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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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군소기획사②] 대형사가 독식한 방송 출연 '하늘의 별따기'

기사입력 2014.05.01 09:32 / 기사수정 2014.05.01 09:49

정희서 기자
크레용팝은 여타 걸그룹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사랑받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DB
크레용팝은 여타 걸그룹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사랑받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어느 날 한번 잘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하는 거죠." 가요계에서 살아남기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군소 기획사는 '튀어야 산다'는 생존전략으로 '한 방'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랑TV '심플리 케이팝', SBS MTV '더쇼-올어바웃 케이팝', MBC Music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 다운'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우리는 거의 매일 음악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화려한 방송의 이면에는 기획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고 있다.

한 군소 기획사 관계자는 "매주 음악방송 PD들과 방송 출연을 위한 미팅을 한다. 보통 약 50명가량의 매니저들이 방송국을 찾지만 굉장히 형식적일 뿐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약 20팀의 출연자 중 반 이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라고 전했다.  

대형 기획사의 인기 가수 같은 경우에는 출연을 '확실히' 보장받는다. 오히려 최초 컴백 무대를 어느 방송에서 하느냐는 선택권을 쥐고 있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의 신인가수 경우에도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간다. 이에 따라 수십 개의 군소기획사는 남은 두 세 자리 방송 출연권을 두고 '피 터지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대형 기획사 소속의 인기 가수를 자기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대형기획사 신인가수나 그룹에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신인 걸그룹을 키우고 있는 군소기획사 관계자는 "음원을 발매해도 얼굴을 알리는 게 가장 힘들다. 신인 가수들은 음악방송이 아니면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거의 없다. 예전에는 앨범을 발매하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주 연속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게 정석이다시피 했으나, 경쟁 가수가 많은 지금은 연달아 스케줄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방송 일정이 잡혔다 해도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며 방송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 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면서 가요계의 생태계는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연예 기획사의 결과물이 음악적 고민의 결과보다는 시장에 대한 고민에서 나오게 됐다. 앨범 중심이 아닌 싱글이나 미니앨범를 중심의 곡 활동으로 바뀌었고, 차트의 순환은 점점 더 빨라졌다. 따라서 자본력이 부족한 군소 기획사는 제작부터 홍보까지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한 팀이 싱글 앨범 3장을 발표하는 데까지 약 10억 원이 든다. 2, 3년을 활발히 활동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빚을 지면서 제작에 참여하는 회사도 많다. 앨범을 힘들게 만들어도 홍보비용이 그에 맞먹는다.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홍보가 안 되면 묻히기 십상이다"라고 설명했다. 홍보를 위해서는 방송 출연이 가장 지름길이지만, 이마저도 대형 기획사가 '접수'한 상황에서 자사 소속 가수의 '얼굴 알리기'는 갈수록 힘겹다는 것이다.

한 홍보 대행업체 관계자는 "군소기획사는 초기 자본 부족으로 '때깔 좋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거나, 프로모션을 하는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좋은 프로듀서에게 좋은 곡을 받기도 힘들다. 음원 유통사의 추천 제도나 음원사이트의 메인 페이지 노출에서도 뒤로 밀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대형기획사 따라가기 급급…결국엔 차별화가 답

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군소기획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 기획사가 주도하는 가요 트렌드를 유행처럼 좇아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소수의 프로듀서가 가요계를 움직이고 있다. 용감한 형제들, 이단옆차기, 신사동 호랭이 등 유명 작곡가들의 곡들이 가요계를 점령하다시피 한다. 음악방송에서 볼 수 있는 장르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팀은 달라도 음악은 비슷한 무대에 대중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10cm, 스탠딩 에그, 에피톤 프로젝트, 악동뮤지션과 같은 자기 색깔을 가진 뮤지션과 신선한 음악들이 대중의 기대에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몸집으로 대형 기획사를 따라갈 수 없다면 결국 좋은 음악과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다른 예로 크레용팝, 오렌지캬라멜은 유니크한 기획을 통해 새로운 아이돌의 전형을 만들어 냈다. 특히 크레용팝의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는 B급 정서를 내세운 전략이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 성공하면서 업계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기발한 콘텐츠와 기획력, 홍보 마케팅이 어우러진다면 성공의 기회는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예전 가수의 활동은 음반 발매, 음악방송, 매체와의 인터뷰 등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SNS, 어플리케이션 등 홍보수단이 다양하다. 방송국의 폐쇄적인 환경과 PD의 '간택'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과는 달리 온라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SNS상에서 인지도와 지지기반을 쌓은 뒤 방송으로 역진출하는 것이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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