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1.12 22:35 / 기사수정 2015.01.13 09:07
명작으로 손꼽히는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과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을 수상한 동명 영화를 토대로 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9일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올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가 인생역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03년 프랑스에서 뮤지컬화 돼 사랑받았고, 올해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 중이다.
기대 속에 베일을 벗었으나 소설과 영화는 물론 프랑스 감성이 깃든 뮤지컬의 장점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우선 16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스칼렛의 사랑과 성장, 남북전쟁의 참혹함 등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느라 전개 과정에서 많은 디테일이 생략됐다. 이렇다 보니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음에도 줄거리가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이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스칼렛과 애슐리, 레트 같은 주요 인물의 감정 변화도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소설과 영화에서 스칼렛은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 점차 강인하게 변모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뮤지컬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긴 이야기를 빠르게 풀어가느라 철없는 소녀에서 성숙한 숙녀로 변화해가는 스칼렛의 세세한 심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히 “배고프지 않을 거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등의 강렬한 대사도 덜 와닿는다.
타라로 피신하던 도중 스칼렛을 두고 갑자기 군에 입대하겠다는 레트나 멜라니를 사랑하면서도 스칼렛에게 매력을 느끼는 애슐리의 감정 등도 단순하게 그려진다. 극의 흐름과 상관없어 보임에도 꽤 긴 분량을 차지한 벨 와틀링 장면을 넣는 대신 줄거리의 개연성과 캐릭터의 깊이에 치중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음향과 배우의 목소리가 어우러지지 않은 점도 아쉽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MR(녹음된 반주)을 사용한 탓인지 몇몇 배우들의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짜임새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볼거리는 풍부하다. 벨 와틀링의 파라다이스, 버틀러의 저택 등 무대 세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이며 영화 속 의상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초록색 프릴드레스, 커튼 드레스 등 스칼렛의 다양한 복장을 보는 재미가 있다. 배경에 어울리는 입체적 영상과 앙상블의 합도 눈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은 대체로 역할을 잘 소화해낸다. 스칼렛 역을 맡은 바다는 안정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동시에 도도함, 고독 등 스칼렛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김보경도 가녀리고 정숙한 멜라니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레트 버틀러 역으로 뮤지컬에 처음 데뷔한 주진모는 아직은 아쉬운 면이 있다. 연기에 있어서는 흠 잡을 데 없지만 노래할 때 발음이 뭉개져 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2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160분. 만 7세 이상. 공연문의: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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