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1등만 기억 하는 더러운 세상"
한 유행어가 생각나는 프로그램이었다. 바로 29일 오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의 특집이 그 주인공이다.
이날 '드림팀'에서는 100명의 신인 아이돌을 대거 출연시켰다. 집단 경쟁 프로그램이라 매번 많은 수의 인원이 나온 '드림팀'이지만, 이번에는 의미가 남달랐다. 태반이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팀의 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 중 이름을 아는 팀은 헬로비너스, 베스티, 피에스타, 라붐, 와썹, LPG, 에이코어 정도. 이마저도 음악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닌 보도자료 등을 받으면서 "이런 팀이 있었구나" 싶은 이들 정도였다.
MBC의 명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많은 아이돌 들이 출연해 이름 알리기에 나서는 대표 프로그램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는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팀들이 대다수다. 이날 '드림팀'은 '아육대'의 마이너리그 버전 같은 느낌까지 줄 정도로, 생소한 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출연한 이들의 생존경쟁은 처절했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유인원 같은 포즈를 취하고 달리기를 하는가 하면 속칭 '원샷'에 잡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처절함이 보였다.
1시간 남짓한 방송 프로그램 동안 우승자는 갈렸다. 100명 중 단 두 명만이 경쟁을 펼쳤고 우승한 리브하이 멤버 에이지아나 솔로가수 이환희 또한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드림팀'에 출연한 걸그룹들은 '신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민망한 이들도 다수 보였다. 데뷔한 지 3년이 지난 팀들도 다수 포진해, '뜨지 못한' 이라는 전제를 붙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특히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 데뷔한 팀들이 대다수였다.
걸그룹의 홍수 속에 뜨지 못한 팀들은 기회조차 잡기 힘든게 현실이다. 100인의 신인 아이돌을 출연 시킨 '드림팀'은 주목조차 받지 못하던 이들에게 기회를 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일요일 오전의 활기찬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처절한 생존경쟁의 장이 됐다.
과거 MBC의 '쇼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자며 만들어진 경쟁 프로그램으로, 지금은 스타가 된 걸그룹 카라, V.O.S, 스윗소로우 같은 팀들에게 기회를 줬던 의미 깊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청률을 이유로 논란 끝에 폐지가 됐다.
이후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았다. 차고 넘치는 스타들도 줄을 지어서 출연해야 하는 현실에 신인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드림팀'의 이날 특집은 어떻게 보면 잔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펼치는 신인 아이돌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