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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P]조국에서 부름 받지 못한 야구 사나이들

기사입력 2012.12.31 16:38 / 기사수정 2012.12.31 16:38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이충성, 정대세, 추성훈, 이들은 재일동포 출신으로 한때 태극마크를 원했던 선수들이다. 아쉽게도 무관심과 홀대 속에 타국의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야구에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이 있다. 2000년대 이후 온 국민을 열광시킨 한일전에서 응원 받지 못한 우리의 핏줄,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긴죠 다쓰히코(한국명 : 김용언)

요코하마DeNA 베이스타즈에서 뛰고 있는 외야수 긴죠 다쓰히코의 한국명은 김용언이다. 그는 한때 태극마크를 꿈꾸던 동포 청년이었다. 1994년 봉황대기 재일동포 야구단으로 참가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이 선수는 태극마크와 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일본으로 귀화한 뒤 2006 WBC에 참가하며 당시의 일을 회상했다.

긴죠는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라는 테두리로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한국을 만나면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그때의 분함과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2006 WBC 당시 긴죠는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았다. 긴죠는 한일전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싸움이 아니라 나와 한국의 싸움이다”며 일본 대표선수로서 정체성을 희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긴죠는 미디어와 만날 때면 재일동포, 한국에 관련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아라이 다카히로(한국명 : 박귀호)

2004년 6월 일본 외무성은 월간지를 통해 이달의 일본국적 취득자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서 외무성은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아라이 다카히로의 일본국적 취득 소식을 전했다. 아라이는 재일동포 3세로 긴죠와 함께 봉황대기 재일동포 야구팀으로 참가했다. 아라이는 방한 뒤 자신의 방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한국대표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아라이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1990년대 중후반은 한국프로야구 중흥기로 일본야구의 도움이 절대적인 시기는 아니었다. 재일동포 야구단의 방한도 중지됐고 사회 전분야에 걸쳐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뜸해졌다. 아라이는 ‘피드백’이 없는 조국을 잊고 야구에만 전념했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야구는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프로 진출을 꾀했고 이 시기 수많은 동포 선수들이 귀화를 해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아라이 역시 귀화 후 2006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아라이를 보는 시선은 좋지 않았다. 일본 언론과 팬들은 “목적을 위해 귀화했다”며 진정한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잦대를 들이댔다. 국내 야구 해설위원도 당시 한일전 도중 “아라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한국선수가 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라이는 “단지 야구가 하고 싶었다. 더 큰 무대를 밟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아라이 역시 긴죠와 마찬가지로 재일동포, 한국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히야마 신지로(한국명: 황진환)

올해 41살인 히야마 신지로는 현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딱히 일본 국적을 가질 생각이 없다”며 한국 국적을 고수하고 있다. 히야마는 한신타이거즈에서만 활약하며 대타요원으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히야마는 2004년 처음으로 재일동포라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가 히야마의 전성기 시절이었기 때문에 적지않은 논란이 있었다. 일본 언론은 “일본대표를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두 나라 대표 선발을 모두 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국적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문점을 드러냈다.

히야마는 최근 자서전 ‘토박이가 타이거즈로부터 배운 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대학 시절에 미일대학선발전 대표로 참가했다. 가네모토 도모야키와 같은 방을 썼다. 우리 둘다 무슨 느낌인지 기분이 묘했고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며 적지않은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얼마 전 은퇴한 가네모토는 일본 귀화를 선택했지만 일본 대표팀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히야마는 “한국과 일본을 떠나서 오사카의 영웅이 되고 싶다”며 소속팀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대표로 한 번 뛰어봤으면 어땠을까”라며 태극마크에 대한 열린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히야마는 재일동포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 대표팀에 모두 선발될 수 있다. 하지만 적지않은 나이와 기량 저하로 두 나라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외의 선수들 

일본야구에서 활약하는 많은 선수들이 재일동포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확인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본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어 선수들이 그들의 뿌리를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먼저 질문하는 것도 굉장한 실례다.

이들을 한국야구로 끌어들인다면 어떨까. 외국과 타종목의 사례를 보면 전력 강화, 대표팀 유대 강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축구의 경우 독일축구협회는 19세 이하 이중국적 보유 선수들을 두고 실력에 관계없이 연령대 대표팀에 선발해 확실한 정체성을 심어줬다. 야구의 경우 최근 WBC 예선을 치른 브라질이 일본 출신 이중 국적 선수 14명을 뽑아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은 내년 열리는 대회 1차 예선 참가티켓을 확보하는 저력을 드러냈다. 브라질 대표로 참가한 선수들은 “부모님의 나라를 다시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한국야구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얇다. 최근 대표팀 선발 문제를 놓고도 뽑을 선수가 부족하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동포 출신 선수들을 한국야구로 끌어들이는 방안은 어떨까. 부족한 선수층, 대표 차출 논란에서 벗어나 뜻밖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진=한국계 가네모토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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