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배우 조수향을 빼놓고 '후아유'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스타의 산실 '학교' 시리즈답게 '후아유'는 이번에도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중 악역 조수향은 '역대급 악녀'라는 찬사 속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조수향은 등장부터 강렬했다. 왕따 가해자 강소영 역을 맡은 그는 환한 미소로 이은비(김소현 분)에게 다가가 거침없는 악행을 퍼부었다. 이를 '후아유'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터. 조수향은 "그 장면에 대해서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 해주셨다. 첫 등장인만큼 아직 악녀인지 모르기 때문에 착하게 보이다 반전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많이 충격적이었나보다"라고 회상하며 웃어보였다.
조수향은 첫 등장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그의 악행은 더욱 커졌고, 못된 여고생 캐릭터를 제 몸에 맞춘 듯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에 조수향은 "사실적으로 표현이 됐으면 했다. 실제로 어딘가에 있는 애처럼 보이길 원했다. 강소영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몰입했다"면서 자신의 연기방향을 밝혔다.
조수향은 악녀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후반부에서는 파멸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번에는 그 누구보다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쳤다. 아픔이 있는 강소영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그의 존재감도 다른 의미로 빛났다. '후아유'의 초반 상승세와 후반부의 여운 모두 조수향의 몫이었다.
"뒤로 갈수록 비중은 적어졌는데, 감정은 격해져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관심에 대한 부담으로 차분해지고 싶었다면 후반에는 감정신들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해야할 역할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텨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조수향은 '후아유'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깜짝 스타처럼 보이지만, 그는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 내공을 쌓아온 실력파 신예다. 지난해 데뷔작 영화 '들꽃'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그는 안양예고 재학시절부터 다수의 연극 무대를 접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는 조수향은 '무대는 신성한 곳'이라는 것과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다.
"제 고등학교 때 연기 선생님이 늘 저에게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도 그 느낌을 빨리 찾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한 번은 명상수업을 받으러 절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요. 마지막 날 갑자기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왜 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조수향은 연극 '옐로슈즈' 공연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줬다. 조수향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옐로슈즈' 공연을 올렸다. 당시에는 수입도 부족하고 관객수도 적어서 목숨을 걸고 연기를 했었다"고 운을 뗀 뒤 "관객 1명을 놓고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분의 실루엣이 생각난다. 그때 제 공연을 봐주신 분들이 저를 어디서든 응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지난 과거를 회상했다.
조수향은 연극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해서인지 연극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이에 그는 "앞으로도 연극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르를 구별하고 싶지는 않다. 잘할 수 있겠다 생각되는 작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할머니가 되도 써주신다면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말로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후아유'를 통해 우연한 사고처럼 갑작스럽게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지금은 당장 작품을 안하더라도 천천히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해요. 우선 나쁜 떼들을 벗겨내고, 연기 인생을 길게 보면서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조수향은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후아유'에서 호평을 받으며 어느새 신인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시상식 자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것 같다"고 겸손해 했지만, 결코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수향의 진가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아유'를 통해 인생 역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조수향이라는 사람이 있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되는 배우구나 라는 것은 알린 것 같아요. '후아유'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어요. 악플, 선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다 감사했던 것 같아요. 숨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는데 모두 응원의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좋은 작품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조수향 ⓒ 매니지먼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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