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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의 프로존] 여러분에게 박지성은 어떤 선수였나요

기사입력 2014.05.15 02:35 / 기사수정 2014.05.15 02:35

조용운 기자
24년 축구인생을 되돌아보며 최고가 아닌 믿음을 준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박지성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 엑스포츠뉴스DB
24년 축구인생을 되돌아보며 최고가 아닌 믿음을 준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박지성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화려하지 않다. 굳이 분류하자면 평범함에 가깝다. 크거나 현란하지 않은데 눈길을 뺏는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기억을, 가슴을 사로잡는다. '안 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무대를 홀로 누비며 호령했던 영웅이 축구 인생을 마무리했다. 떠나면서 묻는다. 박지성은 어떤 선수였냐고.

박지성이 24년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축구선수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이상적인 모습 그대로 박지성이 현역에서 물러났다. 후회는 없다며 지은 밝은 표정은 지난 시간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내려놓아 홀가분해 보였다.

박지성은 웃으며 떠났지만 지켜보던 이들은 퇴장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다. 저마다 기억하고 있는 박지성의 모습을 꺼내 회상하느라 바쁘다. 국내는 박지성의 발자취를 좇느라 열심이고 박지성이 뛰었던 해외도 좋았던 추억을 하나씩 꺼내놓느라 분주한 하루였다.

박지성은 그 누구보다 우리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인물이다. 그저 다른 세상 인냥 TV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지던 전율 속에 박지성이 존재했다. 유럽 진출 초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PSV 아인트호벤의 7개월은 한국에 유럽 축구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이어진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생활은 비로소 박지성의 주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박지성은 2012년 2월 24일,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박지성은 2012년 2월 24일,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박지성 이름 석자 옆에 따라붙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짜릿함은 본인보다 팬들이 더 즐겼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자랑하거나 알릴 때 쓰이는 '두 유 노(Do you know?)' 시리즈에 박지성만큼 적합한 인물도 없었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최초로 이뤄낸 업적에 팬들은 함께 기뻐했고 눈물을 흘렸다. 박지성이 뛰었던 유럽 생활 내내 국내 팬들도 함께 성장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언제나 주연이었지만 박지성이 유럽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아니다. '수비형 윙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킬 만큼 박지성의 플레이는 헌신이 녹아들었다. 박지성 은퇴 소식에 PSV와 맨유, 퀸즈파크 레인저스(QPR)까지 하나같이 건네는 인사는 '고맙다'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송사다. 박지성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이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문구도 없다.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박지성은 떠나는 날까지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여전히 완벽하지 못하다는 박지성이다. 그는 "부족함이 많다. 내 축구 인생을 평점으로 내자면 7점 정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우리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박지성이기에 7점은 너무 가혹했다.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성이 은퇴선언을 하고 있다. 수원 김한준 기자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성이 은퇴선언을 하고 있다. 수원 김한준 기자


그러나 박지성에게 7점은 결코 부족한 수치가 아니었다. 그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현란한 테크니션이 아닌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저 내 방식대로 축구했고 그들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축구 인생을 돌아봤다.

끝으로 박지성은 우리에게 물었다. "많은 분들이 경기장에 선 나를 보고 믿음이 가는 선수라고 여겼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진 분이 있다면 좋은 선수 생활을 했다고 본다"라고.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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