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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 논평 - GS 칼텍스가 강팀으로 성장하려면

기사입력 2007.10.06 01:59 / 기사수정 2007.10.06 01:5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9월 29일부터 마산에서 개막된 2007 코보컵 프로배구는 이제 12월에 있을 정규리그를 앞두고 팀의 전력을 가다듬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며 다른 팀들의 전력을 분석하는 대회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여자부의 경우, 올해부터 처음으로 시행된 FA를 통해 새롭게 영입해온 두 대어 정대영(전 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 센터)과 이숙자(전 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 세터)가 GS 칼텍스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이다. 

작년 챔피언 결정전에서 천안 흥국생명 스파이더스에게 아깝게 무릎을 꿇었지만 이 두 선수와 올해 최고 연봉자의 자리에 오른 한유미(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의 활약으로 현대건설은 도로공사를 누르고 최종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으며 김연경과 황연주란 국내 최고의 윙플레이어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흥국생명을 조직력으로 압박해가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었다.

과거 91~99 시즌까지 9연패란 업적을 달성하며 여자배구의 장기집권을 이룬 호남정유(GS칼텍스의 전신)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프로배구 출범이후 가장 분주하게 움직였던 구단이 바로 인천 GS 칼텍스이다.

독일에서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명성을 떨친 이희완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던 2006~2007 V리그에서는 지난리그 최하위란 오명을 털어내며 1라운드에선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디펜딩 챔피언인 흥국생명에 대항할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용병인 센터 안드레이아 스포르진(브라질)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라운드를 거듭 할수록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9연패를 당하며 결국 최하위 대전 KT&G 아리엘스에 한 단계 위인 4위로 시즌을 종료하게 된다.

GS칼텍스의 지난시즌 부진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컴퓨터 전력분석을 이용한 통계수치를 적절하게 습득해 경기마다 그에 걸맞은 선진배구의 전략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팀의 전체적인 조직력과 융화되지 못했었다.

두 번째, 주전세터로 내세운 정지윤(전 GS 칼텍스 선수 올해 은퇴)이 용병인 센터 안드레이아와의 호흡이 중앙 속공 토스가 안정치 못한 신인 한수지에 비해 낫다고 판단하여 팀플레이의 포커스를 정지윤 세터에게 맞추고 시즌에 임했지만 김민지와 나혜원의 양 날개를 이용한 토스가 고르지 못했고 전체적인 경기운영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해 알찬 조직력을 만들어 갈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여자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튼튼하지 못했던 것이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만들어 나가지 못했고 끈끈한 조직력을 와해시키고 말았다. 레프트 보공인 이정옥과 리베로인 남지연을 제외한 멤버들이 서브리시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점은 치명타일 수밖에 없었다.

여자배구의 강자로 다시 떠오르고 싶어하는 의지가 큰 것만큼,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은 시즌으로 마감해야 할 수밖에 없었던 2006~2007시즌을 디딤돌로 삼아 GS 관계자들은 단기적인 면에서 본다면 구단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를 하게 된다.

처음으로 도입된 FA시장에 나온 최고의 미들블로커와 최고의 세터를 동시에 영입하고 거기에 센터와 레프트의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김소정을 도로공사에서 데려오게 된다.

김민지와 나혜원, 그리고 베테랑 리베로인 남지연과 새로운 멤버들이 한 팀을 이룰 것을 예상한 전문가들과 팬들은 하나둘씩 이번 시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GS 칼텍스를 점치게 된다. 하지만 큰 투자 뒤엔 그만큼 커다란 실패도 동면의 양면처럼 따라온다는 말을 하찮게 여겨선 안 된다.

이번 코보컵에서 드러난 GS 칼텍스의 전력은 선수들 개인기에 의존하고 조직력을 전혀 펼치지 못하는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희완 감독의 말처럼 상당수의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차출돼 손발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팀에게는 조직력을 완성할 시간은 필요하다.

