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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허문회 코치의 야구 인생은 마라톤

기사입력 2013.05.31 14:34 / 기사수정 2013.05.31 14:34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앤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 1994년 LG 트윈스를 담당할 때 이광환 감독으로부터 깊은 야구를 배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 감독은 항상 “야구는 단거리 게임이 아니고, 마라톤이다”며 길게 내다볼 것을 강조했다. 국내 프로야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면서 새삼 느끼는 게 야구의 마라톤이다. 요즘 박찬호와 류현진의 비교도 그렇다.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는, 가끔 ‘와이어 투 와이어’ 지구우승도 나오지만 후반기에서 마운드가 강한 팀이 이기는 구조다. 우연한 지구우승은 없다. 요즘 LA 다저스가 투자비례 성적이 반비례하면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지만 희망은 결코 잃지 않고 있다. 워낙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분위기를 타면 후반기에 연승행진을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지난 2월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의 넥센 캠프를 방문했다. 서프라이즈에 캠프를 차리면서 넥센이 올 때마다 방문해 코칭스태프들과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올해는 기아에 김용달 타격코치까지 가세해 숙소에 모여 진지하게 야구토론을 하기도 했다. 과다한 훈련량, 불펜 로테이션등 대외적으로는 말할 수 없는 그들만의 민감한 부분들이 주제였다. 김 코치는 워낙에 타격이론에 해박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다.

김 코치가 아끼는 후배가 바로 넥센의 허문회 타격코치(41)다. 김 코치는 2011년 시즌 후 LG 트윈스가 허문회 코치와 재계약을 포기하자 “LG가 사람을 잘 못보는구만”이라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LG는 코치보는 안목도 상당히 떨어진다. 허 코치는 LG에서 물러난 뒤 상무에서 1년 동안 타격코치를 하고 지난해 겨울 염경엽 감독이 불러 현재 넥센의 타격을 맡고 있다. 사람은 끼리끼리 통한다는 ‘유유상종’은 야구판이라고 다르지 않다. 김용달, 허문회 코치의 공통점은 성실하고 항상 배우려는 학구적인 자세다. 아울러 선수들에게도 일방통행식이 아니다. 선수를 존중한다.

허문회 코치를 처음 취재한 것은 1994년 입단 때다. 부산공고와 경성대학교 출신의 허문회는 1994년 2차지명 1순위(해태가 한대화 트레이드로 LG에 권리권 양도)로 LG에 입단했다. 이 해 LG의 마지막 지명은 선린상고, 단국대를 나온 서용빈이었다. 둘은 나란히 좌타자다. 지명순위로 보면 당연히 허문회가 우위였다. 그러나 둘의 야구인생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바뀐다. 당시 오키나와 LG 전훈 캠프지를 방문한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재일동포 장훈 씨가 서용빈의 타격을 지켜본 뒤 “훌륭한 선수다”며 극찬했다.

프로야구에 첫발을 딛는 루키에게 전설의 영웅이 던진 한마디 칭찬은 서용빈을 이후 LG의 간판타자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스카우트에 의해 좌타자의 정교한 가능성을 보고 스카우트된 허문회는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주로 대타로 프로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좌타자는 경기 중반 이후에 항상 중요하다. 2001년에는 고향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고, 2003년 다시 LG로 재 트레이드돼 이 해 유니폼을 벗었다. 서용빈은 병역문제 파동을 거치고 2006년 LG에서 현역을 마쳤다. 1994년 루키로 유지현, 김재현과 함께 LG의 마지막 우승(내년이면 20주년이 된다)을 일군 서용빈은 스타플레이어의 길을 걸었고 허문회는 평범한 프로야구 선수로 끝났다. 여기까지가 프로야구 인생 1장이다.

지도자의 길도 스타플레이어로서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서용빈이 화려했다.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야구연수를 받은 뒤 LG에 입성해 후배들을 육성하고 있다. 허문회는 2004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국내에서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 프로 코치로 발탁되기가 쉽지 않다. 지도자의 능력, 리더십보다는 현역 때의 이름값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구단에 아첩하는 지도자들이 생산되는 구조다. LG는 선수단 운영도 낙제지만 지도자를 보는 안목과 선택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허문회가 프로 코치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은 김재박 감독과 김용달 코치에 의해서다. 2007년 LG의 부흥을 위해서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였다. 4년 동안 LG 1군과 2군에서 타격코치로 본격적인 수업을 쌓았고 지도자로서의 철학도 이 무렵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코치의 평가는 일단 기록으로 나타난다. 리더십은 보이지않는 요소여서 파악하기가 어렵다. 구단 프런트에서 장시간을 보면서 알 수 있는 파트다. 넥센은 5월 30일 현재 9개 팀 가운데 팀타율 0. 273으로 3위에 랭크돼 있다. 홈런은 38개로 1위다. 득점은 227개로 2위다. 넥센이 팀 방어율 4점대를 유지하면서도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원동력이다. 일단 공격기록에 대해서는 허문회 타격코치가 인정을 받아도 될 만하다.

허문회 코치는 서용빈 코치와 비교될 때가 매우 곤혹스럽다. 허 코치는 “스타가 플레이어가 아니고 대타 생활을 한 게 현재 코치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다. 대타는 10번 나가서 두번 안타를 쳐도 성공이다. 덕아웃에 앉아 있으면서 안타를 못칠 때 많은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닥달하는 것도 자주 봤다. 그러나 그것이 선수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야구는 멘탈게임이다. 압박을 받으면 불안해진다. 인내하면서 선수가 무언가를 깨달을 때 같이 얘기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허 코치는 “은퇴 후 아마추어 코치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고등학교 선수는 완전한 선수가 아니라 지도에 따라 수정이 되고 올바른 타격폼을 찾는다. 그러나 프로는 이미 굳어져 있다. 절충이 좋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했다.

캠프 기간 동안 허 코치가 성실한 자세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노력하는 것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올시즌 넥센의 타격이 향상되는 것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기존에 MVP 박병호, 강정호, 신인왕 서건창같은 검증된 훌륭한 타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임 코치는 시즌이 개막되면 두려운 게 있다. 기존 선수들의 페이스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다저스의 공격 부진에 가장 난처한 코치가 바로 마크 맥과이어다. 다저스가 맥과이어를 이름값 때문에 영입한 것은 아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 지도력을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맷 켐프, 안드레 이티어 등 고액연봉자들이 부진이 겹치면서 타격코치가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코치와 선수는 궁합이다. 코치 ‘누구가 누구를 키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완전히 한국식이다. 하지만 코치와 궁합은 맞을 수 있다. 기아의 최희섭과 김용달 타격코치는 궁합이 맞는다. 김상현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허 코치는 “김민성과 장기영이 나하고 궁합이 맞는다”면서 “두 선수에게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신임 염경엽 감독과 허문회 코치도 궁합이 잘 맞는 셈이다. 염경엽 감독이 LG 프런트 시절 허 코치를 눈여겨본 터라 발탁이 가능했다.

‘야구는 마라톤’이라는 것을 허문회 코치는 잘 보여주고 있다. 넥센의 도약과 함께 또 하나의 신선한 지도자가 탄생했다. 선수 시절은 미미했지만 이제 지도자로서 인생 2막의 성공을 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허문회 코치다. 그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느낀 점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보다는 보통의 선수들이 지도자로서는 훨씬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스타 플레이어는 스타의식을 떨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LA|문상열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 허문회 코치 ⓒ 넥센히어로즈 제공]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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