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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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롤모델? 비슷한 사람은 필요없다"(인터뷰)

기사입력 2015.04.29 07:21 / 기사수정 2015.04.29 07:21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윤여정이라는 사람을 감히 한 두글자로 정의내리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다만 윤여정에게는 '아우라'가 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와인을 한 잔씩 곁들이며 인터뷰에 응하는 윤여정에게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와인을 마시며 답변하는 장면조차도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고아함이 느껴지는 여배우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시원시원했다. 윤여정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으로 이미 영화 '장수상회'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를 화끈하게 이끌어나갔다.

윤여정과 호흡을 맞춘 박근형은 "윤여정을 보고 감독들의 뮤즈라고 한다. 윤여정 같은 배우가 서너명만 있어도 영화계에서 획기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윤여정은 정말 진취적이고 앞질러 가는 트렌디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윤여정 같은 배우는 오직 윤여정 뿐이다.

윤여정은 단호했다. 롤모델이라는 것에 고개를 저었다. '윤여정처럼 되고 싶다'고 갈망하는 숱한 젊은 여배우들이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누군가의 롤모델이라는 것은 원치 않는 듯했다.

"롤모델이라는 것은 싫다. '저 사람이 부럽다', '저렇게 살까'하는 건 있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의 연기가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롤모델이라는 건 인터뷰용 아니겠나. 비슷한 사람은 필요 없다. 내 롤모델은 부잣집 사모님이다.”

윤여정에게 중요한 것은 나에게 몇번째로 작품이 들어왔냐 하는 배우의 자존심이 아니었다.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대신 그 서운함을 연기로 승화시켰다. 다른 이들을 후회하게 해주리라 생각하고 임한다고 털어놨다.

"감독이 처음 생각했던 배우를 쓰지 못했을 때는 잔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세 번째, 네 번째 순위였던 것은 두렵지 않다. 인생은 복불복 아닌가. 과거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나는 3순위의 사람이었다. 그 덕에 난 임상수 감독을 만났다. 내가 몇 번이라는 순서는 상관없다. 내가 해서 엎어주면 되지 않나. '뭐가 들어왔는데 내가 거절하고 누가 했다'고 이런 것을 굳이 말하는 건 창피한 일이다."

오랜 시간 배우로 다양한 역할을 선보여온 윤여정이지만, 뛰어난 후배들을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최근 윤여정에게 가장 깊게 각인이 된 후배 연기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등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김수현이다.

"김수현을 처음 본 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였다. 누군지도 모르고 봤지만 잘한다 싶었다. '드림하이'에선 그 친구인줄 몰랐다. '해를 품은 달'은 김수현 때문에 봤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경외롭고 부러웠다. 연기에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 나이에 그런 디테일을 보여줄 수 있어 놀라웠다. 사극이라는 건 어린 배우가 하기 힘들 수도 있다. 고루한 부분들을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인데, 김수현은 적당히 잘 표현해내 내 마음에 들었다. "

'청순'이 아닌 '청승'을 발견하고 영화 '화녀'에 윤여정을 발탁했던 김기영 감독처럼, 그는 자신에게 배우의 길이 온 것은 하나의 사고라고 설명했다.

"요새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경우도 있더라. 난 뭐가 되고 싶단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정말 사고처럼 배우가 됐다. 그렇다보니 나는 열등 의식 같은게 있었다. 이렇게 오래 배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배우를 시작했을 때, 배우라는 것은 그다지 영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딴따라'라고 무시했다. 지금은 배우를 부러워한다. 그 것까지 지켜볼 수 있게 돼 영광이다."

매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는 윤여정의 목표는 계속 연기를 하는 것이다. 특히 '장수상회'를 통해 아예 전면에 나설만큼 저력이 있는 배우임을 다시금 드러냈다. 비수기 극장가와 외화의 공세 속에서 '장수상회'는 어느덧 조용히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박근형과 함께 작업을 하며 우리는 참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 생각했다. 40여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음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된다. 내가 현장에 민폐가 되지 않는 한, 끝까지 연기하고 싶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윤여정ⓒ권혁재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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