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프로야구 10구단 창단과 관련해 연일 이슈가 터지고 있다. KT는 지난 6일 수원시와 함께 10구단 창단을 선언하며 2015년 프로야구 진입을 가시화했다.
하지만 특혜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10구단 창단 예정지인 수원은 K리그 빅클럽 수원 블루윙즈가 연고로 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10구단 창단시 주어지는 구장 임대, 지원 등을 예로 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은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이와 같은 홍역을 수차례 치른 바 있다. 삿포로를 연고로 하는 프로팀은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와 J리그 콘사도레 삿포로가 있다. 또 도호쿠 센다이를 연고로 하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베갈타 센타이의 사례도 있다.
삿포로는 기존 콘사도레가 있던 상황에 니혼햄이 연고 이전을 통해 입성했다. 센다이 역시 베갈타가 있던 도중에 라쿠텐이 창단하며 축구와 야구의 동거가 시작됐다.
당시 축구팀 콘사도레와 베갈타 팬들은 야구단 입성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십여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야구단과 축구단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었던 걸까.
'한 지붕 두 가족' 니혼햄과 삿포로의 공존 사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도쿄돔 셋방살이를 하던 니혼햄은 연고개척과 인기 증가를 위해 삿포로 연고 이전을 전격 단행했다. 삿포로시는 홋카이도 지역에 문화생활을 증진하고자 야구단 유치를 적극 환영했다. 기존 삿포로돔의 활용도를 놓고 고심하던 참에 프로야구는 좋은 콘텐츠였다.
삿포로시는 ‘홋카이도 스포츠 공영’이라는 이름으로 콘사도레와 니혼햄의 공존 방식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일본프로야구기구, J리그 사무국에 협조를 요청해 두 팀의 경기 일정이 겹치기 않게 조정했다. 부득이하게 일정조정이 힘들 때에는 콘사도레와 니혼햄에게 광역 연고를 추천했다. 삿포로돔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면 주변 도시로 이동해 경기를 펼치라는 권고였다. 이를 받아들인 건 ‘새댁’ 니혼햄이었다. 니혼햄은 콘사도레의 경기를 피해 삿포로를 벗어나 홈경기를 치른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적절한 중재가 있었다. 경기가 없는 날 삿포로 시내는 콘사도레와 니혼햄의 깃발이 동시에 걸린다. 콘사도레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마치 삿포로에 야구팀이 있었냐는 듯 콘사도레로 거리가 꾸며진다. 니혼햄 경기가 있을 때에는 반대의 상황을 연출한다. 삿포로 연고의 두팀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상대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박물관, 기념품 가게 등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또 사회공헌활동에서도 야구는 니혼햄, 축구는 삿포로가 관할한다는 일종의 합의를 맺었다.
같은 구장 내 사무실을 함께 쓰는 두 팀은 최근 마케팅또 함께 실시하고 있다. 삿포로돔 스포츠 박물관을 공동 운영하며 업무적으로 공유를 이루고 있다. 또 니혼햄의 경기 중 하루를 할당해 ‘콘사도레의 날’을 지정했고, 반대로 콘사도레의 경기를 할애해 ‘니혼햄의 날’을 만들어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팬들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삿포로에는 ‘삿포로 스포츠 후원회’가 결성돼 서로를 응원한다. 지역축제에도 함께 참가해 야구와 축구를 함께 응원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그 결과 당초 우려와 달리 콘사도레의 관중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하지만 콘사도레는 1,2부 리그를 오가는 팀이었고 니혼햄은 우승권 팀이어서 지표상 관중수의 차이는 존재한다. 삿포로 지역 언론은 “일상생활에서 어느 팀 때문에 인기가 줄었다고 느낄 수 없다. 삿포로시는 중재와 공존 방법을 잘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쿠텐과 베갈타의 논란을 끊은 센다이시
라쿠텐과 베갈타는 시에서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한 사례다. 센다이는 과거 ‘집시 구단’이라 불린 야구 롯데오리온스(현 지바롯데마린스)가 연고로 했던 곳이다. 당시 롯데는 센다이가 연고지지만 홈경기는 도쿄에서 더 많이 치렀다. 센다이 시민들은 야구에 대해 큰 반발감을 가지고 있었고 J리그 출범과 함께 많은 팬들이 축구팀 베갈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야구단 입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 프로야구 재편성 문제가 불거지며 킨테츠버팔로스-오릭스 블루웨이브 합병으로 프로야구 팀수가 줄게 됐다. 일본프로야구는 구단 숫자를 맞추기 위해 12구단 창단을 서둘렀고 인터넷 경매업체인 라쿠텐이 선정됐다. 라쿠텐은 킨테츠-오릭스 합병 당시 버려진 선수를 끄러모아 창단 선언을 했다.
라쿠텐이 목표로 한 것은 야구 볼모지 개척이었다. 연고지를 물색하던 중 상처가 많은 도시 센다이시와 접촉했다. 센다이시의 첫 반응은 반반이었다. 당시 센다이시는 ‘이미 축구의 인기가 높다’라는 의견과 ‘또 다른 문화산업이 필요하다’는 극명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야구의 나라답게 점차 야구단을 유치하자는 여론이 강해졌고 '축구팬 vs 야구팬'의 구도로 치닫게 됐다. 야구계가 발벗고 나서 센다이를 설득한 결과 연고 입성이 허락됐다. 그리고 센다이시는 구장 사용, 보수에 대한 논란이 생기자 중재에 나섰다.
야구단이 사용하는 크리넥스 스타디움 운영에 대한 모든 권리는 라쿠텐이 쥐고 있다. 하지만 시는 형식상의 보조금만 대고 구장 개보수는 라쿠텐의 자금이 90%이상 투입됐다. 축구단이 사용하는 미야기스타디움은 이미 2002 한일월드컵 때 건설된 구장이었다. 센다이시는 월드컵 특혜를 예로 들며 베갈타는 이미 혜택을 받았다고 객관적 자세를 유지했다. 논란이 줄지 않자 사회체육시설확충을 통해 운영권을 베갈타에 넘겼다. 베갈타는 유소년축구, 사회체육활성화 운동을 관할하고 있으며 이로써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삿포로와 센다이 사례의 교훈은 시가 중심에 서서 중재했다는 점이다. 삿포로는 두 팀의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냈고 센다이는 두 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교통정리를 완료했다. 일본스포츠에서 위의 사례는 야구와 축구의 공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언급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베갈타와 라쿠텐의 센다이 협주곡’이라는 특집 기사를 통해 교통정리 성공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와세다대학 시마다 토오루 교수는 논평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와 축구로 대변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바로 연고지 담당자들이다” 라고 평가했다. 국내도 현재 프로야구 10구단과 수원시 그리고 축구계가 논쟁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축구팬과 야구팬이 나뉘어 서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할 때다.
[사진 = 야구와 축구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