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진짜 포수 장비가 그렇게 작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니까요."
롯데와 KIA의 시즌 11번째 대결이 펼쳐진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롯데는 숨은(?) 또다른 포수 자원을 등장시켰다. 바로 거포 최준석이다.
김시진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용덕한을 선발 포수로 내보내 유먼과 호흡을 맞추게 했었고, 경기 중반부터는 강민호가 리드를 이끌었다. 그런데 강민호가 공격 도중 상대 투수의 공에 머리를 맞았다. 외상은 없어 수비까지 강행하던 강민호는 결국 9회말 1사 후 교체됐다.
이미 포수 2명을 모두 소진한 롯데가 꺼내든 카드는 최준석이었다. 물론 최준석은 포수 경험이 있는 선수지만 총 9번 출전에 그쳤던데다 가장 최근 출전이 2005년 4월 6일 사직 현대전이었고, 포수 선발 출전은 지난 2004년 4월 잠실 LG전이었다. 무려 10여년전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날 최준석은 강영식-김승회-최대성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무려 50개의 공을 받아냈다. 또 KIA의 발 빠른 김주찬의 2루 도루를 저지하는 '불꽃 송구' 실력도 뽐냈다. 비록 팀은 연장 12회말 패했지만, 최준석이 든든히 안방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혈투'가 가능할 수 있었다.
다음날 경기장에 나와 훈련을 소화한 최준석은 온 몸으로 피로를 호소했다. 자신의 체구에 비해 포수 장비가 작아 불편한데다 오랜만에 투수들의 공을 받았기 때문에 손가락에 통증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전날 '화제 중심' 답게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팀 동료인 전준우도 취재진에 둘러싸인 최준석을 보고 장난스런 모션을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준석은 김주찬의 도루 저지에 대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뛴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는데 정말 뛰더라. 그 다음은 생각이 잘 안난다"고 답했다. 그만큼 경황이 없었던 탓이다.
이어 "최대성의 빠른 공을 받을 때는 정말 손가락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는 최준석은 "그래도 어느 정도 감이 남아 있어 변화구 받거나 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장비도 안맞더라. 포수 장비가 그렇게 작은걸 이제 알았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두번 다시 안했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대주자, 대수비, 대타, 혹은 포수라도. 팀이 원한다면 어떤 것이든 할 준비가 돼있다"며 결연한 눈빛을 선보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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