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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애프터 어스', 영화를 통한 윌 스미스의 자녀교육

기사입력 2013.05.29 22:31 / 기사수정 2013.06.20 18:3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윌 스미스 부자가 만났다. 언뜻 보면 그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은 SF영화 '애프터 어스'에서 함께 손을 잡았다.

인도 출신의 샤말란 감독은 1999년에 발표된 '식스 센스'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 중 한편으로 꼽히는 이 영화를 완성시킨 그는 '언브레이커블'(2000), '싸인'(2002), '빌리지'(2004) 등을 발표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나 이후에 발표된 작품들은 '식스 센스'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06년에 공개된 '레이디 인 더 워터'(2006)는 그해 '최악의 영화'에게 수여하는 골든래즈베리 어워드에서 샤말란에게 '최악의 감독상'이란 불명예를 안겼다.

샤말란 감독은 '식스 센스'와 '싸인'과 같은 수작을 완성시켰지만 때론 졸작을 만드는 기복이 심한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자신 만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가진 그는 할리우드 흥행 배우인 윌 스미스의 제안을 받았다.

윌 스미스는 자신의 아들이자 배우인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출연할 영화 프로젝트에 대해 의논했다. 제이든은 아버지인 윌 스미스에게 부자(父子)가 함께 출연하는 전쟁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한 윌 스미스는 먼 미래, 지구와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인간들이 황폐화된 지구에 불시착한다는 스토리를 구상했다.

윌 스미스는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를 샤말란 감독에 들려줬다. 영화 연출가인 동시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한 샤말란은 스미스 부자가 구상한 스토리에 살과 뼈를 붙여 '애프터 어스'라는 각본을 완성했다.

'애프터 어스'의 반전, 아버지의 몫까지 아들이 대신하다

'애프터 어스'는 SF영화에서 자주 다루어온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3072년, 지구는 환경오염과 자연 재해, 자원 고갈 등으로 더 이상 인류가 살아갈 곳이 되지 못한다.

결국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 '노바 프라임'에 정착한다. 새로운 세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외계 생명체들의 습격을 받지만 두려움을 모르는 '영웅' 사이퍼 레이지 장군(윌 스미스)의 활약으로 외부의 적을 막아낸다.



'장군의 아들'인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 분)는 아버지처럼 용맹한 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레인저 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그는 실의에 빠진다. 이러한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엄격하다. 서먹서먹한 부자는 같이 우주선을 타고 항해를 하던 도중 어딘지 모를 행성으로 불시착한다. 파괴된 우주선 안에는 사이퍼의 부하들도 타고 있었지만 모두 목숨을 잃는다. 생존자는 레이지 부자 단 두 명뿐이다. 게다가 사이퍼는 다리가 부러져 거동이 힘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13세 소년인 키타이 뿐이다.

이들이 추락한 행성은 지구인 것이 밝혀진다. 이곳은 인류가 안전하게 살았던 예전의 지구가 아니다. 모든 동식물들은 인간에게 위협을 줄 수 있도록 진화됐다. 키타이의 임무는 험난한 숲을 뚫고 계곡 높은 곳으로 올라간 뒤 가지고 온 긴급 통신 장비로 은하계에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지령을 받은 키타이는 한층 거대해진 침팬지 떼와 맹수 그리고 독을 품은 곤충들과 사투를 펼친다. 도중에는 아버지와의 통신마저 끊기며 위기에 몰리지만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며 다시 일어선다.

이렇듯 '애프터 어스'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SF영화다. 윌 스미스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지구에 불시착하자 '노바 프라임'에서 가장 용감했던 전사인 사이퍼는 앉은뱅이 신세가 된다. 이 시점부터 영화는 윌 스미스를 벗어나 제이든 스미스 위주로 진행된다.

영화 도입부에는 '노바 프레임' 개척에 지대한 공을 쌓은 사이퍼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지구에 불시착하면서부터 그의 역할은 극히 축소된다. 많은 관객들은 윌 스미스의 액션과 활약을 기대했지만 이러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트린다. 또한 3072년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특수한 무기나 탈거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키타이는 아버지가 건네준 검과 위험이 엄습했을 때 색깔이 변하는 특수 수트, 그리고 통신 장비와 구급상자만을 품고 활약한다.



아버지 윌 스미스의 자녀 교육이 들어간 '애프터 어스'


'애프터 어스'는 아버지의 후광을 버리고 홀로 성장하려는 키타이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키타이는 통신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모든 것을 아버지의 명령에 의지한다. 사이퍼는 거친 세상에 나간 아들을 염려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지령을 내린다. 그러나 통신이 끊기고 난 뒤 키타이는 홀로 일어서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몇 번이나 포기할 마음을 품지만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그를 자극한다.

키타이는 어린 시절 외계생명체가 집안에 침투한 상황에서 누나인 센시(조 크라비츠 분)의 보호를 받았다. 센시는 키타이를 둥근 보호막이 처진 장소에 가두고 자신이 외계 생명체를 유인하다 목숨을 잃는다. 정글에 쓰러진 키타이는 죽은 누이의 환청을 듣는다. "너는 아직도 둥근 보호막에서 벗어나지 못했어"라는 센시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자신을 괴롭혀온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맞선다. 키타이는 아버지에 의존해서 성장하는 방식을 피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가 일어서야 한다는 법을 깨닫는다.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아버지인 윌 스미스가 아들인 제이든에게 알려주는 '교육지침서' 같다. 윌 스미스는 자신의 아들이 영화 속의 험한 숲과 비슷한 할리우드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이 영화를 통해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은 한정돼 있다는 것.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는 자신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애프터 어스'를 통해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윌 스미스의 교육이 엿보이는 '애프터 어스'는 한계점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영화 중반부부터 '키타이의 성장담'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초반부에 들어난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윌 스미스는 이 영화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기존에 출연했던 영화에서 그는 유쾌한 유머와 매력적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하지만 '애프터 어스'는 다정하지만 겉으로는 엄격한 아버지로 변신했다. 이러한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다정한 아버지로만 비쳐졌던 윌 스미스가 아들에게 호통을 칠 때의 장면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이퍼의 비중은 점점 축소된다. 모든 것이 키타이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사이퍼란 캐릭터를 가진 다양한 모습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애프터 어스'는 가족들이 참여한 '패밀리 영화'이기도 하다. 초기 스토리를 구상한 윌 스미스는 자신의 아내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또한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는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

인간이 떠나고 동식물이 지배하는 지구를 그려낸 3D 화면도 볼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물론 앞으로 개봉될 '맨 오브 스틸'과 경쟁을 펼쳐야한다. 화제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올 여름 '애프터 어스'가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30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애프터 어스 스틸컷 ⓒ 소니픽쳐스코리아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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