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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V리그 남자배구, 외국인선수 춘추전국시대

기사입력 2013.11.08 17:45 / 기사수정 2013.11.11 09:58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V리그 남자배구는 어떤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자배구도 마찬가지다.) 팀별로 한 명씩 할당된 외국인 선수지만,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특급 용병'을 갖춘 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2005~06시즌 이후 우승팀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루니라는 '특급 공격수'를 앞세워 05~06, 06~07시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고, 삼성화재가 2007~08시즌 이후 6연승 우승을 누리고 있는 데는 안젤코(2번), 가빈(3번), 레오(1번) 등 걸출한 선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끈끈한 수비력과 조직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용병' 이라도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속칭 '몰빵 배구'가 V리그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빙의 승부처에서나, 5세트 경기에 들어가면 세터들이 무조건적으로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방식이 과연 옳으냐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어쨌든 현실은 타구단보다 더 나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구단과 감독들의 최대 과제가 돼 버렸다. 특히 남자배구는 시즌 개막 이전부터 여러 구단으로부터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했다는 풍문이 들려와 관심을 증폭시켰다. 과연 삼성화재의 '괴물 용병' 레오에 맞서거나 제압할 외국인 선수가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안긴 채 V리그가 개막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풍문이 '허풍'만은 아니었다. 팀별로 쟁쟁한 외국인 선수가 버티고 있어 올시즌은 '삼성 독주'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어느 한 팀도 쉽게 다른 팀을 넘볼 수 없겠다는 긴장감이 팬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7년 연속 우승컵을 거머쥐려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와 이를 저지하려는 다른 6개 구단의 혈투가 지난 2일을 시작으로 5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지난 시즌은 레오(쿠바)의 독무대였다. 2011-12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활약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후 한국 무대를 밟은 레오는 정규리그에서 867득점(경기당 29.9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59.69%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시즌 MVP의 영예를 안았다.하지만 올 시즌은 레오에게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명성을 날렸던 외국인선수들이 한국 무대에 모였기 때문이다. 

평균 신장 206.8cm. 고무공처럼 튀어 오른 외국인 선수들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3-14시즌 V리그는 그야말로 외국인선수 춘추전국시대다.아직 한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전모를 확인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경기를 해나갈 수록 팀에 녹아들면서 이들이 가진 파괴력이 더욱 강력하게 뿜어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용병'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세계 3대 공격수, 현대캐피탈 아가메즈(콜롬비아·207cm)

미디어데이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세계 3대 리그로 통하는 터키리그에서 소속팀 아르카스 이즈미르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아가메즈를 영입했다. 키 207cm, 몸무게 96kg의 아가메즈는 스파이크 높이 365cm, 블로킹 높이 346cm로, 높은 타점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공격수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라는 김호철 감독의 칭찬에 걸맞은 데뷔전을 치렀다. 아가메즈는 한국무대 데뷔전에서 24점을 쓸어 담으며, 공격 성공률 53.85%를 기록했다. 강한 스파이크 서브로만 3점을 올렸고, 전후위를 오가며 활약했다.

데뷔전을 치른 아가메즈는 "첫 경기치고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할 때 미스가 있었다"며 "안 좋은 순간 팀 동료들이 잘 해줘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호철 감독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해줬다. 연습보다 못할 것으로 봤는데 만족한다"고 평했다. 반면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은 "소문보다는 별로"라고 평했다.

'원조 용병'의 귀환, 우리카드 루니(미국·206cm)

우리카드는 2005-06시즌, 2006-07시즌 현대캐피탈 우승 주역이었던 '원조 용병' 숀 루니를 불렀다. 한국 무대를 누볐던 당시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할 만큼 활약했던 루니는 국내 무대를 떠난 후 이탈리아 리그서 활약했고, 6년 만에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귀환했다.

복귀전 성적은 13득점(공격 성공률 44.82%). 예전 명성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루니는 탄탄한 기본기와 한국 무대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루니의 복귀전을 두고 강만수 감독은 "썩 잘하지 못했다. 아직 세터와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며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쿠바 특급, 대한항공 산체스(쿠바·205cm)

대한항공에서 선택한 외국인선수는 쿠바 국가대표 출신이자 카타르 리그에서 MVP와 득점 1위를 휩쓴 마이클 산체스(쿠바)다. 주 공격수 김학민과 세터 한선수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워야 하는 대한한공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선체스의 데뷔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산체스는 삼성화재와 맞붙은 첫 경기에서 34점을 얻어냈다. 특히 레오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터라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했다.
또 두 번째 경기에서도 33득점을 기록해 주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친청복귀, 한국전력 밀로스(쿠바·205cm)

쿠바 국가대표 출신 야디엘 산체스 시에라를 먼저 뽑았던 한국전력(구 KEPCO)은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밀로스 큘라피치로 대체했다. 

지난 2010-11시즌 한국전력에 소속돼 활약했다가 다시 친정팀에 복귀한 밀로스는 복귀전에서 19득점을 올렸다. 득점력은 다른 용병과 비교할 때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공격 성공률이 55.56%에 달했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7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는 14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공격 성공률 역시 30%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뒤늦게 합류한 탓에 몸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경기가 끝난 뒤 신영철 감독은 "용병 싸움에서 차이가 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V리그 최장신, LIG 에드가(호주·212cm)

리베로 김진수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주축 공격수 김요한 마저 지난 6일 부상을 호소하며 코트를 떠났다. 외국인선수 토마스 에드가(호주)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LIG에게 희망을 안기고 있다.

호주 국가대표 출신 에드가는 올 시즌 V리그 무대를 누비는 외국인선수 중 가장 장신이다. 에드가는 한국전력과의 데뷔전에서 37득점 공격 성공률 57.69%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어 지난 6일 두번째 경기에서는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강력한 스파이크로 삼성화재를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무려 44점에, 공격 성공률도 61%를 기록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로서는 레오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꼽힌다.

막내 구단의 새 맴버, 러시앤캐시 바로티(헝가리·206cm)

지난 9월 신생팀 러시앤캐시에 합류한 아르파드 바로는 2012-1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2에서 활약하며 득점 4위, 공격 3위, 블로킹 10위를 기록한 선수다. 한국 무대 데뷔전 성적은 기대 이하. 바로티는 12득점을 올리며 공격성공률 35.4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벌써부터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티는 러시앤캐시 창단 첫 경기를 치르는 도중 체력이 힘들다는 어필을 했다. 결국 김세진 감독은 바로티를 대신해 국내 선수를 투입했다. 경기 후 김세진 감독은 "한국에 올 때 백지상태로 왔다. 근력을 측정하라고 병원에 보냈더니 일반인보다 못한 근육량을 가지고 있더라. 우리팀이 용병 의존도가 낮은 팀도 아니고 교체하고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V리그 외국인 선수 ⓒ KOVO 제공]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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