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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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독버섯' 뮤비…'생계형 섹시'로 얼룩지고 있다

기사입력 2014.03.03 11:58 / 기사수정 2014.03.03 11:58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독버섯은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먹는 순간 치명적이다. 가요계에도 독버섯이 자라고 있다. 최근 걸그룹을 중심으로 선정적인 뮤직비디오가 쏟아지고 있다. 대중의 눈길을 끄는 '야한' 퍼포먼스만 있을 뿐 음악은 뒷전으로 밀린 뮤비가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걸그룹들의 뮤비는 '두 얼굴'을 가진다. 깊이 파인 의상과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한 '섹시한' 안무로 뮤직비디오를 최대한 야하게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 홍보효과를 노린 다음, 방송에 내보낼 때는 적당한 수위로 낮추는 것이다. 

도를 넘은 섹시 뮤직비디오가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뮤비의 파급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케이블 음악 전문 방송을 중심으로 대중에게 전달됐으나 지금은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로 보급되는 추세다. 방송사를 통해 전달되는 뮤비는 방송사 자체 심의가 이뤄지지만 동영상 사이트는 비교적 보호 장치가 허술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섹시 뮤비 열풍이 불었다. 올해 들어서 걸스데이를 시작으로 달샤벳, 레인보우블랙, AOA, 스텔라 등이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가 담긴 뮤직비디오로 컴백했다.

그러나 눈길을 사로잡는 뮤직비디오를 내세운 걸그룹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무와 의상의 부분적인 수정을 통해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는 "활동 초반 인터넷을 통한 자극적인 뮤직비디오는 충분히 효과를 본다"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걸그룹들도 뮤비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제작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는 19세 이상 관람가였지만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접할 수 있었다. 대중은 동영상에서 접한 안무 등을 확인하고 싶어 이들이 출연한 음악 방송 출연에도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또한 "인터넷으로 노골적인 섹시 콘셉트 뮤직비디오를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걸그룹들이 비난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선정적인 뮤비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퍼포먼스 위주의 걸그룹이 현재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걸그룹이란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섹시하고 관능적이게' 뮤비를 제작하는 것이다.

결국 최근의 현상은 생존을 위한 선택과 대중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 정덕현은 이런 현상을 '생계형 섹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걸그룹들의 최근 모습은 가수의 행보라기보다는 생존의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음원 수익보다는 방송과 행사 수익에 오히려 포인트를 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뮤직비디오에서 표현된 짧은 의상과 일부 신체 등을 강조한 퍼포먼스를 음악 방송에서 완전히 수정된 버전으로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기본이 되는 콘셉트가 있다보니 의상·안무의 부분 수정도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최근 지상파 음악 방송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일부 가수 및 그룹들의 선정적인 무대에 대한 제재조치를 하기 전에 음악 방송 측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곽재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 심의팀 차장은 "6일 전체회의를 통해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에 대한 제재조치 결과가 나온다"면서 "음악 방송 관계자들도 문제를 의식하고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일부 가수들의 무대가 문제가 된다고 무조건 규제의 잣대를 대는 것도 문제가 될만한 소지가 있다. 규제의 기준이 모호하고 개인에 따라 받아들이는 적정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덕현은 "노출의 강도 중요하기보다는 그 목적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 대중은 알몸으로 하는 전위예술을 선정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출도 표현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구잡이식 규제는 표현이 자제되는 등 악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황선업은 "규제는 방송사 및 음악 방송 관계자에게 맞기는 게 좋을 것이다. 자칫 염색과 귀걸이를 금지하는 등 과거로 회귀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는 무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영상미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표현의 자유 또한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음악은 뒷전인 채 이슈만 생산하려는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는 대중의 눈은 잡아끌 수 있지만 귀는 멀어져 가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맹목적이고 경쟁적인 '야한 뮤직비디오' 제작은 가요계의 지나친 상업주의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걸그룹 뮤직비디오 ⓒ 유튜브]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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