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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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新트렌드①] 당신을 사로잡은 甲과 乙

기사입력 2015.06.14 02:19 / 기사수정 2015.06.14 02:24

정지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TV에서 '갑을관계'라는 단어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말에 가까웠다. 실생활에 가까운 단어는 아니었다는 뜻. 하지만 지금 우린 각종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갑을관계'라는 단어를 무엇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갑과 을이 이 시대를 대변하는 트렌드가 된 것이다.

단순히 보면 갑을은 십간 중 갑과 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 조금 더 들어가자면 계약서 작성 시 계약자들을 일컫던 단어기도 하다. 하지만 '갑을'이라는 단어가 우리 인생으로 들어오는 순간 뜻은 조금 변화한다. 한국 사회 안 뿌리깊은 계층간의 관계,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일방적인 종속과 속박의 관계로 외연이 확장된다.

사실 아주 예전부터, 드라마에서는 수많은 갑을관계가 존재했다. '재벌'로 대표되는 갑은 '서민'을 대표하는 을을 괴롭히거나, 혹은 을과의 사랑으로 완전무결 '슈퍼 갑'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많았다. '갑을관계'라는 단어는 없었을지언정 언제나 이 관계는 유효했다.

그럼에도 '갑을관계'가 드라마의 신 트렌드라 설명하는 이유는, 갑을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철저히 '갑을관계를 위한 드라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 또 '갑을관계'라는 단어 그 자체로 작품 홍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종영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가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철저히 갑을관계를 중심으로 내세워 갑의 습성을 비꼬고, 을의 속물근성을 조명했다. 초창기 'SNL코리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위 계층을 향한 신랄한 풍자가 드라마에서 그려졌으니 신선할 수 밖에. 악역에 가까운 '갑' 유준상과 유호정이 스스로 블랙 코미디의 주역이 되며 더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갑을관계'라는 말을 드라마 홍보의 수단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tvN '호구의 사랑'은 유이와 최우식의 '갑을 로맨스'를 드라마 수식어로 사용했고, SBS에서 방영 중인 '상류사회', '가면' 역시 갑을 로맨스를 다룬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갑을 로맨스'로 검색하면 최근 방영된 드라마 제목이 왕왕 등장한다.

특히 갑을관계를 조망하는 최근 드라마들은 단순히 로맨스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갑을관계의 주인공을 통해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현실 풍자, 인간적 가치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기에 더욱 의미 있다.

이렇듯, 갑을 로맨스를 통한 대리만족, 또 사회 비판적 메시지에서 얻어낼 수 있는 공감이 동시에 작용되자 시청자의 반향도 자연히 커지기 마련. 한 관계자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세태 비판을 동시에 녹여내기에 '갑을관계'만한 주제가 없다. 시청자가 '갑을'이라는 단어에 흥미를 가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 밝혔다.

단순히 드라마에서 끝나지 않는다. MBC '무한도전'은 갑의 횡포와, 스스로 갑의 밑으로 들어가는 을의 모습을 담은 '끝까지 간다' 특집을 올해 초 선보였고, tvN '삼시세끼'의 경우에는 나영석PD가 절대 갑처럼 그려지며 이서진과의 새로운 구도를 만들며 또 다른 재미를 창출한다.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사진 = 풍문으로 들었소, 무한도전 ⓒ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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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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