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8:52
사회

[상희철의 '공간과 문화'] 김해가야파크, 공공재적 '어매너티'의 모범

기사입력 2015.07.22 17:23 / 기사수정 2015.12.28 10:51

이영기 기자


도시의 경쟁력은 어매너티에서 나온다


글로벌화된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은 어매너티(amenity)에서 나온다. 어매너티란 쾌적하고 매력적인 환경 또는 기분좋은 상태, 정주조건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의미의 새로운 개념이다.

어매니티를 이루는 큰 축에는 편리성, 환경성, 심미성, 문화성등이 있다. 이것은 다시 자연적인 것과 역사문화적인 것 인공적인 것으로 나눌 수도 있다. 제주도, 뉴질랜드같은 곳은 자연적 어메너티가 풍부한 곳이고 유럽의 도시들은 중세의 역사문화 자산들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다. 두바이나 아부다비같은 곳은 인공적인 어매너티를 이루어 낸 곳이다.
 
지역의 어매너티를 키우는 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도 한다. 미국의 거대 도시들같이 민간의 상업자본과 시설들이 투자되기도 하고, 최근의 두바이같은 곳처럼 막대한 자산과 더불어 정책추진이 가능한 공공기관의 합작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어매너티 시설의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테마파크이다.
 
김해시의 어매너티, 김해가야테마파크
미국의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테미파크는 철저하게 기업의 상품을 활용한 자본의 생산성과 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배후도시에 일자리를 제공하지만 배후도시 및 인근지역을 기본시장으로 성장한다.

반대로 공공재가 투입되는 경우는 단일 어매너티 시설만의 성공과 수익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어매너티 유입력을 이용해 도시 전체의 매력을 올리려 한다. 즉 투입 자본의 공공성을 위해 타지의 관광객을 유인하여 도시 전체를 유목하며 소비하도록 한다.
 
미국식 테마파크가 기업의 논리로 만들어졌다면 이번에 방문한 김해 가야테마파크는 공공재적 어매너티의 개념으로 만들어 졌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상업적 테마파크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자본의 공공성이다. 기업의 수익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공공의 투자이다. 그래서 운영자의 직접 수익보다는 운영의 결과가 도시 전체로 확산되도록 하여야 한다.

두번째는 테마의 대중성이다. 일반적인 테마파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중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배경으로 만든다. 테마파크는 조성비가 많이 들어 가는 대규모의 장치사업이며 운영 및 유지에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 따라서 재방문이 빈번이 일어나야 유지되는 산업이다. 재방문의 자산은 테마의 대중성과 시설의 오락성에서 나온다.

김해테마파크는 대중적인 콘텐츠나 캐릭터를 활용한 파크가 아니다. 오히려 비대중적인 테마를 대중화 시키기 위한 역발상 테마파크이다. 비대중화 된 주제를 대중화하여 도시 전체의 테마성을 홍보하고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지이다. 수익도 테마파크 부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야문화가 산재된 도시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세번째는 방문의 소요시간이다. 보통의 테마파크는 all-day 콘텐츠를 운영한다. 먹거리, 살 거리, 할 거리를 독점하여 객단가를 높이려 한다. 회전율을 높히기 보다는 콘텐츠의 수와 부지의 규모를 늘려, 한번 들어온 방문객을 하루종일 유지하여 만족도와 객단가를 같이 높인다. 그 결과 주변의 타 시설 및 다른 서비스와는 배타적이 된다.

반면 김해가야테마파크는 일종의 미끼상품이다. 관광객을 유인하여 김해의 다른 콘텐츠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창구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일일 관광 일정안에 all-day가 아닌 일부의 시간만을 잡고 있어야 한다. 객단가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다른 시설 및 콘텐츠와 나누어야 한다.

네번째는 콘텐츠의 오락성이다. 테마파크의 콘텐츠는 모기업의 산업과 연관된 테마와 라이딩류의 어뮤즈먼트 형태로 높은 오락성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유지 하고자 하는 테마는 보통 소비적이고 자극적이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김해가야테마파크의 가야라는 주제는 그 자체로는 오락적이지 않다. 그리고 라이딩류의 어뮤즈먼트는 제작비 및 운영비가 너무 많이 소요된다. 연간 1000만관객을 목표하지 않고서는 투자하기 힘든 금액이다. 어뮤즈먼트파크도 김해테마파크가 갈 방향은 아닌 것이다. 결국 부족한 오락성을 교육성에서 보충하고 있다.
종합해서 보면 김해가야테마파크는 그 자체의 수익성을 찾기 보다는 도시의 자산인 가야문화에 대한 문화자본을 축척하는 공간인 것이다.

생소한 가야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움의 루트이다. 이곳을 통해 축적된 가야문화에 대한 문화자본이 김해에 산재된 가야유물과 박물관, 유적 등을 찾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역사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겸해

경상남도 김해는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운 가야문화의 유산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즉 역사문화적 유산을 어메니티로 갖고 있는 곳이다.

가야는 42년 창권해 562년까지 존속하면서 김해지역의 풍부한 철광석를 제련하고 다듬어 무기와 도구등을 만들어내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한반도 철기문명의 중심지였다.1920년대 유적발굴을 시작으로 많은 유적지와 유물을 보유한 김해시는 현재 박물관, 미술관. 테마파크등의 새로운 어매니티를 통해 가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홍보함은 물론, 김해지역의 위상을 높이는데 적극적이다.

가야는 4,5세기 이전 한국역사에 대한 자료와 이해의 부족으로 삼국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지만 뜨겁게 재조명 받을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 앞으로 지속적인 자료조사와 더불어 한국사교육의 강화, 거기에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진다면 김해시는 경남권은 물론 국내외 새로운 관심을 끌 수 있는 원석을 간직한 셈이다.

팩트에 기초한 김수로왕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건 철기문명이다. 일연이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와 신화같은 기록을 기초로 삼국시대를 상상하여 삼국유사를 썼듯이 철기문화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의 나래로 가야테마파크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 철기문화는 더 극적이며 더 생생한 콘텐츠의 보고가 될 수 있다.

지난 5월, 6년간의 준비과정을 딛고 문을 연 가야테마파크는 체험위주의 교육의 장으로 손색이 없으나 테마파크로서의 독특한 킬러 콘텐츠를 보완해 좀 더 fun 하고 hot한 공간으로 달구어가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역사를 교육의 측면보다 엔터테이먼트로 강화해 기존의 교육의 역할이 큰 박물관 등과 차별화시켜 방문객의 감성을 자극할 콘텐츠 개발이 보완된다면 가야문화의 플래그스토어로서 지역 활성화에 큰 흡입력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2000년 전 역사의 끈을 잡고 모두의 바램으로 살아나고있는 가야문화를 어뮤즈먼트, 엔터테이먼트, 게임, 웹툰등의 새로운 콘텐츠로 승화 시키는 나머지 과제수행을 위해선 젊은이들의 상상력과 신선한 발상 또한 담아내야 할 것이다. 김해가야테마파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영기 기자 leyok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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