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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혹은 '가장' 신해철, 실험은 계속된다

기사입력 2014.06.23 07:59 / 기사수정 2014.06.23 12:01

한인구 기자
'마왕'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신해철이 정규 6집 발매를 앞뒀다. ⓒ KCA엔터테인먼트
'마왕'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신해철이 정규 6집 발매를 앞뒀다. ⓒ KCA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가수 신해철(46)에게는 '마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MBC 라디오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을 진행하며 얻은 것이다.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록 팬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또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마왕'과 '가장'의 위치에 있는 신해철이 정규 6집 part.1 'Reboot Myself(리부트 마이셀프)'로 돌아온다.

새 앨범은 2007년 정규 5집 'The Songs For The One(더 송스 포 더 원)' 이후 7년, 2008년 넥스트 6집 '666 Trilogy Part1(666 트릴로지 파트1)' 이후 6년만에 내놓는 것이다. 지난 17일 선공개곡 'A.D.D.a(아따)'가 알려진 뒤 가요 팬들의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아따'는 모든 사운드를 신해철 자신이 직접 입으로 만들어낸 '원맨 아카펠라'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신해철은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브이홀에서 열린 정규 6집 음악감상회에서 가요계 복귀에 관한 소회를 털어놓으며 '아따'와 수록곡 'Catch me if you can(캐피 미 이프 유 캔)' 'Princess Maker(프린세스 메이커)' '단 하나의 약속'에 대해 설명했다.

"다시 새 앨범을 발표했다. 감개무량해야 하는데 지금은 혼이 빠져있고, 정신이 없다. 편안히 운동복을 입다가 무대의상을 입으니 이상하다." 신해철은 낯선 무대에 관해 말하며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앨범 이름 'Reboot Myself'에 대해 "나 자신을 리부트(재시동하다)한다는 의미"와 "정규 2집 'My self(마이 셀프)'에서 고민했던 음악을 다시 연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해철은 긴 공백만큼이나 변화한 음악계 흐름도 언급했다. '타이틀곡'은 물론 '선공개곡'이라는 개념도 친숙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가 인생에서의 제3의 시기라고도 덧붙였다. "가장 긴 공백기였다. 감방에 가서도 음반은 계속 냈다. 학생이던 시절, 뮤지션으로 데뷔해 음악을 하던 시절, 지금은 세 번째 시기로 이전과는 달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가족과의 시간이 없었다면 "음악적으로 더 하찮아졌을 것"이라며 다행이라고 했다.

신해철은 마흔을 넘어선 지금이 인생에 있어서 제3의 시기라고 말했다. ⓒ  KCA엔터테인먼트
신해철은 마흔을 넘어선 지금이 인생에 있어서 제3의 시기라고 말했다. ⓒ KCA엔터테인먼트


이날 첫 곡으로 '아따'가 소개되고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그의 입으로 불어넣은 음악에 씌워진 다양한 화면에 신해철의 모습이 담겼다. '아따'는 '학교를 갔어도 졸업이 업이 안돼/ 군대를 갔어도 취직이 직이 안돼/ 애아범이 돼도 철이 들질 않아 전혀/ 이 똑같은 세상을 어떡하든 버티는 나' 등의 가사처럼 세상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살아 가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아따'는 특히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아카펠라만으로 모든 것을 해냈다는 점이 독특하다.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신곡을 아카펠라로 만드는 것은 전례가 없었지만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제작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의 설명을 이어갔다. "아카펠라 드럼은 음역이 한정돼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따로 떼어내서 합치면 오히려 소리가 작아진다. 음이 '떡'이 되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해철은 아카펠라 악기 소리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건반 음을 그대로 목소리로 옮긴다고 표현되지 않았다. 건반 음을 구현하려 해도 고유의 음은 음대로, 손가락이 건반에 닿는 소리 또한 담아내야 소리가 '떡'이 되지 않았다. '입이 터질 정도로' 반복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체력전이었다. 악기는 연주 할 수 하지만 아카펠라는 온몸으로 소리를 내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업을 할 때는 90시간 이상 깨어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곡은 목소리로 녹음하는 것이기에 목이 따라주지 않으면 힘들었다. 음에 따라 체중을 늘리거나 뺐다." 신해철은 '아따'를 완성해서 녹음하기까지는 2주가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일 년 반 이상 아카펠라 실험작들을 만들어 냈다. 그는 아카펠라로 완성된 Electric Light Orchestra(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타라)의 'Last Train To London(라스트 트레인 투 런던)'을 들려줬다.

