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중국 우한에서는 웬만하면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이번 여자축구 대표팀 심서연(26)의 부상으로 알게 된 확실한 사실이다.
심서연이 결국 동아시안컵에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지난 1일 중국과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심서연은 무릎 부상을 당하며 경기 도중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우측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돼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심서연이 부상을 입고 벌써 사흘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까지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중국의 낙후된 의료환경과 관계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심서연이 다친 직후에 일어났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후반 8분이었다. 심서연은 상대가 공을 걷어내려던 장면에서 수비를 하려고 뛰어가다가 몸이 뒤틀리면서 무릎에 무리가 갔고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빠르게 들 것이 들어가고 심서연은 실려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상태가 심각해보였던 심서연은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기장에 배치되어 있던 엠뷸런스를 통해 병원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10분이나 지나서야 엠뷸런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진행요원들은 엠뷸런스를 경기장 바깥에 대기시켜놓고 있다. 하지만 정말 위급한 응급상황에서는 1분1초가 촉박해 즉각적인 대처와 병원으로의 이송이 필요하다. K리그만 하더라도 엠뷸런스는 늘 경기장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부랴부랴 응급차에 실려 나간 심서연이지만 병원으로 이송되고도 MRI 촬영을 하지 못했다. 병원측은 MRI 검사는 주말에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서연에 대한 치료를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심서연은 이틀을 더 기다려 월요일(3일) 오전에 예약을 따로 하고 MRI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심서연이 이송된 병원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지정한 대회 전용 병원임에도 주말에 업무를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주말에도 경기가 있음에도 MRI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응급차로 이송할 이유를 없게 만드는 동시에 주말 경기에서 선수들이 다치면 대체 누가 치료를 해주고 검사를 해줘야 하는지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의료기관의 장비도 낙후돼 있다. 뒤늦게 MRI 검사를 받았지만 대표팀은 심서연의 정확한 몸상태를 알 수 없었다. 낡은 MRI 장비로 찍힌 심서연의 무릎 사진은 흐릿했고 단지 파열됐다는 사실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결국 대표팀 의료진은 파열된 부분이 전체인지 일부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고 일찌감치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윤덕여 감독은 "의무팀이 심서연 선수와 함께 병원에 갔다왔는데 중국의 장비가 낙후되어 주치의조차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진단을 해봐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상은 선수들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반드시 피해야 하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서 다치면 제대로 된 약도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남은 경기에서 다치지 않고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심서연 부상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