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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킬링 소프틀리', 미국은 국가가 아니라 비즈니스만 존재하는 곳!

기사입력 2013.04.10 00:11 / 기사수정 2013.05.04 03:3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미국 '건국 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마스 제퍼슨(1743~1826)은 "모든 이들은 평등하다"는 이념을 세웠다. 이후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제퍼슨의  이 말을 빠트리지 않고 인용해 왔다.

온갖 오물로 뒤덮인 보스턴의 어느 뒷골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흐른다. 그는 제퍼슨의 건국 이념을 이야기하며 '위대한 국가 미국'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은 제퍼슨의 건국이념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자본주의 논리가 극에 치달아 오로지 '돈'을 위해 움직이는 곳이 돼버렸다. 앤드루 도미닉 감독의 하드보일드 느와르 '킬링 소프틀리'는 이같은 미국의 부조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작품이다. 브래프 피트가 연기하는 주인공인  '킬러' 잭키 코건은 "미국이 평등한 국가라고? 엿이나 먹으라고 해! 그런 말을 짓거린 토마스 제퍼슨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 사람들이 자기 말만 믿고 싸우다 죽어갈 때 노예 하녀를 강간하고 평생 술만 퍼마시고 산 인간이야!"라고 일침을 가한다.

잭키는 "미국은 국가가 아닌 비즈니스만 존재하는 곳"이라고 규정한다. '킬링 소프틀리'는 겉으로는 평등과 박애를 내세우지만 현실에서는 돈이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미국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킬링 소프틀리'에는 마피아 최고 보스, 중간 보스, 지역 보스와 그들 밑에서 일하는 건달, 그리고 이들 계층을 넘나드는 '킬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오직 '돈'을 따라서 움직인다. 하긴 어디 마피아뿐이겠는가. 지금은 온 사회가 '돈'만을 숭배하면서 살아가는 시대가 아닌가. 이 영화는 보스턴의 갱들을 통해 돈을 놓고 처절하게 물고 뜯는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드러낸다. 

보스턴의 이탈리아계 지역 보스인 조니 아마토(빈센트 쿠라톨라) 밑에서 일하는 프랭키(스쿳 맥네이리)와 러셀(벤 멘델슨)은 거액의 도박판을 턴다. 언제나 잔머리를 굴리며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프랭키와 마약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러셀은 보스턴 갱 세계 중에서도 최하층에 속하는 '양아치'들이다.

이들이 믿는 것은 자신들의 보스인 조니 뿐이다. 조니의 명령에 따라 이들은 거액의 도박판을 턴 뒤 몰래 은폐하려고 한다. 하지만 보스턴 갱 세계는 이것을 '게임의 법칙'을 어긴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보스턴 범죄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인 드라이버(리처드 젠킨스)는 사건을 일으킨 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살인청부업자인 '킬러' 잭키 코건을 고용한다.

잭키는 조니와 두 명의 하수인인 프랭키와 러셀이 범인인 것을 알아내고 관련자들을 하나하나 처치해 나간다. 일을 깨끗하게 처리한 잭키는 자신의 저격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가까이서 사람을 죽일 경우 감정이 좀 복잡해져, 내 앞에 있는 놈들은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호들갑을 떨지, 그리고 오줌까지 지리면서 엄마를 찾아!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견딜 수 없거든 그래서 난 최대한 멀리서 부드럽게 보내버리지. 멀리서 쏘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는 '킬링 소프틀리(부드럽게 죽이는)'에 익숙해지면서 더욱 냉혈한이 된다. '만인은 평등하다'고 외쳤던 토마스 제퍼슨의 위선에 대해 조롱을 보낸 그는 "미국은 철저하게 비즈니스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라고 주장하면서 '돈의 흐름'에만 몸을 맡긴다. 



화려한 액션보다 생동감 넘치는 대사가 인상적인 하드보일드 느와르


브래드 피트의 카타르시스가 넘치는 총격신이 보고 싶은 이들에게 '킬링 소프틀리'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박진감 넘치는 갱들의 총싸움이 등장하지 않는다. 액션의 부재로 인해 스토리의 전개가 느슨하게 흐르는 듯 느낄 수 있지만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생동감이 넘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해학적인 대사를 듣는 듯한 재미가 있다. 

할리우드의 슈퍼스타인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이 영화에는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잭키의 파트너인 드라이버를 연기하는 이는 '연기파 배우' 리처드 젠킨스다. '비지터'(2007), '렛 미 인'(2010), '홀 패스'(2011) 그리고 최근작인 '잭 리처'(2012)까지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던 그는 브래드 피트와 감칠맛 넘치는 대사를 나눈다.

또한 '라스트 캐슬'(2001),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인더 루프'(2009) 등과 인기드라마 '소프라노스'에 출연했던 제임스 겐돌피니의 빼어난 연기도 놓칠 수 없다. 겐돌피니는 술과 여자에 빠져 킬러의 본색을 잃은 처량한 갱인 미키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푸념하며 미국 사회의 갖가지 문제점을 꼬집는다. 

이 영화의 백미는 잭키가 마키를 저격하는 암살 장면이다. 잭키의 총알이 자동차 유리창을 깨고 마키의 머리를 관통하는 과정을 슬로우모션으로 완성했다. 이 장면은 왜 영화 제목이 '킬링 소프틀리'인지를 극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느리고 선명한 암살 장면이 이어질 때 케티 레스터가 부르는 감미로운 곡인 'Love Letter'가 흐른다.

살인청부업자는 잭키는 '부드럽게 죽이는'것애서 만족감을 얻는다. 잭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신을 일컬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비즈니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도미닉 감독은 잭키라는 극단적인 캐릭터를 통해 돈 때문에 자아를 상실하고 인간미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뒤틀린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65회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는 지난 4일 개봉돼 전국에서 상영 중이다. 저예산 영화인 탓에 상대적으로 적은 29개관에서 개봉됐지만 나흘 만에 5천 명 이상을 동원하며 영화 매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킬링 소프틀리 영화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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