신해철은 정규 6집에 음악적 실험도 빼놓지 않았다.  KCA엔터테인먼트
신해철은 정규 6집에 음악적 실험도 빼놓지 않았다. KCA엔터테인먼트


나머지 곡들은 마지막 데모상태였다. '아따'만큼의 음질은 아니었지만 6집의 전반적인 느낌은 전해졌다.

신해철은 'Catch me if you can'이 '원맨 밴드'로 완성된 곡이며, 미디로 작업한 비중이 높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악기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곡은 전자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와 블루지한 피아노 반주가 귀를 사로잡았다. 중간에서는 분위기가 전환되는 등 속도감도 느껴졌다. 또 '몽땅 죽이라 바퀴벌레 죽이라' 등의 사투리 섞인 가사도 독특했다. 이와 관련해 신해철은 "'경상도 랩 만들기' 목표를 달성한 곡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경상도 사람들을 비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 부분을 넣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Princess Maker'는 효과음 섞인 보컬에 다소 느린 템포의 곡이었다. 긁는 듯한 기타 사운드와 'I find you/ I Change you' 등의 가사와 키보드 솔로 파트가 돋보였다. "다른 곡들에 비해 'Princess Maker'는 조금 차가운 느낌이다. 이번 앨범 네 곡은 모두 장르적 유사성이 있는데, 흑인 음악 리듬감이 있는 곡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신해철은 틈틈이 음악과 자신이 걸어온 길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2집 'My self'를 예로 들었다. "90년대 뮤지션 대부분이 사람들이 재밌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처음에는 선택하지만, 인기가 많아지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2집 'My self'는 엄마나 사촌 동생도 들을 수 있던 노래였다. 그 후에는 점점 음악이 대중과 멀어진 듯하다. 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공부할 수 있었던 소설가인데, 논문도 쓰고 한 것같다."

그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과거의 날 선 자신에게 "유행가를 만드는 사람이고 동료가 명품을 만들었다고 엉덩이를 두드려주면 된다"고 다독였다. 또 신해철은 많이 다뤘던 청소년의 자아 문제가 아닌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드라마틱한 대답'보다는 '현실적인 답'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넥스트의 다음 앨범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 KCA엔터테인먼트
넥스트의 다음 앨범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 KCA엔터테인먼트


'단 하나의 약속'은 베이스 기타가 안정적으로 노래를 잡아주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내 소중한 사람아' '아프지 말아요' '조금 더 게을러도 괜찮고' 등 가족과 특히 딸을 향한 걱정 섞인 당부가 담겨있었다.

신해철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작업을 시작해 1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만든 곡이지만 '15년'이란 세월이 부담이라고도 했다. "가요계에 유행하는 러브송은 한순간의 사랑이다. 부부는 생활에 함몰돼서 칼 같은 각오로 사랑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가족을 위해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어야만 한다." 한 가족의 가장인 마흔 여섯 살 신해철의 각오가 들어차 있었다.

그는 '아따'를 서태지가 직접 타이틀로 골랐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또 그룹 넥스트가 '넥스트 유나이티드(가제)'로 스무 명이 넘는 인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을 넘어 밴드 구성에도 실험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신해철은 마지막으로 활동 계획을 전했다. "음악적으로는 열심히 활동했지만, 상업적으로는 아직도 낯설다. 가족과 그동안 살아온 것을 담아낸 음악이니 많이 지켜봐 달라. 이제 나이가 마흔 여섯인데, 더 젊거나 참신해 보이기보다는 나이에 어울리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 기왕이면 내가 차린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한 의자에 않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겠다."

이날 오후 8시부터는 팬들과 함께하는 앨범 발매 기념 파티도 개최됐다. 팬과 기자의 투표에 따라 타이틀곡은 '단 하나의 약속'으로 결정됐다. 신해철 정규 6집 part.1 'Reboot Myself(리부트 마이셀프)'는 26일 발매된다.

신해철의 정규 6집 타이틀곡은 '단 하나의 약속'으로 결정됐다. ⓒ  KCA엔터테인먼트
신해철의 정규 6집 타이틀곡은 '단 하나의 약속'으로 결정됐다. ⓒ KCA엔터테인먼트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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