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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Nov 1986~May 2013' 알렉스 퍼거슨 일대기

기사입력 2013.05.10 11:26 / 기사수정 2013.05.10 21:30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조용운 기자] 1958년 2월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에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설이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 맨유 선수단을 태운 영국행 비행기가 뮌헨 공항에서 이륙하다 추락해 기체가 두 동강 났다. 매트 버스비 감독을 비롯한 맨유 선수단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경기를 치른 뒤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사고로 승객 23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8명이 맨유 선수였다.

사고 현장은 끔찍했다. 이 사고에서 일등석에 앉아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보비 찰튼의 회상에 따르면 온갖 비행기 잔해들이 눈이 쌓인 벌판에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 동료선수들이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지금까지도 맨유의 아픈 역사를 거론하면서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뮌헨 참사'다. 이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17살의 스코틀랜드 출신 축구선수가 있었다. 그는 뮌헨 참사를 떠올리며 "1958년 2월 6일 저녁 6시 30분에서 45분 사이였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때 훈련을 앞두고 탈의실에 있었다. 훈련 도중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고 나와 당시 팀 동료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몰랐다. 그가 이후 맨유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뮌헨 참사의 비극을 공감했던 이, 바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영원할 것 같던 퍼거슨, 이제는 안녕

영원할 것만 같던 퍼거슨 감독의 시대도 시간의 흐름을 이겨낼 수 없었다. 퍼거슨 감독이 27년간 이끌던 맨유를 떠나기로 했다. 퍼거슨 감독은 8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팀이 가장 강한 시기에 떠나기로 했다"며 감독직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1986년 11월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후 27년간 세계 최고의 팀으로 이끌었던 노장은 가장 화려할 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축구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27년을 그와 함께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3번의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도 최고였다. 그랬기에 이날 전해진 깜짝 발표에 영국을 넘어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나이로 72세인 퍼거슨 감독의 은퇴설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오던 이야기였지만 현실로 받아들이던 이는 없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 속에서도 노장의 눈과 감각은 살아있었다. 1974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39년간 몸에 익힌 노련미는 모든 축구 전술의 장단점을 맨유로 흡수하게 하는 비결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였다. 또한 27년을 지내면서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야기는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더욱 놀라움은 더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01년 한 차례 은퇴를 밝혔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은퇴 발표 이후 급격히 흔들리는 맨유를 완벽하게 떠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의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 수록 은퇴설은 구체적으로 변했다. 퍼거슨 감독도 '2년 후, 3년 더' 등으로 은퇴를 암시했지만 현실성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퍼거슨 감독은 오전부터 들려온 은퇴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랜기간 자신을 둘러싼 억측에 종지부를 찍듯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2013년 5월 8일은 2001년의 여름과 다르다. 항상 맨유를 이끌 것 같던 퍼거슨 감독이 건넨 "'그대들의 클럽'을 이끌 기회가 있던 것이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는 마지막 인사는 그래서 더 뭉클하다.



◆퍼거슨 '최고&최악' 베스트11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현지 언론이 바빠졌다. 27년의 역사를 꿰뚫는 최고의 선수들과 최악의 선수들을 찾는데 혈안이다. 강산이 세 번이 변할 만큼의 시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보내며 희로애락을 모두 맛봤던 퍼거슨 감독이기에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한 선수는 물론 잘못된 선택으로 팬들의 식은땀을 불러일으킨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우선 영국 축구전문사이트 '토크스포츠'가 선정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살펴보면 1998-99시즌 잉글랜드 클럽 사상 최초로 달성한 트레블 주역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맨유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골키퍼로 꼽히는 피터 슈마이켈이 골문을 지키고 게리 네빌과 야프 스탐, 데니스 어윈이 수비진을 구축하고 지금도 맨유 수비의 핵심인 리오 퍼디난드가 이들과 포백을 구성했다. 중원도 화려하다. 선수의 시작과 끝을 퍼거슨 감독과 함께할 만큼 신임을 얻은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는 물론 주장 완장을 찼던 로이 킨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허리를 책임졌다. 이들의 지원을 받아 방점을 찍어주는 선수들로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에릭 칸토나가 선정됐다. 반 니스텔루이는 6시즌 동안 150골을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고 칸토나는 1990년대 맨유의 상징이었던 인물이라 어김없이 이름을 올렸다.

빛이 밝다면 그에 따른 어둠도 짙은 법. 영국 일간지 '미러'는 그 어두운 부분을 주목했다. 미러도 4-4-2를 기반으로 퍼거슨 감독 사상 최악의 선수 11명을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최악의 선수 투표만 하면 항상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라 낯설지가 않다. 퍼거슨 감독의 의중을 아직도 알아차릴 수 없는 노숙자 축구대회 출신의 베베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영입됐던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에릭 젬바젬바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0년 74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던 베베는 맨유에 어울리지 않는 실력으로 7경기만 소화하고 팀을 떠났다. 베베와 짝을 이룬 공격수로 다비 벨리옹도 퍼거슨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아 영입됐지만 마지막에는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임대로 떠돌다 팀을 떠났다.

