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와 김승환이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동성결혼 및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관한 입장을 전했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 제기 기자회견이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이날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고 등장했다. 김조광수는 푸른색 빛이 도는 상의를 입었고 김승환 또한 붉은 색상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행사는 앞서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5분 늦게 시작됐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가벼운 미소를 띈 채 미리 마련된 자리에 착석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소속 곽이경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가 모두발언으로 김조광수 김승환의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제기와 동성결혼을 지지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법 어느 조항에도 결혼을 이성간의 조합이라고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소수자에 대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성소수자 및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권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김조광수와 김승환이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결혼을 선언하는 순간, 두 사람의 결혼 선언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는 "이미 유럽에서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프랑스까지 14개 국가가 다양한 형태의 결혼을 인정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련해서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곽이경은 이들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김조광수·김승환이 변호인단과 소송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이 악성 댓글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조광수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음 발언을 준비했다.
김조광수는 "김승환과 아직 헤어진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더라.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궁금해 되물어보니 '동성애자들은 금방 만나고 금방 헤어진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어 "이성애자 중에는 짧게 연애하는 사람도 있다. 동성애자가 금방 헤어진다는 것은 이성애자들이 만든 편견들이다. 김승환과 10년 전부터 만나 지금까지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조광수는 "저희가 이렇게 걸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따위는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승환은 "어느 때보다 김조광수와 부부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제 어머니가 최근 몸이 좋지 않으셔서 입원을 하셨을 때에도 김조광수에게 많이 의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식 후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연락이 왔다. 혼인신고가 불복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셨다. 실제 성소수자 커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는 인정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빨리 법제도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조광수·김승환의 발언이 끝나고 이번 소송의 변호인단으로 나서는 이석태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이석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서대문구청장의 김조광수·김승환 혼인신고 불수리에 관해 국민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사법부가 올바르게 이 문제를 판단해 한국이 앞서 나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와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도 이번 소송 제기와 성소자의 결혼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소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전해진 가운데 '동성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시작하며'라는 기자회견문이 낭독됐다. 또 법원에 소장을 제기하는 장면을 연출한 '응답하라, 법원'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김조광수는 "정부나 법원에서 쉽게 저희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희가 한국에서는 별로 없었던 일을 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다"고 혼인신고를 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것을 서대문구청에서 미리 밝혀 왔기에 불수리 통보를 받았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조광수는 "처음부터 순탄한 길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이번에도 불수리를 받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성소수자들의 평등권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일을 해 갈 것이다"고 향후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밝혔다.
또 "동성애자들의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환은 "혼인신고가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법률을 해석하시는 분이라면 저희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환은 "그냥 행복하게 살면 될 것 같다. 이보다 쉬운 투쟁은 없을 것 같다"고 동성결혼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지난해 9월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 국내 최초로 공개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같은 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접수했지만 불수리 통보를 받았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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