또한, 야심차게 영입한 두 플레이어는 현재까지도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세터인 이숙자는 어깨와 손목, 그리고 발목 부상으로 지속적인 경기를 치르기에는 힘겨운 몸이다. 다만 이번 코보컵에선 아픈 몸을 이끌고도 출전하는 것은 정규리그를 앞두고 팀원들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팀원들끼리 전혀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첫 경기인 KT&G와의 경기와 두 번째였던 흥국생명과의 경기에 비해 세 번째였던 도로공사와의 경기는 조금은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주며 3:0의 완승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GS 칼텍스가 제대로 된 팀의 윤곽을 드리우는 시점은 정규리그의 2~3라운드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정희(대전 KT&G 아리엘스)를 뺀 나머지 멤버 중에 국가대표가 없었던 KT&G는 그만큼 시간을 두고 팀 자체의 조직력을 완성할 훈련을 착실하게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이숙자, 정대영, 김민지, 나혜원, 남지연, 이정옥등 대부분의 멤버가 국가대표 차출이 많았던 GS 칼텍스로선 그만큼 팀 자체의 훈련을 소화하는 덴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같은 멤버들이 국가대표에서도 함께 뛰었다면 서로 손발을 맞출 기회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선적으로 대표팀에선 부상인 이숙자보다 한수지(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가 주전세터로 뛰었고 국가대표가 추구하는 시스템과 GS 칼텍스란 팀이 추구하는 시스템은 다른 것이다.

우선적으로 GS 칼텍스가 주위의 시선에 부흥할만한 강팀으로 성장하려면 현재 부상으로 베스트를 발휘할 수 없는 두 주축인 정대영과 이숙자의 재활이 가장 시급한 것이다. 그리고 국내 현역세터 중 상대 블로커를 가장 잘 따돌리며 다양한 토스웍을 발휘할 수 있는 이숙자의 구질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리시브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올해 영입한 용병 하께우 다 실바(브라질)는 풍부한 경력에 걸맞게 노련미와 배구센스를 가졌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을 때려줄 파워와 높이는 부족한 선수인 것이 드러났다. 어쩌면 강한 공격력보다 기교와 안정적인 수비를 더 높게 평가해서 영입한 목적도 있을 듯싶은데 주공인 김민지 역시 무릎 수술이후 강한 파워보단 적절한 연타와 기교로 승부하는 공격수란 것이다. 

이들 레프트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큰 오픈 공격을 위시한 플레이가 아니라 더욱 세밀하고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완성시키는 것이 팀의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본다.

현재 GS 칼텍스가 걸어야 할 길의 표본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은 다름 아닌 현대건설이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탄탄한 수비력과 끈끈한 조직력으로 뭉쳐진 팀의 모습은 이번 코보컵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5팀 중 유일하게 용병이 안 뛰는 상황(정규시즌엔 캐나다 출신의 티파니가 가세할 것이라고 보도.)이고 지난 시즌에 비해 주전 선수들의 이동이 많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마다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주고 있다.

팀의 구성원들을 한명씩 훑고 지나간다면 단연 강력한 우승후보 1순위는 GS 칼텍스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멤버들의 개인프로필이 아니라 그들이 융화되어 만들어낸 팀의 색깔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다양하게 발휘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번 코보컵에서 비춰진 모습만을 놓고 본다면 GS 칼텍스보다 더욱 우승후보에 접근하고 있는 팀은 KT&G와 현대건설이다. 거기에 비해 GS 칼텍스는 단지 가능성만 안고 있는 팀일 뿐이다.

팀 구성원의 일면만 보고 벌써부터 우승후보 운운하는 것은 넘지 못한 고개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섣불리 단정 짓는 일에 불과하다. GS 칼텍스가 이룩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름 있는 선수들의 영입이고 강팀으로 가는 길은 이제야 시작됐다고 본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우승이 최상의 결과물이겠지만 그보다 스포츠 내적인 면에 비중을 둔다면 우승을 하지 못해도 얼마나 색깔 있고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하느냐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후자의 경우는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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