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4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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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뮤지컬 '잭 더 리퍼', 선·악의 모호한 경계를 묻다

기사입력 2013.07.22 16:25 / 기사수정 2013.11.18 18:11



▲ 뮤지컬 '잭 더 리퍼'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세상에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다고들 한다. 아마도 전자는 규범과 규칙을 준수하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 후자는 나쁜 짓을 골라 하고 주위에 폐를 끼치는 사람일 것이다. 무엇이든 편 가르고 구분 짓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선과 악의 기준으로 나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곤 한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이러한 선악의 구분에 의문을 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1888년 런던 화이트채플에서 매춘부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실제 영구 미해결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잭 더 리퍼'의 주인공 다니엘은 누가 봐도 악인이다. 장기이식 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다니엘(엄기준, 김다현, 지창욱, 정동하, 성민, 이창민, 박진우 분)은 살인마 잭(신성우, 김법래, 조순창)과의 거래를 감행한다. 그러다 결국 살인을 저지르며 잭과 다를 바 없는 악인으로 변모해간다.



과연 다니엘은 진정 악한 사람일까? 세상에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선과 절대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모든 것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물론 살인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지만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다니엘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시체 브로커인 매춘부 글로리아(소냐, 김여진, 제이민 분)와의 사랑, 바로 그 사랑 때문에 잭과 거래를 맺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사랑 등 여러 요소들이 뒤섞인 이 작품은 다니엘이라는 한 남자가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 내면적 갈등을 겪고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는 다니엘을 통해 누구나 선과 악의 경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잭 더 리퍼'는 누가 살인자인지, 누가 희생자인지 답을 찾아가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에서 살인자, 희생자를 따지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착한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도 없듯 다니엘 역시 살인자임과 동시에 희생자라 말할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자신의 마음 속 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보다 중요한 가치임을 말한다.



다니엘의 미묘한 감정이 부각되는 2막은 1막에 비해 전개가 느슨한 감이 있지만, 다니엘과 잭을 둘러싼 반전적 요소로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시킨다.

배우들은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따라간다. 부활 정동하는 뮤지컬 경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중후한 분위기로 이중적 면모를 지닌 다니엘을 표현해낸다. 잭 역의 김법래 수사관 앤더슨(김준현, 이건명, 민영기, 박성환) 역의 이건명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답게 튀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극에 스며든다. 양꽃님, 제이민, 강성진 등도 흡인력 있는 연기로 관객의 감정을 끌어낸다.

'런던의 밤', '함정수사', '배신', '어쩌면', '특종', '내가 바로 잭', '혼돈' 등 뮤지컬 넘버들은 어두운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며 몰입을 높인다. 화려한 회전무대도 볼거리다.

9월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40분. 만 8세 이상. 공연문의: 02)764-7857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잭 더 리퍼 ⓒ 엑스포츠뉴스DB, 엠뮤지컬]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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