최근 들어 이적 시장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은 퍼거슨 감독이지만 예전만 해도 맨유는 큰손으로 불렸다. 매 시즌 막대한 이적료를 퍼붓던 시절 베론은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2천8백만 파운드가 넘는 금액으로 맨유에 입성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의 속도와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활약이 이름값에 못 미쳤고 최악의 선수 미드필더에 선정됐다. 베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려왔던 클레베르송과 에릭 젬바젬바도 부끄러운 활약을 보여줘 베론과 나란히 최악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고 1980년대 말 4시즌을 뛰면서도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던 랄프 밀네도 미드필더에 한 명에 선정됐다. 이밖에 수비수에는 부상이 잦았던 윌리엄 프루니어와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불운의 선수 팻 맥기본, 안데르손과 밀러가 뽑혔고 골키퍼에는 '장님'이라고 불렸던 이탈리아 출신의 마시모 타이비 등이 불명예를 쓰게 됐다.

◆퍼거슨과 박지성의 인연

감독으로서 남긴 발자취도 퍼거슨의 은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가운데 수많은 걸작들이 배출됐다. 형태도 가지가지.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그의 지도아래 배출되는가 하면, 지략가 퍼거슨의 면모를 앞세워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 걸작들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는 '박지성 시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 퍼거슨의 걸작 중 하나로 중요한 순간 발휘됐던 박지성 시프트는 맨유의 최근 27년 역사에서 분명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좋은 스승이었다. 누구보다 박지성을 잘 활용했던 명장 가운데 한 명이다. 다양한 활용도 속에서 박지성은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찾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는 법을 깨우쳤다면 퍼거슨 감독에겐 그라운드 위 정체정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맨유 입단이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또한 넓은 활동량과 수비력을 간파하고선 '박지성 시프트'를 고안해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쉼 없는 스위칭을 유도했다. 이는 맨유와 박지성 모두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줬다. 강팀을 상대로도 공수 균형을 잃지 않고 맞대응하게끔 도왔으며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가치의 인정받았다. 공격본능이 발휘되는 날엔 그 효과는 배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특성을 잘 살렸다. 박지성 시프트는 물론, '센트럴 팍'이란 별명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박지성도 더욱 성장했다. 투박했던 부분은 반감됐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PSV 아인트호벤의 박지성과 맨유의 박지성이 달랐던 결정적인 차이는 '디테일'이었다. 끈질긴 수비력과 넓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점은 동일했지만 전술적 '디테일'이 가미되며 박지성의 가치는 더욱 올랐다.

모두 지략가 퍼거슨 감독이 손맛이 묻어난 작품들이었다. 그 중의 백미는 단연 2011년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이례적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상대 패스의 시발점 안드레아 피를로(현 유벤투스) 봉쇄를 위해서였다. 16강 1, 2차전에 모두 출전했던 박지성은 피를로를 완전히 지우며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러한 전술적 임무의 완벽한 수행이란 진짜 의도가 부각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 외에도 박지성에 대한 활용은 더욱 다이나믹해졌다. 경우에 따라 시작점이 측면이냐, 중앙이냐를 달리 하며 다양한 효과들을 추구했다. 그 속엔 늘 미묘한 차이와 디테일도 가미되어 맨유의 리그와 유럽무대 정복에 큰 힘이 됐다.

◆퍼거슨 최대 업적, 브랜드 가치의 상승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 감독은 27년간 팀을 이끌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명성을 날렸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등 총 38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1999년에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의 위업을 쌓았다. 퍼거슨이 지휘봉을 잡기 전인 27년 전과 지금의 맨유을 비교해보면 퍼거슨의 업적을 가늠하기가 어렵지 않다.

성적 뿐 아니라 맨유라는 브랜드 가치도 확연히 달라졌다. 어쩌면 27년 동안 맨유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의 가장 큰 업적일 지도 모르며, 이는 낮은 브랜드 가치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축구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맨유는 2013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축구 클럽으로 꼽힌다. 입장료 및 구장 편의시설 사용료, TV 중계권료 등 미디어 수입과 수폰서십 및 캐릭터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여기에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수당 등을 포함하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팬들은 맨유의 수입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1998년 세계 최초의 축구 데일리 채널 서비스를 시작한 맨유 자체 방송국은 40여개 이상의 나라에 전파를 내보내고 있고 시청 가능한 팬 4,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일종의 고가 정책을 펴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퍼거슨이 없었다면 맨유의 이러한 경영 철학도 불가능했다.

지난 2009년 한국을 찾은 맨유의 리 데일리 총괄이사는 "맨유에 열광하는 축구팬들은 다른 팀에서 느끼지 못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플레이는 팬들에게 재미를 줬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드라마틱한 역사는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 구단은 맨유의 가치를 팬들에게 열심히 전달하면서 젊고 공격적인 브랜드를 형성했다. 축구에서 정책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 보다는 얼마나 일관성 있게 일을 추진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이 맨유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중, 조용운 기자 djkim@xportsnews.com



[알림] 주말판 '엑스포츠뉴스+' 8호 발행…맨유 퍼거슨의 27년 조명

엑스포츠뉴스의 주말판 매거진 '엑스포츠뉴스+(PLUS)' 8호가 발행됐습니다.

11일 발행된 '엑스포츠뉴스+(PLUS)' 8호는 최근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엑스포츠뉴스 편집국은 현대 스포츠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맨유에서만 27년간 지휘봉을 잡은 입지전적 인물인 퍼거슨 감독을 통해 국내 스포츠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이밖에 신명철(대한체육회 90년사 편찬위원) 칼럼니스트의 '박태환도 최윤희도 소년 소녀였다'와 장원재(평창동계올림픽 자문위원) 칼럼니스트의 '트레이드는 당사자에게 독이 아니다' 등 다채롭고 깊이 있는 콘텐츠가 독자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엑스포츠뉴스는 주말판 매거진 '엑스포츠뉴스+(PLUS)'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을 독자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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