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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텀은 진정 악인일까?

기사입력 2013.02.14 08:02 / 기사수정 2013.11.18 18:04



▲ 오페라의 유령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아직까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서둘러야 할 듯싶다. '대작'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화려한 무대 장치, 배우들의 열연,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 등 세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1911년 경매가 한 창 열리고 있는 낡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경매물품 번호 666번이 붙은 거대한 샹들리에가 소개된다. 이후 한 줄기 섬광과 함께 웅장한 서곡이 흐르면서 20만개의 유리구슬로 치장된 1톤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올라간다. 이와 함께 수십년 전 파리 오페라가 절정에 달했던 그 시절,  팬텀(브래드 리틀 분)과 크리스틴(클레어 라이언), 라울(안토니 다우닝)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팬텀은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남자다. 지하세계의 어둠 속에 사는 그는 가면 속에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살아간다. 위협적이고 일방적인 크리스틴에 대한 팬텀의 사랑은 크리스틴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팬텀은 진정 비난받아야만 하는 존재일까. 크리스틴을 공연에 세우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연 관계자들을 살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팬텀이지만 그 내면에는 상처받은 영혼이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후반부 팬텀은 크리스틴의 키스에 감동해 결국 그녀와 라울을 풀어준다. 뛰어난 예술혼과 음악성을 지닌 천재 음악가 팬텀의 크리스틴을 향한 광적인 집착과 이와 대조되는 여린 마음은 인간의 양면성과 선악의 경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한다.

어쩌면 팬텀은 그저 사랑을 하고 싶고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순수한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방법은 잘못 되었지만.



이러한 팬텀의 광기와 오페라의 묵직함, 크리스틴과 라울의 사랑은 웅장한 무대 세트를 통해 표현됐다. 현대적인 느낌은 떨어지지만 시대 상황에 맞는 고전미가 풍긴다. 

1막에서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대 위로 추락하는 장면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고 계단에서 이뤄지는 형형색색의 가면무도회 장면은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이 장면은 팬텀의 비극적인 운명과 대비되면서 여운을 남긴다.

281개의 촛불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몽환적인 느낌의 지하호수 신 역시 실제로 지하세계로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배우들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등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선율 아래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브래드 리틀은 브로드웨이와 세계 투어에서 2,200여 회의 팬텀 역을 연기한 배우답게 묵직한 연기로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팬텀을 훌륭하게 연기해낸다.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분노와 절망을 담아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깊은 연민과 동정심까지 자아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존재감이 빛난 배우는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섬세한 몸짓과 울림 있는 가사 처리로 짧은 시간동안 사랑, 외로움,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을 함축시킨 연기를 선보인 라이언은 크리스틴에 온전히 녹아들었다.

안토니 다우닝은 브래드 리틀과 클레어 라이언에 비해 존재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한 여자를 지키려는 귀족 청년 라울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크리스틴과 오페라 하우스 옥상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신에서는 애절한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해 12월 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공연은 오는 3월 2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55분. 공연문의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오페라의 유령 ⓒ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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