움직였다. 내 기억에도 무난하게 우리가 질 수 없는 경기 구도가 나왔다. 누가 더 잘했나 보다는 누가 더 실수를 덜했느나의 구도가 됐다. 진에어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거 같다.


롤챔스 첫 승리가 확정되자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시크릿: 좋은 기분과 미안한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2대 0으로 끝낼 수 있는 경기였는데 1세트에서 내 실수로 경기를 졌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1세트를 졌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기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3세트에서는 내가 한 번밖에 죽지 않아서 미안함이 조금 덜해지기는 했다.

캐치: 이기면 울컥해서 부스 안에서 엉엉 울 줄 알았는데 막상 이기니 별생각은 안 들었다. 사실 내가 MVP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게 더 아쉬웠다.

사신: 그건 0데스 빅토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었나.

시크릿: 3세트는 역시 이니시에이팅을 잘한 애니가 받았어야 했지.

사신: 감독님이 매번 외부에 에이스는 뉴클리어라고 하는 바람에 내가 손해를 본 거 같다(웃음).

경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승리 후 팬 미팅을 진행한 소감은.

사신: 경기 후 매체 인터뷰도 처음 해봤다. 어색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뉴클리어: 3세트 MVP가 되어 조은정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팬 미팅을 진행하러 3층에 내려갔는데 평소보다 많은 분이 기다려줬다. 막차가 끊길 시간인데도, 그리고 연패 기간 기다려 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내내 기분이 좋았다.

캐치: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편이라 지고 나서는 잘 웃지 못했다. 팬들이 사진을 찍자고 할 때도 표정 관리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기고 나서 정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연패 중에도 챙겨준 팬들이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마음 편하게 웃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시크릿: 첫 경기에서 실수한 거 때문에 죄송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좋긴 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컸다.

소울: 경기 끝나고 팀원들이 모두 웃으면서 팬 미팅을 진행한 게 처음이었다. 이런 자리를 더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진과 쿠 타이거즈 전에서 패배했다.

사신: 마음이 풀린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쿠 타이거즈가 정말 잘했다. 우리가 연습한 대로 플레이 하지 못했다. 

쿠 타이거즈 전을 끝으로 스베누의 롤챔스 섬머 시즌도 끝났는데, 소감이 어떤가.

캐치: 내가 솔로 랭크 점수도 낮고 다른 팀원에게 많이 폐를 끼친 거 같다. 다음 시즌에는 개인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스베누의 에이스를 뉴클리어에서 캐치로 바꾸고 싶다.

사신: 에이스는 뉴클리어가 아니라고.

소울: 한 시즌 뛰어보니 이제 무대에서 긴장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캐치 이야기처럼 개인 기량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다음 경기인 승강전까지 최대한 개인 기량을 끌어 올려서 다음 시즌에도 롤챔스 무대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 롤챔스에서 다시 모습을 보이려면 승강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시크릿: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라 각자 최대한 개인 기량을 끌어 올려서 승강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어떤 팀이든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

소울: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 감독님과 코치님을 위해 승강전은 무조건 승리로 끝낼 거다. 1승밖에 거두지 못한 롤챔스 경험이지만, 아예 없는 팀보다는 우리가 조금 낫지 않을까.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올 시즌 계속 지켜봐준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사신: 다음 시즌 롤챔스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번 승강전은 꼭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겠다.

뉴클리어: 이번 시즌 연패할 동안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캐치: 계속 질 때도 응원해주시고, 힘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이길 때까지 기다려 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승강전에서 꼭 살아남아서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시크릿: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안 좋은 모습도 많이 보여드렸는데 승강전에서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소울: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승강전에서는 스베누 소닉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팬들에게 꼭 들려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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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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