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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아시아 최고'를 놓고 다퉜던 박지성과 카리미

기사입력 2013.05.06 21:40 / 기사수정 2013.05.10 21:30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200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 시상식은 적지않은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AFC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 가능한 선수만을 ‘올해의 선수’로 뽑겠다”는 애매한 선정 기준을 내놓았다. 이 때문인지 2005년 AFC ‘올해의 선수’ 상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에서 뛰던 수비수 하마드 알 몬타사리가 차지했다. 그러자 AFC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축구 팬들은 "2005년 아시아 최고의 선수는 박지성이거나 알리 카리미여야 했다”고 온당한 주장을 폈다.

카리미가 누군가. 2000년 이후 아시아 축구의 세계화에 앞장섰던 선수로 한국과 일본 선수만 있었던 게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란을 빼놓을 수 없으며 카리미도 이들 중 하나였다. 이란 국적의 카리미는 1996년 자국리그서 프로에 데뷔했고 이란 대표로 현재까지 A매치 127경기에 출장해 38골의 기록을 남겼다. 주요 대회마다 한국과 자주 만나서인지 한국 팬들의 뇌리에 특히 깊게 남아있다. 2004년 중국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8강 한국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 이란의 4-3 승리를 견인했으며 이후 한국과 만날 때마다 늘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됐던 바로 그 선수다.

카리미는 볼을 예쁘게 차는 선수였다. 활동량이 많지는 않지만 수비 뒷공간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었고 강약이 조절된, 정확한 침투패스를 보고 있노라면 기가 찰 정도였다. '아시아 축구의 두 거인'으로 부각됐으면서도 스타일의 차이가 있어, 박지성과 자주 비교가 됐는 지도 모른다.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이나 각각 한국, 이란축구에 미친 영향 등을 되짚어보면 묘하게도 공통점이 많다. 어쨌든, 지난 2005년에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누구냐'는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박지성이요, 나머지 한 명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카리미였다. 알 몬타사리는 끼지도 못했다.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한 2005년 카리미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었다. 알리 다에이, 바히드 하세미안에 이어 이란 선수로는 세 번째로 바이에른에 입단했다. 다에이의 후광이 적지 않았지만 2005-06시즌 바이에른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카리미에게 높은 점수를 줬고 실제로 적지않은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카리미는 양발을 자유롭게 쓰는 장점을 앞세워 2005-06시즌 초반 마가트 감독의 믿음을 이끌어 냈다. 로이 마카이가 최전방에서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리미의 공격적인 부담이 줄었다는 점은, 그때만 해도 분데스리가 안착의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카리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분데스리가 적응에 애를 먹었다. 2005-06시즌 카리미는 리그 20경기에 나섰지만 9경기를 교체로 뛰었다. 데뷔 시즌 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좋지도 못했다. 카리미는 바이에른에서 뛴 두 번째 시즌에도 공격적인 재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통했던 카리미의 화려한 기술이 바이에른의 선 굵은 플레이에 묻혀버렸다. 시즌 도중 오트마 히츠펠트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면서 카리미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2006-07시즌 카리미는 리그 13경기에서 1골을 넣는데 그쳤다. 바이에른은 야심차게 키우던 중앙 미드필더 토니 크루스를 1군에 올렸고 카리미를 방출했다.

이후 카리미는 아시아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지난 2011년 샬케04에 입단하며 분데스리가 재도전 의지를 드러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컵대회 포함 2경기 출장이 당 시즌 카리미 기록의 전부다. 유럽에서는 현격한 격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나 이후 카리미는 A매치를 통해 한국축구를 적지않이 위협했다. 박지성이 그렇듯 카리미도 지난 10년간 이란 축구의 대표 아이콘이었다. 이란 정치 상황에 대한 반발심을 그라운드에서 표현할 정도로 축구 뿐 아니라 이란 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대단했다.  

선수들이야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한때 박지성의 걸출한 라이벌로 통했던 카리미가 7일 현역 은퇴를 전격 발표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이라 당황스럽다. 동시에 적지않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과거 카리미를 볼 때면 늘 박지성의 얼굴이 투영됐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시계추를 현재로 되돌리니 순간 밀려오는 공허함과 작은 기대감. 무의미한 논쟁임을 모르지 않으나 팬들에게는 마음 속 영웅이 필요한 법이다. 2013년 현재 아시아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강력한 대항마로는 누가 있을까.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박지성과 카리미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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