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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마마 돈 크라이', 뱀파이어가 뮤지컬을 만났을 때

기사입력 2013.04.23 07:19 / 기사수정 2013.11.18 18:22



▲ 마마 돈 크라이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속해있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를 꿈꾸곤 한다. 반복되는 삶과 팍팍한 현실에 신물을 느껴서일까, 아니면 그러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어서일까. 사람들은 항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환상을 갖고 동경하는 버릇이 있다.

인간의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뱀파이어, 드라큘라, 흡혈귀, E.T, UFO 따위를 탄생시켰다. 존재의 유무를 직접 확인할 수 없기에 이들은 더욱 신비롭고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 드라마, 문학 등이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뱀파이어라는 허구적 실체는 영원한 젊음, 아름다움, 전지전능을 갖춘 매력적인 존재로서 인간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완벽한 뱀파이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싶어하는 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그렸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조차 건네지 못하는 천재물리학자 프로페서V(송용진, 허규, 임병근 분)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나약한 보통의 인간을 대변한다.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닮은 여인을 짝사랑하는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얻는 뱀파이어(고영빈, 장현덕)의 마력을 탐내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지만 그 선택은 비극적 말로를 초래한다.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여성들을 죽이며 야수로 변해가는 프로페서V는 아무런 대가 없이 '완벽'을 쫒는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뱀파이어로 변신한 그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다시 태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이런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연민과 측은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뱀파이어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프로페서V를 통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불행임을 말한다. '마마 돈크라이' (엄마 울지마)라는 제목은 어머니가 준 정체성을 부인하고 뱀파이어에게 영혼을 판 프로페서V의 절규나 마찬가지다.



'마마 돈 크라이'는 뱀파이어와 프로페서V 단 두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사랑, 욕망, 후회 등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낸다. 여기에 타임머신, 메텔 등 판타지적 요소와 '은하철도 999',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Billie Jean)' 등 코믹하게 리메이크한 노래들을 극 전반에 골고루 배치해 웃음도 유발한다.

하지만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간결하게 집약되지 않은 탓에 이러한 소재들이 극대화되지 못하고 난해한 느낌을 준다. 함축된 표현들이 많은 원곡 대사는 극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과정은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2인극을 이끌어가는 두 배우들은 콘서트 뮤지컬만의 매력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송용진은 순수남에서 야수로 변하는 천재 프로페서V의 감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몰입을 높인다. 장현덕은 차갑고 고독한 뱀파이어에서 빨간색 하이힐을 신은 클럽 여가수까지 극과 극의 마성을 발산한다.

관객석과 밀접한 원형무대를 최대한 활용해 관객들을 극에 참여시킨 점은 또 다른 볼거리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6월 2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다. 100분. 만 12세 이상 관람가. 공연문의 : 설앤컴퍼니 02-3444-0677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마마 돈 크라이 ⓒ 페이지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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